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진 지팡이

우연히 지나가다 버려진 지팡이를 보았다. 방문진료를 하기 전에는 눈에 띄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저런 걸 왜 저렇게 버렸나 하고 눈을 흘겼을지도 모른다. 저 사물은 누구의 발이었을까? 저 지팡이가 지탱했던 것은 단순히 아픈 이의 몸이 아니라 그의 아팠던 삶은 아니었을까? 삶에 마지막이 있듯이 지팡이도 수명이 다했나 보다. 잘 알진 못해도 누군가의 삶을 지탱해 주었을 버려진 지팡이가 고맙다. 지팡이를 보니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떠오른다. 낙상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지팡이나 워커를 잘 사용하면 좋을 텐데 익숙하지 않아 쉽사리 손을 뻗지 못했던 어르신도 있었다. 그래도 끈질기게 설득한다. '조금이라도 움직이시면 좋아요. 지팡이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방문하러 돌아 다는 내가 누군가에게 지팡이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픈 몸, 아픈 삶을 기대는 이가 있다면 나름대로 힘껏 버텨보려 한다. 

홍종원 건강의집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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