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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감정노동 - 감정노동의 주요 피해자가 여성인 이유 - 3

기획 [의료, 젠더를 말하다](6) 건강미디어l승인2019.01.13l수정2019.03.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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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임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 정책팀장

3. 달라져야 할 프레임

(1) 악성 소비자만 있다?

지금까지 감정노동을 악화시키는 안하무인형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그러나 연구자의 입장에서 살펴볼 때 이는 너무 뻔한 얘기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배 계층에게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볼 수 없다는 말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2016년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전국네트워크'에서 진행했던 소비자 의식 조사 결과(1천 명을 대상으로 함)에 따르면 소비자가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이유 있는 컴플레인’이었다. 즉, ‘회사 잘못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서’, ‘나를 기다리게 해서’, ‘노동자가 정보력, 책임성 또는 권한을 가지고 응대하지 못해서’와 같이 컴플레인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응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림 1] 감정노동자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이유

* 출처 :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 「소비자 의식 실태 조사 보고서」, 2016.
* 주: 그래프 하단의 점수는 ‘매우 그렇다’ 1점, ‘약간 그렇다’ 2점, ‘별로 그렇지 않다’ 3점, ‘전혀 그렇지 않다’ 4점을 부여한 4점척도 문항의 결과 점수이며 중간점은 2.5점이다.

 

여기에 더하여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한 조사(우체국, 병원, 금융산업, 도소매업종 노동자 2,487명이 응답)에서 놀랍게도 소비자의 반응과 거의 유사한 응답이 이루어졌다. 소비자들이 왜 컴플레인 하는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노동자들 역시 소비자의 왜곡된 의식도 다소 문제이지만 그것보다 ‘고객을 기다리게 하거나’, ‘내가 권한이 없거나’,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대로 주지 못하거나’ 하는 이유 때문에 컴플레인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림 2] 고객이 서비스에 불만을 표현하는 이유

* 출처 :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 「감정노동자 의식 실태 조사 보고서」, 2016.
* 주: 그래프 하단의 점수는 ‘매우 그렇다’ 1점, ‘약간 그렇다’ 2점, ‘별로 그렇지 않다’ 3점, ‘전혀 그렇지 않다’ 4점을 부여한 4점척도 문항의 결과 점수이며 중간점은 2.5점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내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소비자는 ‘진상 고객’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컴플레인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둘째,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충분한 서비스 인력의 확충, 노동자의 숙련 향상과 직무 능력 증대를 통한 서비스 질 제고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친절 교육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셋째, 우리나라 소비자와 노동자는 현재의 기업경영 메카니즘 하에서 모두 피해자이다. 

(2) 다시 쓰는 ‘친절’

왜 우리는 친절해야 하는가. 친절은 무엇인가. ‘Fun 경영’은 옳은 것인가? 모두 좋다. 나도 누군가에게 친절하고 싶고 친절을 받으면 좋으니까. 그런데 그 친절이 강압에 의한 것이라면, 나는 도저히 친절할 수 없이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라면 표현형으로의 친절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상호 불쾌할 뿐이다. 게다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친절, 친절 요구 또한 사회적 규준으로의 도덕률, 예의규범 등을 왜곡시킬 뿐이다.  

가식적인 친절은 가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진짜 친절은 웃음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제공과 신속한 문제 해결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임시직 노동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훈련받은 노동자가 계속 바뀌는 것은 기업에게나 소비자에게나 손실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적정한 규모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신속한 응대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휴게실도 제공되지 않는 마트, 병원.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청소 노동자, 간병인 등. 이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으려면 노동조건 향상은 불가피하다. 본래 서구에서 ‘고객만족경영’ 전략이 만들어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노동조건 향상이었다. 서비스라는 것이 노동자가 전면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건과 좋은 서비스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여긴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응대능력을 지닌 노동자, 자신의 노동조건에 자부심을 가진 노동자라면 컴플레인을 받을 이유도 없고 받더라고 모욕감을 느끼지 않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3) 감정노동자 보호법 통과에 즈음하여

2018년 3월 30일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해 10월부터 전면 적용된다. 이 조항은 산업안전보건법 29조2에 신설되었고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예방의무 : 고객의 폭언, 폭행, 그밖에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에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② 피할 권리 :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하여 고객응대 노동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위반 시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③ 권리 구현을 위한 권리 : 고객응대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피할 권리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노동자의 요구를 이유로 해고, 그밖에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각 법률 항에 따른 시행령과 규칙에서는 예방 조치를 위해 사업주에게 * 폭언 등을 하지 아니하도록 요청하는 문구 게시 또는 음성 안내 * 고객과의 문제 상황 발생 시 대응 조직, 대처 방법 등을 포함하는 고객 응대 업무 매뉴얼 마련 * 업무 환경, 업무 내용 등 직무 스트레스 요인 평가를 통한 직무 스트레스 예방 계획 수립·운영 * 고객과의 문제 상황 발생 시 대처 방법 등에 대한 교육 실시할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또한 피해 노동자를 위한 조치로 사업주에게 * 해당 근로자에 대한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 해당 근로자에 대한 휴식 시간의 연장 * 해당 근로자에 대한 치료 및 상담 지원 * 해당 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 법률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해 노동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의 내용으로 * 고객의 폭언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음성 녹취록 또는 녹화 영상의 제공 * 수사기관 등에 고소, 고발, 손해 배상 청구 등의 조치를 하는 데 필요한 행정적, 절차적 지원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어디를 봐도 손색이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예방 조치’가 가장 중요한 영역이지만 벌칙이나 과징금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규제 순응도가 낮은 점을 고려할 때 패널티가 없는 법규는 결코 지켜지지 않는다. 게다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모든 일하는 노동자가 보호받기는 어렵게 되었다. 있어야 할 게 있게 된 정상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감정노동을 부르는 것은 악성 고객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해야 한다. 

<참고문헌>

김인아 외(2013), 「감정노동 근로자의 건강관리방안 연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김종진 외(2014), 「한국 사회 감정노동 실태와 개선방향 연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신광영(2011),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 : 차이와 차별’, 「한국사회학 제45집 4호」.
앨리 러셀 혹실드(2009), 「감정노동-노동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상품으로 만드는가」, 이매진.
이성균·김영미(2010), ‘한국의 서비스산업 확대는 남녀 임금격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한국사회학 제 44집 1호」.
정진주 외(2017), 「감정노동의 시대, 누구를 위한 감정인가?」, 한울.
한국노동연구원, 「KLI노동통계」, 2017.
한인임(2015, 2016), 「감정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 감정노동자보호를위한전국네트워크.
한인임(2015, 2016), 「소비자 의식·실태조사 보고서」, 감정노동자보호를위한전국네트워크.
KOSIS 국가통계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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