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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의사의 힘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건강미디어l승인2023.10.11l수정2023.10.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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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가 주신 옥수수와 두유.

'소의치병 중의치인 대의치국'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중간 의사는 사람을 고치고,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
한 나라의 주권은 개개인의 국민에게서 온다. 국민이 많든 적든 수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주권을 가진다. 즉,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나라와 같다.

총 9가구를 돌았다. 비가 왔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머리 위로 떨어져 뺨을 타고 흐르는 작은 빗방울도 차갑게 느껴진다. 우산 쓸 시간도 없이 작은 종이 아니면 작은 차트판으로 머리만이라도 가려보지만 쉽지 않다. "아 거기에요? 어서 갑시다."

첫 가구는 90이 넘으신 할머니셨다. 마침 계신 요양보호사분이 말씀을 제대로 못하시는 할머니 대신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한다. '할머니 딸이 건강식품을 판다, 그 건강식품이 효과가 좋다, 할머니가 약을 못삼킨다, 저번에 갔던 피부과 의사가 불친절하다.'

이쪽에서도 맞장구 치듯 거든다. '네, 잘 지내셨어요? 따님은 자주 오세요? 아유 요즘 그렇죠, 나쁜 의사네, 건강식품 어떤거요? 그럼 약 대신에 드시고?'

두 번째 가구.
"할머니 누가 아프게해요! 그렇네~ 보호사님이 그러셨네~ 할머니 저 기억해요? 할머님이 제일 이쁘시다잖아요~"

세 번째 가구. 
"할머니, 아들들은 오시고? 그럼 아드님이 두분이신거에요? 며느님은? 아이고 마음이 많이 안좋으셨겠어요."

다섯 번째 가구. 
"아, 콜라를 좋아하시는구나~, 밥은 잘 드세요? 아이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언니분도 힘드시겠어요."

내가 이번 방문진료를 동행하며 느낀 제일 큰 감흥은 '의사의 권력은 강력하다'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를 고치려고 왔으나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와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은 모두 의사와 소통하고 의사를 의지하고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들과 소통하고, 라포를 맺는 행위는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마치 탐정처럼 환자와 환자의 환경의 문제점을 파악한다. 그리고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집 구조를 바꾸는 처방을 내린다.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기에 금전적인 부담이 되는 환자에게는 병원과 방문진료의 경제성을 비교하여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처방을 내린다. 약을 먹기 힘들어서 보조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보호자와 상의를 통해서 최소한의 횟수로 적절한 투약 처방을 내린다.

방문진료의 의사의 처방은 단순히 약 처방에서 그치지 않는다. 환자의 병을 고치고 환자의 생활 환경을 고쳐서 결국 환자의 삶을 고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고치는 행위는 결국 국가를 고치는 행위와 같다. 
의사이기에 가능한 일이고 의사이기에 그 힘을 잘 이용해야 한다. 국가를 고치는 일은 방문진료 의사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의사가 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요양보호사분께 인사를 드리고 나올 때 그분이 말씀하셨다. 
"나중에 꼭 인망 좋은 의사가 되세요!"

"네, 꼭 그렇게 되겠습니다."

최우석 가톨릭관동대학교 의학과 2023 (예비)보건의료인 <방문의료 동행>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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