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여기 선생님들이 고마워서...몰래 주고 가려고 했는데..."

부천시 춘의동에 사는 올해 90세 정기선 할머니는 무대 앞으로 나오라는 요청에 연신 손사래를 치며 쑥쓰러워했다.

정 할머니는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 실천 활동에 참여한 분으로, 주최측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손수 짠 털수세미 20개를 가져와 이날 행사 중간에 전달식을 가졌다.    

부천의료사협은 12월 15일 원미어울마당에서 홀몸 어르신을 위한 예방 차원의 신체활동 지원 사업 '100세까지 팔팔하게 88일 프로젝트' 성과 대회를 겸한 졸업식을 가졌다.

프로젝트는 만성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갖고 있는 부천시 원미, 춘의, 덕유, 약대 등 4개 지역 90명 어르신들과 88일간 진행된 건강 실천 프로그램이다. 

조규석 순천향대 의대 교수와 부천요양병원 이준구 병원장과 이슬 진료과장 등의 의료인과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이 협력해 건강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민 활동가인 '건강리더' 25명이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함께했다. 

88일 동안 프로젝트는 주 2회 근력, 지구력, 평형성 운동을 하며 의사들의 건강상식 교육, 물리치료사 통증 교육, 치위생사의 틀니 등 치아 관리법, 영양사 식생활 교육 등으로 진행됐다. 

의료와 복지, 지역사회 시민이 연결된 '작은 커뮤니티케어 실험 모델'로 주목받은 프로젝트에 대해, 조규석 교수는 "3개월 동안 어르신들의 질환과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후원 기관인 경기복지재단의 지원은 끝났지만 프로젝트는 계속 될 것이다"고 말했다. 

▲ 부천의료사협 페이스북에 올라온 그림. "지역사회에서 건강하다는 것은 단지 몸이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활기차고 건강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 입니다."

이날 프로젝트 졸업식에서는 건강 실천 활동과 관련된 시상식이 있었다. 88일 동안 진행된 건강 수업에서 출결을 다룬 개근과 정근이 8명으로 가장 많았던 춘의마을이 '더불어실천상'을 수상했다.  

상지악력, 하지근력, 지구력, 평형성 등을 프로젝트 전후로 나눠 측정한 결과인 '체력증진상'에는 덕유마을이 선정됐다. 덕유마을은 이들 분야에서 평균 20퍼센트 상승된 결과를 받았다.

'행복증진상'은 원미마을의 차지가 됐다. 일반적 건강, 신체 기능, 정신 건강, 활력 등을 측정한 SF36 설문조사 결고, 100점 만점에서 50~60점하던 것이 평균 20점 이상 좋아졌다. 신체통증은 50퍼센트 이상 좋아진 성적표를 받았다.

어르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식사를 포함한 영양 상태를 측정한 '영양증진상'은 약대마을이 수상했다. 영양 교육은 식생활 개선 노력, 수분 섭취, 저염식 식사, 단백질  섭취 등에 대해 실시, 개선된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홀몸 어르신이 많은 이유로 식사횟수에는 62명 중 6명만이 증가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그동안 갈 데도 없고 집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갈 곳이 있어 좋았다", "여기 다니면서 더 활기차고 훨씬 나아지고 기분이 좋아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조규석 교수는 프로젝트를 마감하며 "병원에서 보는 환자와 마을에서 보는 환자는 느낌이 다르다"며 "어르신들의 병은 병원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젝트는 설날까지 당분간 방학을 맞지만 중간중간 다양한 프로그램은 계속된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 12월14일 100세까지 팔팔하게 88일 프로젝트 '팔팔한 졸업식'이 원미어울마당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