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밭에서 갓 걷어 오신 호랑이콩과 깻잎을 마당 한 구석에서 함께 다듬었다.

▲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선물.

평생을 함께한 부부라면 아무 말이나  '교감交感'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할멈 갈 날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해맑게 해대시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바로 앞에 둔 할머님의 뽀로통한 표정. 이런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던 듯 할머님은 돌보는 모든 손길을 꼬집고 할퀴며 뿌리치셨다. 

할머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 거짓말이에요. 저희들이 어머님 건강하고 오래 사시도록 도와드릴게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지으신 설핏 웃음엔 할머님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동네에서 인심 후하기로 소문난 할아버님은 의료진한테 고맙다며  밭에서  걷어 오신 선물을 한 보따리 풀어놓으셨고, 마당 한구석에선 의료진과 함께 한 '호랑이콩, 깻잎 다듬기' 한판이 벌어졌다.

박인근/의사(순천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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