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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와 여성 건강권(3) - 낙태죄와 건강권 침해

[의료, 젠더를 말하다](3) 건강미디어l승인2018.09.16l수정2018.10.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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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와 여성 건강권(3) - 낙태죄와 건강권 침해

                                            고경심(산부인과 전문의)

IV. 낙태죄와 건강권 침해

1. 낙태죄와 건강권의 침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매년 4천만 명 이상의 임신한 여성 중 거의 반이 숙련되지 않은 인력에 의해 또는 부적절한 환경에서 안전하지 않은 낙태를 받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1) 

안전하지 않은 낙태 이후의 사망률은 안전한 의료 환경에서 시행되는 중절에 비해 수 배나 높다. 안전하지 않은 낙태 이후 매년 7만 5천 명의 여성들이 사망하며 훨씬 많은 수가 평생 질병과 후유증, 불임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인한 여성 건강의 부작용과 합병증은 다음과 같다.
  ○ 패혈증, 출혈, 자궁 천공 - 적절히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하게 된다.
  ○ 급성 신부전증 - 2차 합병증으로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
  ○ 만성 골반통, 골반염, 자궁외 임신, 조산, 자연유산
  ○ 생식기 염증 - 이중 20-40%는 골반염과 향후 불임을 초래한다.

안전한 낙태의 전제 조건은 낙태 비범죄화이다. 안전한 낙태는 여성과 모성의 건강을 보호한다. 낙태를 비범죄화함으로써 안전한 낙태 방법(수술과 약물 모두)이 도입되고 의료 서비스 제공자인 의료인의 교육과 훈련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낙태 비범죄화는 여성의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 및 모성의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한 전제이다.(2) 

2. 낙태와 여성 건강권

한국의 낙태 관련 정보나 의료 서비스는 유엔 인권 조약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사회권 규약에서 제시하는 가용성, 접근성, 수용성, 질 관리 측면에서 비추어 볼 때도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 가용성: 한국의 공공 보건과 보건의료 시설과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충분히 공급되고 있지만, 낙태 시술을 위한 의료 서비스만은 예외적으로 이용 가능하지 않다. 

⒝ 접근성: 
  ○ 비차별: 모자보건법의 허용 사유에 해당되더라도 배우자나 동거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요건이 여성의 자율적인 결정을 차단하는 성차별이다. 또한 낙태 시술을 위한 의료 서비스는 여성에게 성차별적으로 작동하며, 청소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차별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 물리적 접근성: 보건 시설이나 서비스가 물리적으로 도달 가능한 위치에 있으나 낙태 시술을 하지 않는 병의원들이 많아 실제로 접근할 수 없다. 
  ○ 경제적 접근성: 낙태 시술을 하는 병의원이라 할지라도 비밀 유지, 또는 위험 부담의 대가로 고비용을 요구한다. 따라서 경제적 취약 계층이나 청소년 등은 시술을 하지 못하거나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 정보 접근성: 낙태 논의 자체가 사회적으로 도외시 되고 낙태에 대한 주장이 생명을 존중하지 않거나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사회적 낙인이 되고 있는 상태에서 의료인이나 교육 기관 또는 정부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효과적이고 수용할만한 낙태 후 피임 교육이나 낙태 후 돌봄에 관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 수용성: 여성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상으로 보는 정부 정책이나 생명을 경시한다는 사회적 편견, 취약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여성에 대한 차별적 대우 등 사회문화적 배경 등이 낙태를 수용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 질 관리: 낙태를 위한 술기가 의과대학이나 전공의 수련 병원에서 적절하게 교육되거나 훈련되지 않아 숙련된 의료인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으며, 의학의 발전과 혁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거부하여 질 관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 상 낙태죄 조항과 관련된 한국의 현실이 유엔 인권 조약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이 보장되지 않아 기본권인 건강권과 재생산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V. 결론

형법에 의한 낙태 범죄화는 생명 경시 풍조를 차단하거나 낙태 근절을 가져오는 효과는 없고 오히려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에서 낙태 범죄화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여성의 건강권과 재생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 
첫째, 여성에게 낙태와 관련한 합병증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합병증이나 의료 과실이 발생하더라도 낙태 범죄화와 사회적 낙인으로 (여성과 산부인과 의사 등 의료진이) 공개하지 않아서 실태 파악을 할 수 없고 사회 정책의 기초 정보를 확립할 수 없다. 또한 이에 대한 모니터링 및 감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남용을 막기 위한 보건 당국의 적절한 규제도 어렵고 의사사회의 자정 노력도 실행하기 어렵다.

둘째, 낙태에 대한 상담이나 교육이 불가능하고 낙태 관련 의료 서비스 접근은 물론 낙태 후 상담과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특히 십대 청소년 여성, 정신지체 등 장애인 여성, 경제 취약계층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건강상의 위해 및 존엄성의 위협을 줄 우려가 크다.

셋째, 현대 의학과 의료 기술의 발달로 낙태 유도 약물이 개발되고 보조 생식 기술로 배아 및 태아를 조작 및 선별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낙태 범죄화로 개념 혼란과 시대착오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넷째, 낙태 범죄화와 사회적 낙인으로 여성들은 심리적 위축을 느끼고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상실하게 되고 ‘사회적 고통’을 느끼는 당사자가 되어 여성의 인권을 심하게 훼손한다.   

이상과 같이 한국의 낙태 현실을 보면 형법 상 낙태죄 조항이 성적 문란을 예방하는 기능이나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풍토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러 문제들을 초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위험과 사회적 고통을 가져오며,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 규제이며, 발달한 현대 의학과 보조생식기술의 수준과 요구에 미치지 못하여 적절하게 대응하고 제도를 정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형법 낙태죄 조항의 위헌 결정이 내려지고, 여성의 건강권과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입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각주

(1) World Health Organization. The World Health Report 2005: make every mother and child count. Geneva: World Health Organization; 2005.

(2) World Health Organization. The World Health Report 2005: make every mother and child count. Geneva: World Health Organization; 2005; Grimes DA, Benson J, et al. Unsafe abortion: the prevention pandemic. The Lancet 2006;386: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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