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23.11.27 월 14:22

73. 모모의 집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건강미디어l승인2023.10.27l수정2023.10.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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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슬을 굴려 그림 그리는 활동과 그 작품(출처-모모노이에 홈페이지).
▲ 이동식 전동 리프트.

2003년 한 해 동안 오사카의 중증장애인 데이케어센터 ‘모모노이에(モモの家, 모모의 집)’에서 일했었다. 대학 1학년 때 장애인 활동보조를 하다 일본의 장애인 복지가 궁금해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는데, 언어가 서투른 나를 스태프로 흔쾌히 받아준 곳이다. 

모모노이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증 장애로 진학이나 취업이 어려운 친구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그 부모님들이 힘을 모아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든 장소이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 말은 못 하지만 귀 기울여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집이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9월 초, 십여 년 만에 그곳을 방문했다. 오래된 스태프들과 서로 변함없이 그대로라고 놀랐지만, 처음 일할 때 스무 살이던 나는 이제 마흔이 되어 “그대로일 리가 없잖아요”하고 웃었다. 나를 기억하는 듯한 이용자분들과 반갑게 악수하고 낯익은 풍경을 눈에 담았다. 예전에는 없던 기계를 발견하고 물어보니, 직원들 허리를 보호하기 위한 소형 리프트라고 한다. ‘맞아 맞아. 예전에는 허리가 좀 아팠지’하고 납득했다. 사진을 찍고 나니, 간만의 방문에 남은 사진이라고는 리프트 한 장이다. 

“한국 상황은 어때?”라는 물음에 ‘복지 현업에 있지 않아 잘 모르지만, 제도가 생겨도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일본 역시 지원 제도가 생기기 전에 길을 개척한 사람들 덕에 많이 성장했다는 오래된 직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곳에서 언어의 문제를 겪으며 ‘장애란 무엇인가’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불편을 겪어보니 불편함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나 보다. 그리고 길을 만들어 갔던 부모님들에게 용기를 배웠고, 그곳에서의 경험이 이후 살아가는 데 많은 힘이 됐다. 모모노이에에는 여전히 외국인 스태프가 있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전혀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조금 쓸쓸했다.

정화령 <라이프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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