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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과 우리에게 남겨진 인권 과제들

건강미디어l승인2020.04.20l수정2020.05.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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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중(인권의학연구소 이사)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 유행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이 중에서 인권과 관련된 사항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의료에서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면서 강제 치료가 적용되는 질병은 전염병과 정신질환입니다. 코로나19 환자는 범죄자가 아님에도 강제로 입원 하고 치료를 받게 됩니다. 밀접 접촉자나 입국자도 의무적으로 격리 당하게 됩니다. 공익을 위해서 희생하는 만큼 사회가 배려를 해야 할 당위가 있습니다.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특정 기간 자신의 모든 동선이 조사 대상이 되고 대중에게 무차별 공개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문자로 보내기까지 합니다.  이름만 가린다고 특정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지인들은 누구인지 알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간이 지나 의미가 없어진 동선 정보도 그대로 인터넷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방역에 필요한 최소 정보를, 최단 기간 제공하되, 개인별 정보가 아니라 통합하여 시간대별 오염 가능 장소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합니다. 

집에서 강제 격리를 하는 경우 위치 추접 앱을 설치하고 방역 당국의 모니터링을 받게 됩니다. 이것도 모자랐는지 전자팔찌(안심밴드)까지 들고 나와 논란을 일으킵니다. 격리 이탈자가 얼마나 되고, 이에 따른 전파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에 대해 자료를 제공하고 설득해도 쉽지 않은 사안인데 이런 과정이 없습니다. 실효성도 없고 법적 근거도 없는 방식인데 나중에 방역체계를 정비하면서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덤빌까 우려스럽습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의식이 아닌 위치 추적앱과 전자팔찌에 의해 유지되는 방역 시스템이라는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코로나19 유행이 휩쓸고 가면서 사회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신병원입니다. 환기가 안되는 폐쇄적 입원 환경에서 밀집되어 생활하다 보니 한번 감염자가 발생하면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지고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격리, 수용에 의존하는 정신건강 시스템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사자나 가족 또는 활동보조인이 감염 되거나 밀접 접촉자로 격리 되는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들에게는 고난의 과정 그 자체입니다.  이주민들은 공적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었고, 긴급재난기금 대상에서도 제외되었습니다. 

불안과 공포가 커지면서 혐오와 차별, 배제 움직임이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중국인, 중국동포(조선족)에게 향하던 혐오가 신천지, 대구, 경북 사람, 감염 환자, 자가격리자로 번지더니 나중에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로 확대되었습니다. 코로나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나 그 가족들도 기피 대상이 되곤 합니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전체 병상의 10%정도 차지합니다. 그나마 부실한 공공병원들이 대부분 코로나 진료에 동원되나 보니 평소 이들 병원을 이용하던 환자들은 또다른 차별에 직면합니다. 

숨겨져 있던 취약성이 드러나고 인권 이슈가 불거지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분명해졌습니다. 관리와 통제보다 자발적 참여와 연대의식, 공공의식에 기반을 둔 방역 체계를  구축하고, 사회 취약 구조를 제대로 보완해 나간다면 어떤 전염병이 다시 유행해도 온전히 견뎌 낼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 이 글은 인권의학연구소 소식지에도 실렸습니다. 
* 인권의학연구소 홈페이지 https://imh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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