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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의 여성 건강권 3 - 여성 노동자가 건강해야 하는 이유

기획 [의료, 젠더를 말하다] 16 건강미디어l승인2019.03.07l수정2019.05.1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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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3. 여성 노동자가 건강해야 하는 이유

1) 산재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427,225개의 사업장에서 18,431,716 명의 노동자가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으며 일했다. 이 가운데 90,656명이 산재보험 제도의 급여를 받았다. 1,777명은 일을 하다 사망하였고, 81,548명은 일을 하다 부상을 입었다. 7,068명의 노동자는 직업병 진단을 받았다. 산재보험 요양은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받아야 보험이용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건설업, 제조업, 운수·창고·통신업, 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다. 직업병을 제외한 물리적 사고에서 보자면 건설업에서 떨어짐, 제조업에서 끼임, 운수·창고·통신업에서 교통사고, 기타 사업에서는 넘어짐이 많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기타 사업이라는 것이 묘하다. 서비스업으로 지칭되는 도·소매업,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 음식·숙박업이 기타 사업에 포함된다고 한다. 여성 노동자가 많은 업종이 산재보험 통계에서는 ‘기타의 사업’으로 발표되고 있다.

제조, 건설, 운수·창고·통신업에서 산재를 입은 노동자들은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요양하는 노동자가 32~40%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기타의 사업’에서는 1개월에서 3개월까지 요양을 한 노동자가 34%라고 한다. 웬만한 중상자가 아니고서는, 산재보험 이용을 하지 못(않)한다고 유추할 수 있다. 

위 9만여 명의 산재보험 통계 전체에서 보면 남성 노동자가 80%, 여성 노동자가 20%다. 여성 노동자 18,039명이 산재보험을 이용했다.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 교육서비스업, 건물 관리사업, 식료품, 섬유, 화학, 금속 제조업, 건설업,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많다. 

2016년에 사망한 1,777명 노동자 가운데 여성은 78명(4.4%)이다. 제조업 24명, 건설업 9명의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였고, 보건 및 사회복지 등이 포함된 기타의 사업에서 39명의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특히 성별이 남성인 노동자들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환경에서 더 많이 일한다. 물리적으로 노동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다치고 사망하는 노동자는 30인 미만을 고용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50세 이상의 남성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2016년 사망한 78명의 여성 노동자에 대하여 드러나지 않은 여성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추적기가 쓰여질 필요도 있을 것이다. 

현재 노동자가 일을 하다 ‘아프다’고 말하는 것에 대하여 법제도적으로 보호해 주는(사회보험에서 요양 급여를 주고) 시스템은 산재보험인데(이 제도는 앞서 메탄올 중독 사례에서 말한 판정시스템을 거쳐야 하기에 매우 높은 장벽을 갖고 있다는 점은 따로 논해야 한다), 남성 육체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여성 노동자들은 적게 이용하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하다 사망하는 (남성)노동자가 너무 많은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 어느 쪽의 노동자들이 덜 억울해하고, 덜 공격적이면서, 연대하고 걱정해 줄까. 노동환경이 더 좋아져야 하는 이유는 많지만, 위험한 노동을 강요하는 구조적인 불평등과 그 결과인 사망 뉴스를 날마다 보게 되는 사회보다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에서 더 많은 인권과 평등이 수용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 차에 우연히 인터넷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2005년 기사 ‘여성 산재 발생률 낮은 이유’ 라는 짧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았다.

‘직장에서 타자 치고 커피 타고 수다 떨다가 손가락 골병들 확률이 더 높을까요 아니면 현장에서 넘어져서 멍들고 부러질 확률이 더 높을까요?’

‘남자도 똑같이 여성 노동자처럼 만성 질환, 골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수두룩하지만 그거보다 더 심하게 다치거나 죽는 경우에 산재로 잡힐 뿐인 건데 그걸 마치 남성 노동자의 건강권만 보장되어 있다는 식으로 해석을 하다뇨. 산재 사망자 성비가 97:3 수준인데 언급하신 여성 질환에 의해 여자들이 남자들처럼 죽어가나요? 남자들처럼 죽고 다치는 환경에서 일하지 않으면 감사한 줄 아세요.’

직업병 현황 가운데 여성 노동자의 노동과 건강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겠다. 정부는 직업병을 화학물질 중독 등으로 인한 직업병 2,234명이었다고 밝힌다. 그리고, 1천 8백만 명이 넘는 노동자 가운데 5천6백여 명이 근골격계 질환, 요통으로 산재 요양 급여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정부는 2015년 대비 237명이 감소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동을 하면서 어깨, 팔, 손가락이 저리고 아프고 마비되고, 허리가 아픈 노동자가 전 해에 비해서 237명이 감소하였다, 보고서에 적시하고 있다.

이 기묘한 숫자조차 남성 노동자 84%, 여성 노동자 16%를 가리키고 있다. 여성 노동자가 받은 직업병 진단 이름을 몇 가지 보자면 진폐 17명, 소음성 난청 5명, 직업성 피부 질환 7명, 직업병 암 2명, 뇌혈관 질환 38명, 수근관증후군 66명, 근골격계 질환 403명, 요통 55명 등이다.  

이 정도까지만 살펴보는 게 좋겠다. 산재보험 이용률을 정부는 산재 발생 통계처럼 사용하는데 이는 산재 발생률을 낮아 보이게 하고, 정부의 정책 실패를 가려주는 마법의 아이템이다. 어느 사회보험이든 사각지대가 있고, 보험 이용의 진입 장벽이 있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산재보험은 노동자의 보험 이용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철저한 ‘신청주의’에 기반해 제도를 운영하기에 ‘신청’을 할 것인가부터 노동자들은 고민하기 마련이며 대다수는 신청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실정이다.

200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이면서 건강보험의 치료를 받는 노동자가 107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한 바 있다. 지난 해 산재보험을 이용한 노동자가 9만여 명인 것을 보면 최소 정부가 주장하는 것보다 한해 10배 이상의 노동자가 산재, 직업병을 겪고, 개인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성 노동자가 저임금으로 일하는 비율이 더 높고,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일하는 비율도 더 높기 때문에 직장 안에서 발언권이 더 낮다고 볼 수 있고, 산재보험 신청을 포기할 확률도 더 높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산재보험 이용 통계 안에 여성노동자가 너무 적다.  

2) ‘불건강한 건강 행태’로 비난받는 ‘직장 여성’과 2017년의 여성 노동자들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부의 노동 정책을 보면 여성 노동자 건강에 대한 정책은 한결같이 ‘임신’, ‘출산’에 대한 것이다. 1970년대 생산직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부녀복지 정책을 보면, 순결 교육, 임신, 출산, 가족계획에 대한 교육이 주를 이룬다. 여성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유해한 환경이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준다고 할 때 이슈화가 쉽다. 독성물질이나 교대근무가 그러하다. 특정 업종, 직업에서는 유산, 순번제 출산 강요 등의 문제가 대두된다. 여성이 일하기에 나쁜 사업장, 노동조건이 안 좋은 기업을 꼽을 때도 임산부에게 퇴사를 강요하거나 둘째 아이 계획이 있는지 묻는 기업이 비난받는다. 가임기 여성, 재생산을 기대받는 여성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여성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임신과 출산 외에 여성 노동자의 건강 문제라고 전문가들이 꼽는 주제는 거의 비슷하다. 감정노동, 업무 스트레스, 근골격계 질환 등이다.  

2005년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공단> 이 펴낸 ‘직장 여성의 건강 관리’ 에는 여성 노동자들의 생애주기별 건강 행태를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조금만 소개해 드리겠다. 

미혼기 직장 여성은 흡연율과 음주율, 아침 식사 결식율이 전 생애주기 중 가장 높아 건강 행태가 좋지 않고 스트레스, 우울 등의 증상 호소율도 높은 시기이다. 또한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생애 주기 중 가장 낮아 자신의 건강에 대한 과신과 아직 젊어서 건강과 건강 관리의 중요함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불건강한 건강 행태를 낳을 우려가 있다.

출산 양육기 직장 여성은 미혼기 직장 여성에 비해 전반적으로 건강 행위가 조금 나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이 시기에 결혼이나 양육 등으로 사회적, 가정적으로 부여받은 역할로 건강에 대한 책임감이 증대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가사 노동과 직장 생활의 병행으로 자신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아직도 높은 제왕절개 분만율과 인공임신 중절 경험율, 낮은 모유 수유율 등은 향후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고 10대 만성 질환에 근골격계 질환이 등장한 것이 눈에 띄는 시기이다.

출산을 하기 전 미혼일 때는 ‘불건강한 건강 행태를 갖고 있다고 힐난하며, 출산 후에는 모유 수유율이 낮다고 꾸짖고 있다. 여성 노동자의 건강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가. 건강한 노동 인력의 확보
○ 건강한 여성 노동력의 공급
○ 질병으로 인한 결근의 감소
○ 원활한 직장 생활로 높은 생산 효율 기대
나. 건강한 미래 인력 양성
○ 미래 세대의 보다 건강하고 창의적인 노동력 확보
  - 자궁 속의 환경이 평생 건강의 뿌리가 됨
다. 사회적 비용 감소
○ 산업재해 등으로 인한 사회 비용 절감
○ 미숙아 및 저체중아 출산으로 인한 의료비 절감
라. 건강 증진으로 보다 높은 삶의 질 향상
○ 개인의 건강 증진으로 활력있고 풍요로운 생활 영위

여성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출산, 미래의 노동력을 생산하는 ‘자궁’에 집중되어 있다. 마지막에 한 줄 삶의 질을 넣었지만 궁색하다. 십 수년이 지난 지금 다른가? 미투 운동 등이 여성 인권 운동의 새 장을 열고 있지만 여성, 여성 노동자를 도구로 수단으로 보는 가부장제 시스템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정부 당국이 어떻게 보든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정경은 연구위원은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 분석을 통해서 2017년의 여성 15대 직업을 뽑아내고 임금, 노동 조건을 살펴보았다.

2017년 상반기 전체 노동자는 19,779,000명이라고 하고 남성 15대 직업과 여성 15대 직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합치면 10,271,000명이라고 한다. 종사자가 많은 순서로 여성 15대 직업을 1위부터 15위까지 보겠다. 경영 관련 사무원, 매장 관련 종사자, 회계 및 경리사무원,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주방장 및 조리사, 사회복지관련 종사자, 의료복지관련 서비스 종사자, 음식서비스종사자, 음식 관련 단순종사원, 문리·기술 및 예능강사, 제조관련 단순종사원, 학교교사, 간호사, 보건의료 관련 종사자, 행정사무원이다. 15개 직업의 여성노동자는 552만8천여 명이다. 15위 순위를 5년 전에 살펴볼 때는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2017년에 순위 안으로 들어온 직업은 간호사, 보건의료 관련 종사자, 행정사무원 이다.

여성 15대 직업 종사자 550만여 명을 포함한 전체 여성 노동자 872만여 명에 비추어, 2016년 18,039명의 여성노동자가 산재보험을 이용했다는 것은 여성 노동자의 인권, 건강권 수준이 얼마나 척박한지 말해준다는 것 외에 무엇을 덧붙일 수 있을까. 

▲ 2017년 여성 15대 직업과 산재보험 이용 현황

직업을 갖고 있는 모든 노동자가 아픈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픈 것도 사실이다. 환경과 구조를 떼어놓고 건강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여성 노동자가 아프고 다친 경험이 양적으로 측정된 수가 더 필요하다. 그 가운데 얼마의 노동자가 산재보험 이용을 시도했는지, 얼마의 노동자가 직업과 건강의 관계를 입증하지 못해서 ‘산재보험 이용 불가’ 처분을 받았는지 빈 칸이 채워져야 한다.

여성 15대 직업에는 고강도의 육체 노동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여성 육체 노동자들은 청소, 음식조리, 간병노동 같은 ‘골병’이 드는 노동을 한다. 직장 안에서 산재보험 이용 신청은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참을 만큼 참다가 산재보험을 넣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직장 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산재보험 이용 신청을 했는데 ‘산재보험 이용 불가’ 처분을 하는 사회보험 시스템과 보험운영기관인 근로복지공단, 노동부에 물어야 할 질문이 많다. 병원 진단서를 받아서 산재보험을 이용하고자 하는 노동자의 수가 터무니없이 적은 까닭은 무엇일까.

답의 일부는 여성 15대 직업 종사자 가운데 50%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이고,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 243만 원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직업이 11개에 이르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년 전에는 여성 15대 직업 가운데 13개 직업이 평균임금에 미달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다시 이 가운데에서 133만 원 이하의 저임금을 받는 여성 노동자의 수가 전체 노동자 평균(20.9%) 보다 많은 직업은 8개인데, 매장 판매, 청소와 환경미화, 주방장·조리사, 의료복지 관련 서비스, 음식 서비스, 단순제조업 여성들이다.

여성 15대 직업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나이는 30대 중후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특별히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63세, 주방장 및 조리사 49세, 의료복지관련 서비스 57세, 제조관련 단순 종사원 48세의 평균나이를 가리키고 있다. 청소, 간병, 조리사 등 육체노동 여성들의 나이가 높다. 비정규직이면서 임금이 낮을 때 ‘아프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 일을 하다 다치거나 아플 때 고용주의 대응은,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기기 전에 노동자를 정리하고 다음 대기자를 부르는 게 효과적이다.

최규석 작가의 <송곳> 4권에는 인력 파견 업체의 봉고차에 실려 전자부품 공장으로 가는 20대 여성 노동자가 화자로 등장한다.

일은 아무나 할 수 있을 만큼 단순했지만 아무나 견딜 수 없을 만큼 고되고 지루했다.
사람들은 무표정했고 불친절했다.
상관없었다. 난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을 테니까.
한 주가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바뀌어 있었다.

조장들은 매주 잘라야 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올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
“병원에서 한 가지 일만 계속하면 낫질 않는다네…
당분간 다른 업무로 바꿔주면 안 될까”

20대 여성노동자가 지켜보던 나이 많은 여성 노동자는 관리자에게 어깨 통증을 호소하다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문자를 받는다.

앞서 소개한 <직장갑질119>의 상담과 제보, 필자가 만난 여성노동자들이 여성 15대 직업의 현실의 반영한다. 여성 노동자들이 카톡으로 전송한 제보들은 예외적인 상황을 보내온 것이 아니었다. 우연히 시작된 개인적인 이야기 안에도 여성 노동자가 겪는 모순이 응축되어 있던 것이다. <직장갑질119>에 들르지 않은(못한) 여성 노동자들은 어디에 있을까. 질문을 만나지 못한 여성 노동자들은 언제 응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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