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때 활동했던 손사막(孫思邈, 581~682)이라는 명의는 왕진을 가는 제자들에게,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좋은 술이 널리 있어도 못 본 척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런데, 왕진을 나오면 결코 못 본 척할 수 없는 음식들도 있는 것 같다.
오래된 관절통과 좀처럼 낫지 않는 복통으로 소화제를 달고 사신다는 환자에게 한방소화제와 침치료, 뜸치료 하기를 몇차례. 관절통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시지만, 소화기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오늘도 왕진이 끝나고 돌아가려는데 환자분이 고맙다며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주신다. 거절이 예절인 한국인의 습관인지 손사막 선생의 가르침때문인지, 의례 거절하려는데 우유가 뭔가 수상하다. 유통기한이 1주일 넘게 지난 우유였다. 그렇게 냉장고를 살펴보니 유통기한을 한참 넘긴 우유팩들이 잔뜩 쌓여 있다. 아까워하지 마시고 버리자고 설득한 끝에 정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복통의 경과는 지켜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방문진료를 하면서도 냉장고를 진작 점검해보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손사막은 이런 말도 남겼다. "식습관은 가장 좋은 양생법(건강관리법)이다."

(*본고는 식습관에 관해 논하고자 하는 취지이며, 사진은 특정 기업이나 제품의 품질과는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김영남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안산한의원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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