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춥지만 따뜻했던 겨울의 첫 방문

어르신 댁은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 차로 30분 정도 이동해야 하고 산꼭대기 2층에 집이 있어 자주 방문하기 어려웠다. 첫 방문하는 날은 무척 추웠고 주변을 30분 정도 헤매다 결국 집을 찾지 못해서 보호자가 집 사진을 보내주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비슷한 집을 찾아 겨우 방문하였다. 
처음 뵙게 되었지만 며느리와 요양선생님이 정말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고 어르신도 힘겹게 눈을 뜨며 인사해 주셨다. 이후에도 방문시마다 어르신은 눈을 감고 있다가도 간호사의 목소리만 들으면 눈을 깜빡이고 인사를 건네 주셔서 요양선생님께서 질투 아닌 질투를 하시기도 하며 한참을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어르신은 하루가 다르게 눈 뜨는 횟수가 줄어드셨고 입을 반쯤 벌려 힘겹게 숨을 쉬시기도 하셨다.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다고 하셨던 보호자분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긴 했으나 치료 과정이 아닌 마지막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희망없는 말을 전해드리게 되니 갑자기 작년에 돌아가신 아빠의 모습이 떠오르게 되었다. 

점점 뭉클해지고 목이 메어오는데, 보호자분께서 '이렇게 함께해 줘서 감사하다. 고맙다'라며 손을 꼭 잡아주시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시는듯 했다.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면서 보호자분과 부등켜 한참을 울었다. 종교가 없고 평소에 기도라는 것을 하지도 않는 나인데도 어머님의 귓가에 조용히 ‘그 동안 많이 고생하셨고 저 또한 감사하다’라는 말씀을 드렸다. 누구에게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기도를 드렸다. 늘 마지막은 힘들고, 힘든 거 같다.

염은경 강원의료사협 밝음의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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