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할머니를 만난지 1년 6개월 남짓.
중증치매를 앓고 계신분으로 자주 방문간호를 가더라도 내가 누군지 기억도 못하고 긴가민가 한다. 6개월 이상 방문을 하자 목소리, 몸짓으로 어렴풋이 날 기억하고 호구조사를 한다. 친정 부모님 성을 묻고 고향은 어딘지, 결혼은 했는지. 이제는 제법 나에 대해 기억하고 “김 간호사~김 간호사” 한다.
그렇게 1년 김 원장님과 방문의료를 진행했다.
그러던 어느날, 단독으로 방문간호를 들어간 날이었다.

할머니는 “그 남자가 다른 여자를 여럿 데리고 다녀…!!”라고 한다.
“네? 누구요?”라고 물었다.

여차저차 상황을 정리해보니, 함께 동행 진료하던 원장님을 내 남편으로 알고, 그 남자가 다른 여자들(간호사)과 같이 들락거린다고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오 주여…..” 

그렇게 할머니와 알콩달콩 입씨름 하며 지냈던 시간들을 지나, 담당 구역이 바뀌며 더 이상 할머니를 만나지 못한다.
바뀐 선생님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김 간호사 그 남자말고 착실한 남자 사람과 잘 살고 있다고..."

김성희 연세송내과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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