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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건과 젠더 - 6 젠더 기반 폭력

기획 [의료, 젠더를 말하다] 12 건강미디어l승인2019.02.04l수정2019.04.1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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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롬

예방의학 전문의, 시민건강연구소

(4) 젠더 기반 폭력Gender based violence(1) 

어느 사회에서나 여성들은 소득, 연령, 교육 수준에 관계없이 다양한 수준의 신체적, 성적, 경제적 학대에 노출되어 있다. WHO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35%의 여성들이 생애 과정에 친밀한 관계 또는 낯선 사람에 의한 성폭력을 경험한다.(2) 많은 사회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아내 학대와 성폭력(강간)이며, 전세계적으로 살인의 피해자가 되는 여성의 2/3가 친밀한 파트너나 가족에 의해 살해당한다.(3) 

국제 사회에서는 여성 대상 폭력의 주요 형태로 결혼 관계에 한정되는 폭력을 포괄하는 친밀한 남녀 관계, 즉 현재 또는 이전의 배우자나 연인에 의한 폭력을 친밀한 파트너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IPV이라고 개념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데이트 폭력, 스토킹, 불법 촬영물 촬영과 유포, 이혼한 배우자에 의한 협박과 폭행 등 다양한 여성 대상 폭력들이 포함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성별 권력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불평등과 관련이 깊지만, 오랫동안 공중보건과 사회정의의 문제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1993년 유엔은 여성에 대한 신체적·성적·심리적 폭력이 본질적으로 젠더에 기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를 '젠더 기반 폭력'이라고 개념화했다. 여성에 대한 젠더 기반 폭력은 여성에게 ‘한 사회에서 남녀에게 적절하다고 사회적으로 구성된 역할, 행동, 활동, 태도’, 즉 젠더 규범을 강제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행위다. 그렇기에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개인의 특수한 상황과 개별적 피해가 아니라 남녀 간의 불균등한 권력 관계를 지속시키고, 남성 중심의 젠더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도구적 폭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여성에 대한 젠더 기반 폭력은 각 사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성차별적 낙태, 여성 할례, 지참금 살인, 명예 살인, 여성에 대한 식량과 의료 자원 접근 제한, 신부 납치, 산acid 투척, 임신 중 폭력, 인신매매, 전쟁 중 성 노예, 여성 노인 학대 등 여러 가해자에 의해 생애 주기의 다양한 단계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동안 역사적, 문화적으로 특수한 현상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다. 젠더 기반 폭력이라는 개념화는 이와 같이 다양한 방식의 폭력이 비대칭적 젠더 권력 관계를 유지·존속하기 위한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가시화해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 
 

폭력은 즉각적인 건강상의 손상을 초래한다. 피해 여성들은 사망, 상해, 감염 등 직접적인 신체적·정신적 건강 훼손을 경험하며, 신체에 대한 자기 통제감과 온전성 훼손으로 고통받고, 사회적, 경제적 기능 상실로 인한 장기적 피해를 입는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관계의 특성상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주관적 건강 상태가 나쁘고, 일상적인 활동에 제한을 겪으며, 주체적인 생애계획을 수립하고 지지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체계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젠더 기반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가 수준의 사회생태학적 개입이 필수적이며,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법 영역과 아동 정책 영역, 보건의료 영역 역량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북미와 유럽 국가들에서 젠더 폭력이 중요한 공중보건학적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에 비해 국제보건 영역에서 젠더 기반 폭력은 상대적으로 주요 의제가 되고 있지 못하다. 젠더 기반 폭력에 대응하는 다부문 협력에서 보건의료 체계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여러 중저소득 국가에서 보건의료 체계는 젠더 감수성 있고 여성 친화적인 방식으로의 전환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개별 보건 사업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3년 세계보건총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건강 문제로 규정하고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에 대응하는 보건의료 체계의 역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젠더 기반 폭력에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상황에 적합한 근거는 여전히 부족하다. 여성에 대한 폭력의 건강 부담을 파악하고, 촘촘하게 작동하는 젠더 위계를 변화시키고 여성들이 임파워될 수 있는 건강 개입을 탐색해나가야 한다. 공중보건과 국제보건 의제로 젠더 기반 폭력을 의제화하고, 더 많은 보건의료인과 일반 대중에게 젠더 기반 폭력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4) 

 

각주 

(1) 시민건강연구소(2018), 이슈페이퍼 젠더폭력에 대한 보건의료제도의 대응 평가를 참고하여 정리함. 보다 자세한 내용을 위해서는 위 보고서를 참고할 것. 

(2) WHO(2013), Global and regional estimates of violence against women-Prevalence and health effects of intimate partner violence and non-partner sexual violence

(3) UNODC (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2013. Global Study on Homicide 2013. Vienna: UNODC

(4) García-Moreno, C., Hegarty, K., d'Oliveira, A. F. L., Koziol-McLain, J., Colombini, M., & Feder, G. (2015). The health-systems response to violence against women. The Lancet, 385(9977), 1567-1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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