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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윤여운', 지역주민운동을 말하다

[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_11] 더불어내과 윤여운 원장 김기태l승인2018.10.12l수정2018.10.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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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가 '공익성 높은 의료'를 실천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활동을 소개한다. 다양한 활동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모습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을 향상하고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의료의 공공성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1회로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더불어내과 윤여운 원장을 만나 지역주민운동과 보건의료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진료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 평범한 의사들도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야죠. 너무 거창한 주제들만 이야기하면 진료 현장과 괴리감이 생기지 않겠어요." 

더불어내과 윤여운 원장은 사의련이 좀더 자신의 일터인 진료 현장에서 양심적이고 보편적인 것들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사랑이란 진료 프로그램이 있다. 시장 점유율 7~80퍼센트로 많은 의사들이 사용한다. 얼마전 새롭게 이지스(eGHIS) 프로그램이 등장했는데, 아주 잘 하고 있다. 여기엔 의사 한 명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450명에 달하는 의사 커뮤니티를 조율하는 사람인데, 아주 적절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적정 진료하고 환자에게 바가지 씌우지 말자, 외국인도 보험 수가로만 진료비를 받자, 이런 것들이다. 여기에 말 많은 의사들 누구도 반발하지 않고 따른다. 변화는 소수의 지도력도 있어야 겠지만 결국 다수가 서서히 움직여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사의련이 모범 사례뿐 아니라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배려가 있는 조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더불어내과는 사의련 회원 기관이다. 윤 원장은 사의련에 같이 하게 돼 "일단 외롭지 않다"며 다가오는 커뮤니티케어 시대에도 사의련이 선도적이고 실천적인 그룹뿐 아니라 일반적인 의사들의 호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더불어내과 윤여운 원장. 윤 원장은 지역주민활동의 기본은 '방향'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윤 원장은 스스로를 보건의료 운동보다 지역주민운동가라고 부른다. 10년 동안 자의반타의반으로 진료 현장에서 멀어져 있다 돌아오니, 지역에서 자신을 의사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는 우스개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현재 더불어내과는 2017년 9월 개원했다. 하지만 더불어내과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성동주민의원은 1992년 만들어졌다. 성동주민의원은 노동야학과 진료소를 운영하며 1986년 결성된 동부지역 보건의료인회 30명 회원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만든 의원이었다. 성동주민의원은 2008년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유가 좀 특이했다.

"북한에 가서 진료를 하며 공동체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군 단위 인민병원을 만들고 싶었다. 개성공단 진료를 나가던 파주병원에 가서 경험도 쌓았다. 이 기간에는 친구 병원에서 오전만 진료를 하고 오후엔 광진주민연대에서 활동하면서 지역주민운동과 끈을 놓지 않았다. 북한에 가기 위해 10년 정도 투자를 했는데 안 되더라. 그만두고 더불어내과를 개원하게 됐다."

윤 원장은 지역사회 사회적경제 단체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고 있다. 더불어내과의원 원장, 공유공간 나눔 운영위원장, 광진주민연대 공동대표, 광진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이 현재 그의 이름 뒤에 붙은 것들이다.

▲ 더불어내과 안내데스크 모습. 벽면에 '자기주도 건강관리를 돕는 우리 마을 주치의' 글귀가 정겹다.

먼저 더불어내과의원. 더불어내과는 앞서 밝혔듯 2017년 9월 개원했다. 더불어내과에 들어서면 안내데스크 벽면에 '자기주도 건강관리를 돕는 우리 마을 주치의'라는 글귀가 보인다. 

"자기 주도 건강관리는 말 그대로 환자가 건강의 주체라는 것이다. 현대 의학의 약물이나 수술 등 치료에서 벗어나 생활을 개선하는 것이다. 포괄적이고 전인적인 관리를 추구하는 주치의의 핵심은 '건강 코디네이터' 역할에 있다. 의원은 연결과 정보제공을 하는 마을건강 플랫폼 기능을 하고 의료인들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같이 모색해 보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여기에 오면 건강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더불어내과는 오전 8시 30분 진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는 오전 8시로 돼 있다. 개원 후 매일 30분 동안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에서는 "내원한 환자들에게 무엇이 됐든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자, 지역사회 일차보건의료 사업에 적극 참여하자, 공공에서 추진하는 보건의료 정책에 관심을 갖자"는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주치의와 관련해선 고민도 없지 않다. 윤 원장은 "주치의 실험을 하기로 결정하고 주치의 서비스 목록도 만들었는데, 주치의 등록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차별을 두는 게 과연 맞느냐는 생각에 부딪쳤다"고 말했다. 의료생활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그는 "여기에 많은 협동조합이 있기 때문에 다시 의료생협을 만드는 것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고 주치의처럼 조합원과 비조합원으로 차등을 두는 것이 의료라는 측면에서 합당한가라는 고민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공유공간 나눔은 얼마전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3개 부처가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돌봄·의료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이를 위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업무 협약을 체결한 곳이다. 공유공간 나눔은 가파르게 오르는 임대료에서 벗어나고자 시민단체들이 자금을 모아 매입한 공간이다. 지금은 건물 3층에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민동세 대표 개인 명의로 돼 있는데, 올해 11월 발기인 대회를 열고 내년 1월 설립 예정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소유권을 이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공간을 구성하는 단체에서 벗어나 조합원 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제 2, 3의 공유 공간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지금의 중곡1동에 위치한 공유공간 나눔은 자양동에 있던 건물을 매각하고 새로 마련한 보금자리다. 일명 '자양동 사옥'은 시민운동조직인 광진주민연대가 성동주민의원 매각 대금 2억7천여만 원과 임차 보증금 3,200만 원, 회원 출자금 2억 8천만 원, 은행 대출 5억 7천만 원 등 11억여 원으로 2010년 마련한 공간이었다. 그러던 중 2013년 지구단위 개발 도시계획안이 승인되면서 공간을 이전해야 했다. 수소문끝에 목욕탕 건물이었던 지금의 '중곡동 사옥'을 마련하게 됐다. 18억 원에 매각돼 약 7억 원의 차익을 남긴 자양동 사옥에 대해, 한 관계자는 "당시 시세로 25억 원 정도까지 매각할 수 있었는데, 시민단체가 그럴 순 없다는 주장에 막혀 개발조합에서 제시한 가격에 매각하게 됐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광진동 사옥은 광진주민연대 기금 6억 원, 입주단체 임차 보증금 7억6천만 원, 단기차입금 2억 3천 8백만 원, 은행 대출 23억 원 등 총 39억여 원의 자금을 들여 매입했다. 

시민단체에서 자기 건물을 갖는 건 반드시 이뤄야 할 숙원 사업처럼 여겨져 왔다. 그렇지 않아도 박봉인 상근자 월급은 못 주면서 월세는 꼬박꼬박 내야 하는 현실에 울분을 삼킨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원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물론 해마다 오르는 임대료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 울타리를 넓히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장에 나가서 지역주민을 만나야 한다. 가진 게 많아지면 과감한 시도가 힘들어진다. 굳이 말하자면, 우리같은 조직은 가능성이 낮은 것들에 도전하고 추구하는 벤처 기업인데 제대로 그 역할을 못해 낼 수 있다" 

은행 대출이 워낙 크다보니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도 걱정되는 대목이고 세금이나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더라는 속내도 있었다. 중곡동 건물은 원래 목욕탕 용도로 인테리어 비용만 6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초기 비용도 문제지만 건물의 유지 보수 비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공유공간 나눔에서 이뤄진 3개 정부 부처 협약식의 배경에는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돌봄)'가 있다. 커뮤니티케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10월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내년 6월 17개 시군구에서 선도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은 참여를 통해 지역주민을 주체로 세우는 데 있다. 우리의 주된 활동 지역은 자양동이었다. 이곳, 중곡동으로 이사오면서 주민과 관계 형성이 안 돼 있다. 우리의 경우, 많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함께하고 있어 기본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주민과 신뢰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이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 윤 원장은 중곡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중곡동을 당뇨안전마을, 치매안전마을, 돌봄안전마을로 만드는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주민과 함께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커뮤니티케어가 본격 궤도에 들어서면 더불어내과도 변신한다. 윤 원장의 표현으로는 '커뮤니티케어형 의원'이다. 현재 더불어내과는 평일엔 오후 5시까지, 수요일은 오전진료만 하고 있다. 개원초부터 진료실에서만 환자를 보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여기에 제도가 시행되고 의사 역할이 많아지면 더불어내과를 커뮤니티케어에 맞는 의료기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윤 원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단기그룹홈' 진료다. 병원에서 나와 바로 집으로 가게 되면 너무 많은 보건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 환자들은 퇴원 후 1~2달 이런 그룹홈에서 지내면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과 동시에 지역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것이다.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지역운동 전문가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커뮤니티케어를 단순히 혼자 사는 분을 케어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생각하지 말자. 거듭 말하지만 주민이 주체가 돼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운동으로 생각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마을사업을 하면서 시민들이 발굴된 경험을 갖고 있다. 여기에 동 단위 자치력을 올리는 계획도 염두에 둔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케어처럼 공공영역이라고 하는 것들은 정부에서 제공하고 시민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영역을 시민이 운영하고 만들어내는 주민자치이다. 이를 통해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일반적인 의사들의 커뮤니티케어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나왔다. 윤 원장은 요양원 촉탁의제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예로 들면서, 적절한 수가만 반영된다면 많은 참여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 원장은 스스로를 지역주민운동가로 말한다. 사실 주민을 주체로 세우는 활동은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활동가는 지원자, 촉진자 역할을 해야지 자신이 뜻하는 것을 펼쳐보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결국 주민이 어떠했느냐로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지역활동의 초기에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방향을 약간 틀면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방향을 유지하다보면 길이 보인다. 30년 지역활동을 해보니 시간은 걸려도 '되긴 되는 일'이라는 게 내 경험이다."

지역운동에 열심이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의사 윤여운'이 생각하는 의사와 환자에 대해 물어야 할 것 같았다.

먼저 의사. "본과 4년때 어떤 의사가 될 지 고민했다. 다들 존경해마지 않았던 슈바이처의 삶이 궁금했다. 그의 책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를 보고 생각은 바뀌어, '이 사람처럼 되지 말자'였다. 내가 느끼기엔 그는 20세기 성자가 아니라 선교 목적외에 현지인에 대한 어떤 인간적인 관심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오랜동안 머물면서 그 사람들의 언어를 익히려 하지 않았고, 그들을 주체로 세우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의사 윤여운을 지역운동에 열심인 활동가로 만든 환자는 누구였을까. "1986년 노동야학을 할 즈음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친척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학생이었는데, 귀여움을 한몸에 받았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야학에 안 나오는 거였다. 알음알음 알아보니 프레스기에 잘린 손가락때문이었다. 사고로 그런 것인데, 본인 입장에서는 부끄러웠던 것이다. 당시 야학에서는 산업재해에 대한 교육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만으로 되는 곳이 아니었다. 계속 부딪치고 싸워야 하는 현장임을 알았다. 지금까지 저에게 힘을 주고 계속 이 일을 하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다."

▲ 공유공간 나눔에는 지하 1층, 지상 5층에 14개의 사회적경제조직과 사업단이 입주해 있다.

*공유공간 나눔에는 총 4층에 14개의 사회적경제 조직과 사업단이 입주해 있다.

◆ 1층에는 자활기업인 더마실카페와 광진생활협동조합, 다온약국. 공유식당
◆ 2층에는 마을 주치의를 표방하는 더불어내과.
◆ 3층에는 광진구의 재가 요양 및 노인돌봄 서비스 공급 점유율 15퍼센트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 4층에는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광진주민연대, 광진구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지원센터, 찾아가는동주민센터추진지원단, 주거복지센터, '어르신 집에 주거돌봄, 영양돌봄, 정서돌봄, 요양돌봄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돌봄플러스협동조합' 등 8개 조직. 
◆ 5층에는 지역언론사인 디지털광진.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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