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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방문의료와 의료 접근성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건강미디어l승인2023.10.24l수정2023.12.2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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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상환자의 욕창 방지 쿠션과 욕창 드레싱, 보호자의 욕창 관리 방법이 적힌 종이, 환자분 자택 내 각종 의약품(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 보건 통계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은 OECD 국가 중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빛나는 수치가 무색하게, 의료혜택과 돌봄에서 소외되어 집 안에 갇혀 있는 장애인, 노인, 소아 환자들은 여전히 많다. 의료 사각지대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2023년 10월 17일 관악정다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의료진 선생님들과 함께 <방문의료 동행>에 참여하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악구 일대의 총 6가구를 방문하며 욕창 관리, 비위관 삽관, 기관절개관 및 도뇨관 교체, 독감 예방접종, 혈액검사, 잠혈검사, 연하기능 검사, 영양 상담, 재활운동 치료, 가족 및 돌봄제공자 교육을 진행하였다. 위와 같은 처치는 병원에서 하루에 수천수만번 이루어지는 아주 기본적인 술기이지만, 환자의 거주지에서 수행하니 병원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다. 환자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돌봄 및 영양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니 병원에서보다 훨씬 유연하게 환자 중심적인 진료가 가능했던 까닭이다.

가령, 외래 진료 시 연하기능 검사를 계속 실패했던 중증 치매 환자분은 집에서 보호자 분이 직접 준비한 유동식과 과일을 활용하여 검사를 시행하자, 기도 흡인 위험 없이 음식을 잘 삼키시는 걸 의료진들이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재활 운동치료 시 환자의 관절가동 범위와 같은 임상적 소견뿐만 아니라 가옥 구조와 침대의 위치, 보호자의 신장 및 체격, 환자분이 선호하는 자세나 자리 등을 섬세하게 반영하여 교육할 수 있었다.

이번 참관을 통해 그동안 예방의학과 보건학을 전공하며 배운 내용들을 생생히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어서 매우 뜻깊었다. 의료접근성의 물리적, 재정적, 문화적 장벽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전략으로서 방문의료를 활용하는 것이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도 얻게 되었다. ‘의료접근성’이란 질 좋은 보건의료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를 가리키는 개념이다(1). 의료접근성을 가로막는 장벽은 크게 물리적, 재정적, 문화적 장벽으로 나뉜다. 물리적 장벽은 의료기관의 지리적 불균등 분포, 교통인프라 및 이동수단의 부재, 의료기관 내 승강기·점자블록 등 장애인 편의시설 부재 등을 의미한다. 재정적 장벽은 보건의료비 부담, 의료보험 유무 등으로 발생하는 장벽이고, 문화적 장벽은 사회적 차별과 낙인, 의료진과 의사소통 어려움 등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이 저해되는 문제를 말한다(2).

과거에는 질병과 장애가 개개인의 비극적 결과물로 치부되었으나, 많은 사람들의 문제 제기와 노력 끝에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합의에 도달하게 되었다. 특히 질병과 장애를 둘러싼 사회환경을 바꾸어서 의료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신약이나 기술 개발을 통한 의료혁신 만큼이나 환자들의 삶의 질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누적되고 있다. 재택의료 및 방문진료 시범사업이 적극적으로 추동될 수 있었던 데에는 수많은 시민사회 활동가와 연구자, 보건의료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서, 의료접근성을 증진하는 데에 국가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도록 요구한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동행한 의료진들께서는 향후 재택의료를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제언을 풍성하게 해주셨다. 먼저, 이동 차량, 주차비, EMR이 연동된 태블릿 PC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셨다. 또, 재택의료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여 표준화된 진료지침을 만들어 배포하고, 특히 보호자의 소독 및 위생교육을 강화해야 함을 강조하셨다. 방문진료료는 포괄수가제를 활용하되 추가적인 시술에 대해 행위별 수가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나, 의료진의 행정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해주셨다. 더불어 장기요양 등급을 더욱 폭넓게 인정해야 재택의료가 더욱 활성화되고, 요양병원 입원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어주셨다. 사회복지 분야의 경우 지자체에서 인력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주민들의 점조직과 자조모임 등을 활용하여 지역사회의 사각지대를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함을 역설하셨다. 앞으로 다학제 간 연구를 통해 더 많은 의료공급자와 이용자가 재택의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1) 『의료접근성』, 로라 J. 프로스트, 마이클 R. 라이히, 후마니타스

(2) 이진용, 장명화, 김가연, 윤수미, 이자호, 정주, 도영경, 이범석, 김완호, 박기동, 김용익. (2006). 장애인의 의료기관 접근성 조사_서울시 종로구 병의원을 대상으로. 보건행정학회지.16:3, 19-36.

 장은지 서울대 보건대학원 예방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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