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마켓에서 구매한 책상을 차로 옮겨다 집에 설치해드린 사진(위). 재택의료센터 소속 방문간호사 선생님과 기관에서 제공한 인지강화활동지를 학습하는 사진(아래).

돌보는 의료를 하다보면 처방전에는 담을 수 없는, 현실적인 처방이 필요한 경우가 꽤 많다. 어느 분에게는 부드러운 음식, 어느 분에게는 말벗, 또 어느 분에게는 근력 운동에 필요한 도구들 등. 이번에 방문진료를 했던 분을 위한 처방은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이었다. 편마비와 관절통이 있으셨던 분인데, 좌식생활을 하며 마비된 다리와 아픈 관절이 계속 자극되어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 최근 주변 분들에게 글자를 배우기 시작하며 들뜬 마음으로 앉은 자세로 공부를 더 열심히 하시다 보니 불편감은 더 커져만 갔던 것. 이를 보며 재택의료팀은 식탁의자에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책상' 처방을 내드렸다. 

하지만 혼자 사시는 분이 이 처방전을 조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던 상황. 결국 내 핸드폰의 당*마켓에 '책상' 키워드를 걸어두고, 색상도 가격도 적당한 책상을 발견했다. 남편을 통해 책상을 구입하고, 방안까지 배달해드렸다. 

우리에겐 일상인 일이, 누군가에는 꼭 필요하지만 할 수 없어 아픈 다리를 주물러야 하는 일이 됨을 다시 깨달으며.. 소녀처럼 책상에 앉아 책을 펴던 모습을, 그리고 우리를 배웅해주며 눈에 맺혔던 눈물을 한동안 잊지는 못할 것 같다.

신희정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서안성의원 재택의료센터/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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