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분의 집에 찾아가서야 빈번한 낙상사고의 이유를 알게 되었고, 문의 방향을 바꿔다는 게 좋겠다는 ‘처방’을 내린다.

방문진료는 단순히 ‘집에서 행해지는 진료’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충분한 진료 시간 동안 환자가 거주하고 있는 환경과 생활 전반을 살피고, 환자나 보호자와 신뢰의 관계를 쌓아가는 방문진료팀의 모습에서 이를 느낄 수 있었다. 

한 환자분은 얼마 전 집안에서 화장실을 가던 도중 낙상을 경험하셨다. 낙상으로 생긴 상처는 다행히 많이 나아 있었다. 아픈 몸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장실에 가다가 넘어진 이유를 살핀다. 집 구조를 둘러본다. 화장실 문을 열고 몸을 한바퀴 돌려야 변기에 앉을 수 있는 구조다. 문의 방향을 바꿔다는 게 좋겠다는 ‘처방’을 내린다. 

요즘에는 잠도 잘 못 주무신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요, 여쭌다. 자녀분들에 대한 근심걱정이 담긴 이야기가 한참 나온다. 밤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루시는 것 같다. 처방한 약뿐만 아니라 그 생각들을 나누고 해소하는 시간 또한 환자분이 잠을 잘 주무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환자분의 집에 찾아가지 않았다면 화장실에 가는 게 왜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같은 낙상 사고가 반복되었을지도 모른다. 낯설고 불편한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났다면 밤에 잠 못 이루게 하는 걱정거리를 털어놓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여러 번 환자의 집에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주변을 둘러볼 때 비로소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 또는 질환이나 사고를 만나 삶의 독립성을 잃게 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온다. 그런 환자들에게 방문진료는 필수적이고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런 인간적인 돌봄이 가능한 진료라니, 내가 의사가 된 후에도 꼭 하고 싶어졌다. 

심효라 가톨릭관동대학교 의학과/ 2023 (예비)보건의료인 <방문의료 동행>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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