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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지키는 여성운동 2 - 한국의 여성건강 운동

기획 [의료, 젠더를 말하다] 19 건강미디어l승인2019.03.13l수정2019.05.2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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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NO 다이어트 NO 성형

한국여성민우회는 한국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며 2004년부터 ‘내 몸을 사랑하자, 내 몸의 주인은 나’, ‘노 다이어트 노 성형’ 운동을 펼쳤다. 여성들의 경험을 모아 <뚱뚱해서 죄송합니까>를 출판하여 많은 공감을 샀다. 민우회의 건강운동은 미디어 감시와 결합해 문제가 되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성과를 올렸는데 대표적인 것이 <지상파 미인대회 중계 중단>과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렛미인 폐지 운동>이다. 1972년부터 지상파를 통해 전국에 중계된 미스코리아 대회는 온 국민이 안방에 둘러앉아 수영복 차림의 여성의 몸을 관람하고 사이즈를 평가하는 폭력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오랫동안 문제 제기를 받았던 미인 대회는 1996년부터 수년간 토론회와 시위를 거쳐 2002년 미스코리아 대회를 지상파에서 퇴출시키게 된다. 또한 IMF이후 일차적인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의 대상이 여성인 상황에서 2000년도 초 케이블 방송에는 <도전 신데렐라>나 <스타 메이커>등의 성형 프로그램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렛미인>이 큰 인기를 끌며 성형을 더욱 부추겼다. 민우회와 여성 단체들은 2015년 ‘1시간짜리 성형 광고-TV 성형 프로그램 그만!’ 을 외치며 렛미인 폐지 운동에 집중하였다. 서명 운동과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서 제출 등 성형 산업과 뷰티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캠페인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미용 성형 포맷의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겠다는 발표와 방송 폐지를 이끌어내었다.

이밖에도 민우회는 난자 채취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2006), 여성 건강 정책 및 방향 모색을 위한 여성건강포럼(2007), ‘당신이 생각하는 낙태는 없다’ 토론회(2011), ‘산부인과 바꾸기 프로젝트’ (2012), <뚱뚱해서 죄송합니까> 책 발간 (2013), 아픈 여자들의 일상 복귀 프로젝트(2014), ‘해보면 프로젝트: 외모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일주일 살아보기’ 등 외모 지상주의 사회를 조장하는 미디어와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성 건강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탈코르셋 운동

2018년 초부터 10대와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탈코르셋 운동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되고 있다. 여성의 체형 보정 속옷을 뜻하는 ‘코르셋’이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규범이라고 보고 탈코르셋은 짙은 화장과 날씬한 몸매, 제모, 긴 생머리 등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의 외모와 규범에 대한 거부와 저항으로 시작되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탈코르셋_인증’ 해시태그를 달고 화장품 파손, 자른 머리, 브래지어 안하기, 겨드랑이 제모하지 않기 등을 실천하고 인증 사진을 올리는 등의 대중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탈코르셋은 오랫동안 여성의 외모에 가해졌던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억압을 벗어던지고 현실에서 다양한 몸과 외모를 지닌 다양한 여성의 삶을 인정하고자 하는 문화운동이다.

탈코르셋은 1968년 미국에서 미스 아메리카 대회장 밖에서 대회를 반대하는 여성들이 자유의 쓰레기통에 치마와 속옷, 인조 속눈썹 등을 버린 퍼포먼스와 유사하다. 이 운동이 2015년의 메갈리아의 미러링과 2016년 강남역 10번출구 여성 혐오 살인 등으로 확산된 젊은 여성들의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운동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한국은 녹색소비자연대의 조사에 의하면 여자 초등학생 42.7%, 중학생 73.8%, 고등학생 76.1%가 색조 화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년 20%씩 성장하는 화장품 시장에서 10대 뷰티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도 커지는 것은 더 일찍 더 많이 화장하고 꾸미는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여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남학생과의 신체 활동의 차이가 벌어져 중고등학생은 남성의 절반도 되지 않는 신체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다이어트 등으로 20대에 만성적인 빈혈이나 위염, 변비 등 건강 장애를 앓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탈코르셋은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으로 시작되었지만 보여지고 평가받는 몸이 아닌 건강하고 활기찬 건강의 목표와 연관된 자발적 대중운동이 될 확률이 높다. 또한 어떤 건강 프로그램에도 반응하지 않았던 10대와 20대가 이 운동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여성의 외모 치장이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노동이자 의무라는 비판에서 시작되었지만 탈코르셋은 여성들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아침에 화장을 하지 않고 여유롭게 등교를 준비한다. 바지를 자주 입고 남자애들처럼 다리를 벌리거나 어깨를 펴는 등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방식으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경향신문 2018년 5월 31일자
 
한편에서는 탈코르셋을 강요하거나 또 다른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우려를 염두에 두고 탈코르셋 운동이 여성의 신체 활동을 장려하고 성역할을 탈피하여 다양한 여성의 몸과 마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여성건강에 매우 의미있는 기여를 할 것이다. 


유방암 DOWN DOWN - 그린 리본 캠페인

여성의 건강에 대한 연구는 주로 임신 출산과 완경, 자궁과 유방 등에 집중된다. 2000년도에 모유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었을 때도 여성의 건강보다는 모유를 먹는 아이들을 더 걱정했고 여성들은 오염된 몸에 대한 죄책감과 공포에 시달렸다. 자신의 건강을 걱정할 틈이 없었다. 최근 낙태죄 논란에서처럼 여성의 유방은 모유 수유를 위한 수단이고 자궁은 출산을 위한 집인 것이다. 여성은 몸의 일부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연결된다. 그러나 실제 여성의 몸은 환경오염에 가장 취약하고 가장 먼저 아프다.  

핑크 리본 캠페인은 대표적인 유방암 캠페인이다. 1991년 유방암 생존 여성들에게 달리기 대회를 열었던 주최측이 핑크 리본을 나눠주면서 유래한 이 캠페인은 유방암에 대한 인식개선과 조기 검진 등 사회적 관심을 촉발했다. 매달 10월이 되면 유방암 캠페인에 후원하는 기업들의 핑크 리본 물결이 넘치고 한국 사회에서도 화장품 업체가 설립한 재단 등을 통해 연구와 행사 개최, 기금 마련 등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있지만 과잉 검진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마켓팅 역시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한국은 유방암 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전, 서구식 식생활, 늦은 출산과 짧은 모유 수유, 흡연 등과 에스트로겐 증가와의 관련성을 말하지만 절반 정도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성환경연대의 그린 리본 캠페인은 검진 중심의 예방보다 생활 속의 유방암 증가 요인을 찾아내어 사전 예방의 원칙에 따라 미리 조심의 생활습관을 확대하는 운동이다. 농약과 첨가물, GMO로 오염된 먹을거리 생산을 중단하고 환경 호르몬 등이 방출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화장품과 세제 등 매일 사용하는 위생용품 등으로 인한 지속적인 노출을 줄여나가는 여성 건강 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이 개인의 선택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고 생산과 유통을 제어하는 법과 제도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편에서는 유방암을 증가하는 물품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한쪽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려는 개인적 노력을 부추기는 모순된 악순환이 반복된다. 유해 화학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회적 규제와 합의, 생산과 유통단계에서 대안 물질을 찾고 저감하려는 노력과 여성의 건강을 지키려는 사회의 노력이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생활 속 유해 화학물질 없애기

여성환경연대는 2005년도에 젊은 여성들이 땀냄새 제거제로 사용하는 데오도란트 속의 프탈레이트 검출 실험을 발표하였다. 이후 식약청은 화장품법을 개정하여 DBP(디부틸프탈레이트)와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의 화장품 원료 사용을 금지하게 된다. 2006년에는 비타민C 음료 속의 벤젠 검출 실험을 하여 비타민C와 안식향산나트륨이 만나 벤젠을 생성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약청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였고 기업들의 시정 조치로 현재는 비타민C 음료에 안식향산나트륨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2007년에는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를 주장하며 화장품 사용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개선과 각종 화학물질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기업의 참여를 이끌고자 노력했다. 전성분표시제가 실시된 이후에 보니 여성들이 성분 표시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손쉽게 온라인으로 화장품 성분을 확인하고 유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제공 사이트도 만들었다. 2017년에는 화장품이나 치약 속의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뿐 아니라 바다 생물을 통해 다시 사람의 몸에 들어온다는 밝혀 미세 플라스틱 사용금지를 이끌어내었고 여성들의 미용용품의 하나인 네일아트 용품에서도 다량의 환경 호르몬 물질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이러한 일련의 운동들은 일상 속에서 손쉽게 저렴하게 사용하는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들이 우리의 건강에 때로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각심과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용을 자제하는 시민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이 함께 가야함을 보여준다.

여성환경연대는 의식주 전반에 걸친 환경 건강 전반의 정보 제공과 실제적인 지역사회 다양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건강 교육과 실천을 주도하는 활동을 했다.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굿바이 아토피’ 등 아토피 어린이 지원 사업을 펼치거나 ‘대사증후군 다운’ 과 같은 특정 연령의 생활 속 건강 사업 등 사회적 약자를 발굴하여 대중운동으로 전개하기도 하였다. 여성건강은 단지 남성과 여성의 차이뿐 아니라 여성 집단 내에서의 계층, 세대, 지역, 노동 등의 차이에 민감해야 보이는 영역이다. 각 여성들이 생애주기별로 사회경제적 위치와 지역과 직업의 차이로 다른 건강상의 문제와 욕구를 보인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건강은 이러한 차이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환경건강은 80년대 중반 사회적 문제로 드러났던 물질 유출 중심의 환경사안에서 일상의 묹로 변화되고 있다. 공해병으로 대표되는 온산병, 골프장 제초제, 낙독강 페놀 유출의 대부분의 피해자는 임신부와 여성,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환경건강문제는 아토피와 화학물질 민감증, 성조숙증 등 일상에 파고든 물질들로 대체되었고 위험은 장기화되고 일상화되고 있다. 2011년에 드러난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값싸고 편한 일상용품의 화학물질이 치명적인 결과를 드러내기 때문에 이에 관해 사회의 인식과 규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나 고속도로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 각종 맹독성 세제에 노출된 청소 노동자, 네일아트 노동자의 네일용품과 작업 환경, 여성 농민과 농약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특정 여성 노동과 만났을 때 발생하는 건강의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더 많은 관심과 연구, 사회적 공론화와 대안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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