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11.30 목 10:55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지역모델 필요

[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_2] '봉천한의원' 임재현 원장 김기태l승인2017.11.30l수정2017.11.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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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 가칭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가 '공익성 높은 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활동과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모습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건강권을 향상하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 의료의 공공성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두번째로 '봉천한의원' 임재현 원장을 만나 개원의로서 고충과 지역사회에서 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 입구에 걸려 있는 봉천한의원 소개글. '질병 치료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공간'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의사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은 당연히 의료기관이잖아요. 의료기관 중심으로 내 일을 하면서도 지역사회 건강권을 위한 다른 활동과 접점을 찾은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봉천한의원 임재현 원장이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이하 사의련)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이유다.                                         

임 원장은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 모임 길벗'(이하 길벗)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 원장은 "모임이 10년 정도 되니까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개원의들이 많아졌다. 회원들 대다수가 한의원을 운영하다보니 다른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사의련이란 의료기관들의 연합체가 만들어진다고 하니 아이디어나 모델 같은 것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라며 길벗, 그리고 개원의의 고민을 위해 사의련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했다.

▲ 임재현 봉천한의원 원장. 임 원장은 지난 8월 29일 개원한 후 한의원 운영에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실제 사의련 발기인에는 병원급부터 의원급, 약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리 주변의 의료기관들이 참여했다. 임 원장은 이런 다양한 의료기관들이 지역에서 각자의 규모에 맞게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고 이것이 사의련으로 모아져 여러 모델들이 만들어지면 개별 의료기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을 피력했다. 사의련 준비위원회에서는 다섯 가지 분야를 정하고 연구와 활동을 집중하기로 했다. 아동청소년보호, 장애인주치의, 노인돌봄, 정신건강, 건강한 마을 만들기 등이 그것이다. 사의련은 지역사회 건강수요를 조사, 연구하고 그동안 의료기관들이 지역에서 펼쳐 온 활동들을 모으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민간의 노력과 더불어 공적 영역의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의료와 사의련의 관계에 대해 그는 "사의련이 아무리 잘해도 공공의료가 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공의료기관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먼저 공공의료기관이 늘어야 한다."며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임 원장 진료실 한켠에는 성동구장애인재활센터에서 준 감사패가 놓여 있다. 길벗과 함께 성동지역 장애인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한 것에 대한 결과다. 임 원장이 몸담고 있는 길벗은 한의사 91명, 한의대생 83명 정도가 회원으로 있는 단체로 자신의 속한 지역에서 다양한 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성남 이주노동자 진료소, 서강대 예수회센터와 함께하는 활동가 진료소, 대전 베델의 집의 빈민진료, 광주광역시 쪽방진료 등으로 길벗 회원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지역의 건강요구에 답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임 원장은 서강대 예수회센터의 활동가 진료에 힘쓰고 있다. 임 원장은 "활동가들은 목, 어깨 통증부터 화병, 불안 증세 등 불편한 곳이 많다. 특히 낮은 보수 등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양질의 식단 대신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는 식사로 인한 소화불량 등이 마음에 걸린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우리 사회 건강불평등에 대해 물었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잠시 생각하던 끝에) 올해 8월 29일에 개원했는데요. 건물을 소유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부터 식당, 청소 등에서 아직까지 일을 해야 하는 분들까지 다양하죠. 나이 들면 아픈 곳은 비슷합니다. 어깨, 허리 등인데 경제적인 이유로 자주 내원하지 못하거나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받지 못하면 마음이 별로 안 좋죠". 

개원한 지 얼마 안됐지만 봉천한의원은 지역 건강활동에 열심이다. 지역의 여성회, 마더센터,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과 같이 건강강좌를 열어 지역민의 건강할 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기엔 개원의로서 한계도 있다. 그는 "혼자 한의원을 하다보니 근무시간을 빼거나 따로  시간을 내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의원 운영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지역활동에 관심을 더 가져보려 한다. 지역의 건강이슈나 특정 계층을 위한 건강강좌를 진행해 보고 싶으며 한의원 공간을 활용한 연계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계획을 밝혔다.

임 원장의 카카오톡 배경화면에는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란 말이 있다. 임제 선사가 한 불교용어로 "있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곳이 진리가 된다"는 뜻이다.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건 없다.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거기서 뭔가를 도모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환자분들도 지금 몸이 아프고 힘들지만 이것을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봉천한의원이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에서 지역 주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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