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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없는 나라'가 가능할까?

<자유가 치료다>을 읽고 건강미디어l승인2018.08.22l수정2018.09.2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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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없는 나라'가 가능할까?

김준석

정신병원 없는 나라가 가능할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 라는 대답을 제시하게 된 나라가 있다.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최초로 정신병원을 폐쇄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정신건강증진센터 운영을 시행한 나라이다.

정신병원 없이 정신 질환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의문이 들겠지만, 이탈리아의 정신 보건 개혁을 이끈 정신과 의사 바살리아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정신병원장으로 재임하던 당시의 이탈리아 정신 보건 의료 현장은 현재의 우리나라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법에 의해 정신 질환자들은 자발적 입원이 불가능했고, 당시의 정신병원은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해 위험이 있다고 여겨지는 정신 질환자들을 강제로 수용하는 시설이었다. 바살리아는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정신 질환자들의 탈수용화를 목표로 정신병원을 “치료의 시설” 이 아닌 개성과 자유를 상실하는 공간으로 정의하며 정신병원의 해체를 주장했다. 이를 시행시키는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그는 자신이 부임한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참여시키는 회의를 주최하고, 병원 내부 공간을 환자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파티를 개최하기도 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동들을 이어나갔다. 더 나아가 환자들을 중심으로 협동 조합을 결성하고, 결정적으로 병원 자체의 변화를 넘어 지역 사회에 정신 질환자들이 안착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지역 사회 보건 서비스의 기반을 닦는 등 많은 개혁을 이끌어냈다.

바살리아의 메시지는 이제껏 정신 질환자들을 간접적으로만 접해본 나에게도 명료하게 전해졌다. 그의 개혁 과정에서 큰 초점을 맞춘 부분이 정신 질환자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정 관념의 해소였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사회에서든 정신 질환자들을 지역 사회와 격리시키고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게 하는 바탕에는 깊은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다. 나 역시도 많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처럼 정신 질환자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바탕으로 암묵 중에 그들에게 낙인 찍고, 족쇄를 채워 격리시키는데 동조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두려움과 편견들이 정신 질환자들로 하여금 얼마 남지 않은 자유 의지 및 개성 마저 빼앗긴 채 삭막한 정신 병동에 구속되어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을 바살리아는 알려주고 있었다.

따라서 ‘자유가 치료다’ 라는 이 책의 제목은 바살리아법이 제정되던 1970년대의 이탈리아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에도 던지는 의미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 많은 정신병원들이 자리잡고 있고, 기도원을 비롯한 종교시설 등을 포함한 수용 시설에 정신 질환자들 수만 명이 ‘치료’ 라는 명목 하에 수용되어 있으며, 정신병원은 증가 추세에 있다. 해방 후 우리 사회가 걸어온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 변화는 정신병원의 증가와 정신 질환자들의 수용을 증가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회 발전을 저해시키고 건강한 사회 안녕에 위협을 가한다는 공권력의 판결에 따라서, 혹은 급속한 산업화의 물결에 와해된 대가족과 상실된 가족애로 인해 많은 정신 질환자들이 강제로 정신병원에 구속되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정신 질환자들은 위험한 사람들이고, 이들을 수용소에 가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자리잡게 된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은 ‘이력서에 빨간 줄 긋기’ 라고 생각하고, 메스컴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살인을 대서 특필하며 정신 질환자들은 위험한 사회 부적응자라는 경각심을 다시금 심어준다. 이처럼 정신 질환자들에 대해 차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우리나라에서 탈수용화는 분명 많은 반대에 부딪힐 것이나, 점차 시행되어 자리잡아야 할 정책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순한 치료를 넘어 재활과 회복을 목표로 해야 할 정신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는 기존의 강제입원과 격리 정책으로는 절대로 이뤄낼 수 없다. 또한, 정신 의학의 발전으로 정신 질환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른 약물 치료가 발전함에 따라 정신 질환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격리 시켜 놓고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외면하던 시대에서 환자가 충분히 의지를 갖고 약물 복용을 통해 상태의 호전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시대로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서 환자들을 격려해주고 포용해줄 수 있는 지역 사회 정신 보건체계 형성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생물학적인 치료는 아직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정신 질환자들의 탈수용화 및 지지기반 형성은 다가올 미래를 맞이할 현명한 의료 정책일 것이다.

한 가지 우려를 표하고 싶은 것은 대책 없는 탈시설화에 대한 걱정이다. 정신병원 없는 나라, 이탈리아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바살리아법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고, 수 많은 정신병원들이 동시에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트리에스테 지역 사회의 정신 의학 개혁을 이뤄내기까지, 바살리아의 뒤에는 지역 사회 행정 조직의 지원과 그 당시 일어났던 다른 많은 사회 개혁 운동들에 동반된 의식 및 태도의 변화가 바탕이 되었다. 이제껏 당연시 여겨져 왔던 정신 의학 치료 체계를 뒤집는다는 것은 단순히 법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지역 사회 시민들의 인식의 제고 및 여러 사회 부분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살리아법이 시행되고, 지역 정신보건 체계가 완전히 자리를 갖추고 정신 병원을 폐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신 질환자들의 탈수용화를 위해 서둘러 법을 제정하고, 지역 정신보건의료센터를 설치하는 것에 앞서 바살리아법이 한국 정신 의료계 현실에 맞게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의 탁상공론만으로는 정신 질환자와 일반인들 모두 상처받는 역효과만 날 뿐이다.

바살리아의 노력과 그가 꿈꿔온 정신 병원 없는 나라, 이탈리아의 모습을 통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 책 제목 그 자체에 담겨있다. 우리 사회에 점차 인권 의식이 자리잡고, 정신 질환자들의 인권에 대한 성숙한 고민이 이뤄짐에 따라 “자유” 는 우리 사회에서도 분명히 정신 질환자 치료와 재활 및 회복의 주된 쟁점이 될 것이다. 다가올 미래, 정신 질환자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기 위해 한국에서도 많은 정신 의학 전문가들과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이미 수 세기 전, 시민 혁명의 역사를 통해 격변의 시대를 겪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사회 개혁과 의식의 변화가 훨씬 더딜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정신 질환자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한국 사회에서도 푸른 목마, 마르코 까발로가 힘찬 전진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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