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동아리원, K군, 그의 어머니와 함께.

내가 다닌 대학은 일본 교토 북쪽의 산 중턱에 있어, 그 동네는 지하철 대신 칭칭 소리를 내는 노면 전차가 다니는 곳이었다. 

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지원하는 서포트넷(support-net)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거기서 K군과 친해졌다. 그는 근디스트로피라는 병을 앓고 있었고, 손 끝 약간과 혀 그리고 눈꺼풀 정도 움직였던 걸로 기억한다. 

동아리원들은 돌아가며 아침에 그의 집으로 가서 휠체어를 끌고 같이 등교하고, 수업 중에는 노트를 받아 적었다. 가끔 눈꺼풀의 깜빡임에 맞춰 노트를 넘기며 복습을 도왔다. 정확하지 않지만, 당시 개호보험으로 활동보조인은 하루 20시간 정도 이용했던 것 같다. 

우리는 야구와 F1을 좋아하는 그와 함께 쿄세라돔에 자주 가고, 스즈카 서킷도 보러 갔다. 교통이 좋지 않은 한적한 마을에서 야구장까지는 돌아가더라도 항상 무사히 도착했다. 6년이 걸렸지만,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15년이 더 지난 요즘도 가끔 '장애물이 장애를 만드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K군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정화령 <라이프인> 기자

방문의료연구회 가입안내는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http://bit.ly/방문의료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