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에게 보낸 혼자 계신 시어머님의 증상을 쓴 편지

시어머님이 시외숙님과 병원에 진료를 보러 다녀오시겠다고 전화를 하셨다. 대학병원에서 소문난 교수님이 십여년전 개인의원을 차리셨는데, 잘보신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교회에서 누군가 어머님과 비슷한 증상을 겪은 분이 서울 강남의 유명한 한의원에서 에쿠스 한 대값의 한약을 지어먹고 좋아지셨다고 1시간을 전화를 하셨었다. 
시아버님이 긴 투병끝에 일찍 돌아가신 이후 건강염려증이 있으신것 같았는데, 심해지신것 같다. 
열일 제끼고 얼른 가서, 편지를 써드렸다. 시어머님이 챙겨가신 검사결과지 등은 보시지도 않고 편지만 꼼꼼이 읽으시던 원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더란다. '이런 며느리 없어요. 효부를 두셨네요'라고. 하지만 기분좋게 웃는 목소리 뒤에 '아들노무새끼들 셋이나 있어도. 원...' 하는 서운한 여운이 느껴졌다. 
의료혜택의 사각지대는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가 말소된 사람들이 병의원 진료받으면 엄청난 진료 비용이 나온다거나, 시골이나 섬마을에 제대로 된 병의원이 없어서 만성질환자분들이나 출산 문제 혹은 응급환자들이 제각기 이용할 수 있는 병의원이 없는 상태가 의료사각지대라고만 생각한다. 그런데, 의료건 복지건 사각지대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자면, 제도적 또는 법적 제도의 미비로 인해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충분한 의료나 복지 서비스을 받지 못하는 상황 또는 그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전국민을 위한 국가 보장보험 적용을 받을수 없는 부분을 사각지대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 시어머니가 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이유가 불과 차로 20여 분 거리에 번듯이 잘사는 큰아들, 막내아들내외와 40여분 남짓 거리에 사는 둘째아들과 간호사며느리까지 둔 유복한 분이기 때문이다. 보살필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부담스러울 뿐이다. 서로 미루고 싶은 수많은 그 부담스러움은 핑계로 오가며 분란이 될 것이라, 아들들은 시어머님께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것이 더 심각한 사각지대가 아니겠는가? 의료인이 이런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을 발굴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현실적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초고령화시대가 시작된 현재 세태를 반영한 복지제도의 방향성이고 지속가능성이 보이는 생각이라고 본다.

채경선 8.31사회적협동조합/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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