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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지키는 여성운동 1 - 여성의 건강은 안녕한가요?

기획 [의료, 젠더를 말하다] 18 건강미디어l승인2019.03.13l수정2019.05.1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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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1. 여성의 건강은 안녕한가요?

내 주변에는 온통 아픈 사람들이다. 여든을 넘긴 시부모님은 물론이거니와 완경을 전후로 한 또래의 여성들은 만나면 건강 얘기가 주를 이룬다. 완경 증상은 다양하다. 불면증과 안면 홍조, 관절염, 우울증 등 생생하다. 50대에는 이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서로 격려하면서 온갖 의료정보와 민간요법과 심리적 지지 등이 오고간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주변의 젊은 여성들이 아픈 것을 흔히, 자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유방암도 자주 만나고 자궁이나 기타 질환도 흔하다. 여성들은 늘 만나면 운동을 해야 한다고 걱정하지만 좀처럼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여성은 흔히 가족의 건강의 책임져야 한다는 성역할이 부과되어 자신의 건강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보살필 여유를 갖지 못한다. 건강을 위해 매일의 균형잡힌 식사와 건강보조식품, 위생환경을 위한 청소와 정리정돈 뿐 아니라 가족의 크고 작은 질병의 예방과 간호 까지 대개 여성의 몫이다. 여성은 자식이나 가족의 질병이나 장애를 자신의 탓으로 여기기까지 한다. 아토피아이를 둔 어머니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여성은 의료에 가장 밀접한 당사자이지만 의료와 과학의 주체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여성의 몸을 불완전하고 열등한 것으로 인식해 왔고 국가의 필요에 따라 출산을 통제하거나 장려해야 하는 인구조절수단의 대상이 되곤했다.

여성주의는 이러한 여성의 성역할과 여성 몸에 가해지는 억압에 의문을 품으며 여성의 몸을 다시 보기 시작하였고 여성 몸의 다양성, 자유와 존중을 꿈꾸기 시작하였다. 서구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여성건강운동의 목표가 ‘Know Your Body, Our bidies, Our Selves' 라는 구호였다.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주체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지자는 운동이다. 피임이나 인공유산의 권리부터 여성의 지혜와 경험을 중시한 여성중심의 대체의료까지 확대되었고 여성건강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강조하였다.

의료는 우리가 아플 때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건강하게 또는 건강하지 않게 하는 것은 상당부분 우리가 매일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있다. 즉 무엇(얼마나 오염되지 않은 음식물)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하며, 얼마만큼 휴식을 취하고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술, 담배, 각종 약물을 얼마나 복용하고 우리의 일자리가 얼마나 안전 또는 위험하고 성폭력의 위협과 실제 경험을 얼마나 하는가 등에 달려있는 것이다. (보스톤 여성건강서적공동체운동)

한국에서도 여성건강운동은 환경오염의 피해자운동에서 출발해 점차 인구조절의 수단으로 여성의 몸을 취급했던 국가와의 싸움,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젠더폭력에 대한 문제제기와 돌봄노동의 저평가에 따른 여성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문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문제제기와 가부장적이고 상업화된 의료화에 맞선 대안적인 건강공동체운동 등 점차 통합적인 관점 을 지향하며 확산되고 있다. 여성의 역할은 육아와 가사라는 성역할과 신자유주의의 생산성있는 노동자 사이의 갈등에서 갈등하고 일상적인 저임금 돌봄노동의 작업환경에서 성차별을 경험하고 미세먼지, 유해화학물질 등의 환경오염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고 외모평가를 내면화한 평생에 걸친 다이어트로 몸과 마음이 쉴 틈이 없다. 전쟁터같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남느라 스스로를 돌볼 겨를이 없는 여성은 그래서 많이 아프다. 여성건강운동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절실하게 가장 치열하게 펼쳐야 할 사회운동이다.

 

2. 한국의 여성 건강 운동

1986년 건강에 관한 최초의 국제적 선언인 오타와 건강증진 헌장에서는 건강을 위한 필수 조건과 자원으로 평화, 쉼터, 교육, 소득, 안정적인 생태계, 지속적인 자원활용, 사회 정의와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건강은 단순히 신체적 안녕 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안녕을 포함하는 것 이상이 선취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보건의료정책은 질환과 음주, 흡연, 운동 등 개인의 행태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여성건강은 모자보건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적 요인은 아직 정식으로 다뤄지지도 않고 지역보건의료계획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몸은 자아 정체성을 위해 수행되는 프로젝트가 되고 있다. 출생과 함께 몸은 여성과 남성으로 분류되어 성별화된 공간과 시간을 통해 가족과 사회 속에서 몸을 구성해간다. 여성의 건강은 삶과 노동, 기대물과 사회적 역할 등의 성역할 등의 총체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진행된 여성건강운동은 비가시화된 여성의 월경에 대한 문제제기와 다이어트와 성형, 코르셋에 대한 문제제기, 환경과 여성건강의 문제, 조직된 생협 등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월경, 내 몸이 증거다

여성은 대략 40여년에 걸쳐 약 500회의 월경을 한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의 월경을 더럽고 부끄럽고 공공연히 말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도록 하고 월경하는 여성들을 차별하거나 월경 자체를 가시화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단체들은 월경페스티벌을 통해 월경에 대한 사회의 통념을 비판해왔다. 2017년부터는 한국에서도 월경의 날 캠페인을 5월 27일(5일간 27일주기로 한다는 세계적인 기념일)에 진행하고 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역시 여성의 월경에 대해 이해하고 당당하고 건강하게 월경을 공론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여전히 일회용생리대를 살 때 마트에서 검은 봉투에 싸주고 여성들은 월경중인 것을 숨겨야 한다. 부끄럽고 더럽다는 인식도 강하다. 이러한 인식은 월경하는 질이 더럽다는 인식으로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깨끗하여 세정해야 한다는 잘못된 청결인식으로 이어지고 생리대는 티나지 않도록 얇고 흡수가 잘되는 상품개발로 이어진다. 그 결과 더 많은 여성들이 생리통과 원인모를 각종 자궁질환을 경험하고 있지만 여성의 생리통이나 생리주기 변화에 대해 현재 의료는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거나 해결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

2000년도 초반부터 여성환경연대, 여성민우회, 생협, 피자매연대 등의 여성들은 일회용생리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면생리대쓰기 운동을 벌였다. 동시에 생리휴가제나 생리공결제 등은 여성의 월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여성의 건강을 위해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기본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사회는 여성이 월경 중에 쉬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생리휴가제는 주 5일제가 되면서 사라졌고 생리공결제도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 2018년 월경페스티벌은 ‘어떠한 피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는 표어로 장애여성과 소수자, 완경 등 다양한 여성들의 월경경험을 말하고 드러내었지만 성장중심의 사회가 여성들의 자연성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7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80%넘게 일회용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일회용과 탐폰, 월경컵 등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회용생리대는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흡수체와 형광증백제, 표백제, 농약 등의 화학물질이 생리통과 피부습진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뿐 아니라 쓰레기발생으로 인한 환경오염문제가 발생한다. 2016년에는 저소득층 청소녀가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깔창생리대를 쓴다는 보도가 알려지면서 생리대의 가격문제까지 제기되었다. 외국에 비해 훨씬 비싸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의 문제제기에 의해 2004년도에 부가가치세가 면제되었으나 10대 청소녀의 약 8만~10만 명이 저소득가정의 청소녀라는 점과 현물급여 어디에도 생리대 항목은 없다고 한다. 매월 1만원 이상의 생리대 가격이 청소녀들에게는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부랴부랴 정부는 생리대 무상지원정책을 마련하였다.

면생리대를 쓰면서 많은 여성들이 월경이 불편하고 더럽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몸 상태를 알게 되고 생리통 증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월경은 실패한 임신이 아니라 한 달에 한번 여성의 몸을 정화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나 의료적으로도 생리통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왔다. 2008년 SBS의 고혜미PD가 ‘환경호르몬의 습격’이라는 다큐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생리통이 극심했던 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과 농약 등 환경호르몬의 유입을 차단하고 면생리대를 사용함으로써 생리통이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이어 2017년 ‘바디버든’이라는 다큐를 제작하여 체내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여성들은 일회용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 식약처가 관리하는 의약외품으로 현행법상 생리대관련 규제항목은 폼알데이하이드, 색소, 형광물질, 산알칼리 정도이고 여성들은 일회용생리대에 대한 검증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했다.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김만구교수는 2017년 3월 10종의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Ss)을 조사하여 거의 모든 생리대에서 스타이렌과 톨루엔 등 여성생식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22종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게 되었고 가장 많은 부작용을 호소했던 제품의 피해제보를 모은 것을 계기로 생리대문제는 큰 사회문제가 된다. 여성들은 생리대공동행동을 조직하여 모든 피해 여성들에 대한 역학조사와 휘발성유기화합물뿐 아니라 다이옥신과, 농약 및 중금속 등 모든 제품의 전성분 조사와 기준마련을 요구했다. 많은 여성들이 일회용생리대 사용과 생리통 증가, 생리혈 감소, 생리주기 변화 등의 문제를 경험하는데 정확한 인과관계에 대한 조사나 연구 등이 시행된 적은 거의 없다. 아픈 여성은 있는데 원인은 모른다는 것이다. 여성의 난자로 복제인간까지 만든다는 생명공학은 발달하면서 여성들이 겪는 일상의 고통에 대해서는 어떤 과학적 탐구도 의료적 연구도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여성의 출산만 중요하고 여성의 건강과 고통에는 무관심한 현실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뒤늦게 식약처는 건강영향평가 및 휘발성유기화합물 전수조사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조사 결과를 축소발표하고 생리대업체는 문제제기한 단체에게 피해소송을 거는 등 안전한 생리대에 대한 여성들의 요구는 높은 벽 앞에 서있는 상황이다. 여성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월경할 권리, 누구라도 월경을 여성의 권리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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