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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그렇게 지금은 또 이렇게

함께 가는 길에서 건강미디어l승인2020.02.10l수정2020.03.2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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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 옥, 그림 작가, 아트 디렉터, 그림책협회 회장

어린이 책 월간지 《열린어린이》에서 조원경 그를 처음 만났다.

그 때 그는 편집부 전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기에, 필자와 편집자 사이의 다정한 정분을 나누는 관계는 아니었으나, 그 때 내 인생에 일어났던 중요한 사건 중심에 자신이 있었던 사실은 짐작도 못했을 거다.

《열린어린이》에 글쓰기 시작하고 어느 해 연말 모임에서 그가 다가왔다. “음, 선생님만의 글맛이 있어요, 호호.” 정작 하려는 말은 묻어 놓고 웃음 반, 말 반인 듯한 그 인사가 이상스레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뭐지?’ 집에 돌아와 그 동안 쓴 글들을 돌이켜 읽다가 문득 단어나 문맥의 나열 순서, 또한 말하는 방식에서 그 때까지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 당시 거북하고 불편했던 마음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림책 작가 한성옥의 그림 읽기〉였던가. 읽을수록 숨차지는 급한 표현이나 복잡한 문맥 안에서 나의 강박과 불같은 성정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훨씬 먼저 밝히 보였을 터이니 그렇게 말할 수밖에. 이 후에도 《열린어린이》와 그는 계속 나를 견뎌 주었고, 내게 글쓰기를 요청해 추천사를 쓰는 이 순간까지 까칠하고도 고마운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 기회에 그에게 정식으로 배꼽인사 드린다.

그 후 십여 년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살았다.

2016년 6월 13일 〈그림책협회〉 발족으로 한국 그림책 판의 대표 창구가 열렸다. 2018년은 여러 곳에서 여러 30년을 기념하는 해였는데 1988년에 태어난 한국 창작 그림책의 효시 《백두산 이야기》도 30살이 되던 해였다. 여러 해 동안 대한의 정체성을 품고 또 품고 있다가 1988년에 태어난 《백두산 이야기》가 서른 살이 된 이 시점에, 지금까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우리 그림책 30년의 삶을 차근히 살펴보고 싶었다.

암울한 시대의 아픔을 품고 태동된 우리 그림책, 예나 지금이나 척박한 환경에서 꿋꿋하게 대한민국의 삶을 부지런히 담아가며 눈부시게 자라고 있는 성장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대한민국의 삶과 그림책이, 우리의 삶과 그림책이 어떻게 함께 잇대어 어우러져 지금 우리 곁에 이렇게 함께 게 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그 자리에서 열심히 꽃 피워 준 우리 그림책에게 아낌없는 물개박수를 모두 함께 쳐 주고 싶었다.

이 마음을 함께 하여 덥석 이 고단한 여정에 참여한 조원경 그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열린어린이》에서 다 못 만났던 그를 이 여정에서 다시 만난 것이 내겐 큰 기쁨이고 선물이었다. 원고료 몇 배 되는 사비를 들여 자료를 구입하며 대한민국 사회를 펼치고 그림책과 함께 엮는 어마무시한 작업을 하면서도 부족하다 미진하다 노래 부르는 그를 바라보면서 사랑이 가는 길과 그 힘을 확인한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시대와 함께 고른 그림책의 소개 글을 보고 있자면 아픔을 보듬고자 하는 필자의 따스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그 그림책을 직접 만나고 싶게 될 것이다. 30살 한국 그림책! 앞으로 더 넓고 깊고 크게 자라기를,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의 벗이 되어 함께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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