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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협동조합을 그리다

건강미디어l승인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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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협동조합을 그리다 추천사

임종한(인하의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

1994년 안성의료협동조합을 시작으로 우리사회에서 협동과 연대를 통해 건강의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자발적인 시민사회운동, 의료협동운동이 태동되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러 전국에 25개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결성되고 4만여 세대의 조합원을 가진 큰 규모의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단지 외형적인 성장만이 아닌 협동과 연대, 나와 너를 넘어 공동체의 결속이 의료협동운동을 통해 우리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장애인, 노인, 농민,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새터민, 외국인노동자등 사회적약자의 건강을 돌보고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삐걱거리고, 대기업의 횡포로 중소기업과 시민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득불평등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0% 상위층이 전체 소득에서의 점유률은 1995년 29.2%에서 2012년 44.9%로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소득불평등이 심각하다. 소득불평등뿐인가? 취약계층의 의료이용은 경제적인 부담이 늘면서 아파도 병원을 가지 못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10년 동안 의료비 상승률은 OECD 수위를 달리고 있다. 노인 가구 중 빈곤가구 비율이 높고,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등을 앓고 있는 국민들의 비율은 갈수록 늘고 있으며, 2014년 전체진료비중 35%가 만성질환 진료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제보험 급여비에서 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3년 45.5%에서 2014년 27.5%로 줄어들었고, 상급종합병원의 외래비용은 21.5%에서 31.3%로 증가되었다. 시민들의 건강을 돌볼 의원은 점차 문을 닫고, 상급종합병원은 몸집을 늘리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소위 재벌 병원의 등장 이후 대형병원들은 시설과 장비 위주의 무한 경쟁 속에서 동네 의원, 중소병원, 지방병원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가족은 해체되고, 초핵가족으로 1인 1가구로 쪼개지고 있고, 의료 환경은 무한경쟁 속에 승자독식과 다름없는 환경으로 변모되고 있다. 2026년이면 우리사회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를 상회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된다. 향후 30년간 사회 양극화와 초고령사회화, 일차의료의 붕괴, 지역공동체의 약화 등의 변화로 건강불평등 심화, 만성질환 급증, 의료비 폭등으로 의료재앙과도 같은 일들이 우리사회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누적되는 정책 실패와 경제난, 부정부패로 시민들의 인내는 한계에 달한 듯하다. 대기업, 효율중심, 권위주의적 통치, 승자독식의 구시대의 유물들이 이제 그 운명을 다하고 이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면 한국사회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당연히 국민에게 있다. 국민들이 자유, 평등, 평화를 누리면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에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까지 절대 국가권력에, 그리고 소수의 경제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던 것을 이제 시민들에게 되돌려놓아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와 형식적인 정치적 민주화에 머무른 우리사회가 경제적인 민주화, 지방자치, 주민자치로 민주주의가 더 심화 발전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법과 질서를 존중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높은 시민정신을 가진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장애인, 노인, 새터민, 외국노동자등 우리사회 소수의 인권이 존중되고,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 선진사회의 분명한 지표이다. 단지 경제적으로 GDP가 높은 사회만이 아닌 사람 살만한 사회로 가야한다. 이러한 사회로 나아가기위해 의료의 공공성을 높여가는 것은 우리사회의 필수적인 과제이며, 아파서 빈곤층으로 전락하거나 빈곤이 대물림이 되는 양상은 결단코 막아야한다.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지역공동체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역사회의 조직들이나 지방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시민들의 참여와 지역사회 지원을 이끌어 낸다. 협동조합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며 협동조합 사업체를 통해 스스로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민의 참여를 통해 공공의료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고, 민간의료기관이 영리에 좌우되지 않게 안전판 역할을 해낸다. 협동조합은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의료의 공공성을 지켜내는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지역사회를 매개로 주민들, 동네 의원, 동네의 중소병원, 그리고 지방에 있는 병·의원들이 서로 연대하고 협동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강력한 조직적 수단 중의 하나가 협동조합이다.

이 책은 국내외에서 의료의 공동성을 지켜내기 위해 협동조합이 어떻게 활동해왔는지를 잘 소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료협동조합이 20여 년간 발전해왔지만, 아직 초기 발전단계이어서 우리사회 의료개혁에 얼마나 힘을 쓸지 아직 단정하기 어렵지만, 가장 조직적이고 적극적으로 의료를 개혁하고자하는 노력을 사회 밑바닥에서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의료의 상업화와 영리추구로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조직으로 성장해오고 있기에, 이러한 의료개혁의 노력은 곧 전면적인 의료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여러 제약이 있고 난관이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건강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한 대중의 열망은 아주 뜨겁기에, 의료협동조합운동은 여러 형태로 우리사회에 분출될 것으로 보여 진다. 의료협동조합운동이 우리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민주적이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중요한 일익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한다. 이 책으로 독자들이 우리사회에 새 희망을 가지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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