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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두 종지'와 의료 현실

이준수l승인2015.12.06l수정2018.09.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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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두 종지와 의료 현실

이준수

 

  조선일보에 실린 ‘간장 두 종지’ 라는 사설이 눈에 띈다. 워낙 이슈가 됐던 글이라 차마 안보고 넘어갈 수 없어 한번 읽어 봤는데 가관이다. 단지 ‘간장 두 종지’를 갖고 ‘아우슈비츠’를 얘기하고, ‘검은 제복을 입은 간수’ 라는 소재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기발하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 한다. 물론 이 글에 대해 완전한 동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 관점을 우리의 의료 현실에 투영해보면 어떨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글에서 ‘간장 두 종지를 제공하는 사람’이 ‘중국집 사장’이라면, 병원에서 ‘의료를 제공하는 사람’은 단연 ‘의료진’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건강했던 사람도 하루아침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삶과 운명이다. 사업장에서 업무 중에 과로로 쓰러질 수도,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또한 필연적으로 노화가 이뤄지면 자연스레 아파오는 것이 순리이다.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바로 병원이다. 우리는 종종 급한 마음에 병원 응급실을 찾기도 하고 수개월을 기다려 대학 병원 전문의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급박한 마음에, 하염없는 기다림 끝에 찾아온 진료 시간은 완벽한 나만의 진료시간 임에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행해지는 의료 행위는 요원하다. 의료진들은 모두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대충대충’ ‘빨리빨리’를 되뇌며 마지막 한마디 ‘다음 환자!’를 목이 떠나갈 듯 부르짖는다. 하지만 ‘대충대충’ ‘빨리빨리’를 외치지 않는 환자(고객)도 있으니 이는 분명 ‘돈’ 되는 환자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우매해 보이거나 질환 자체가 ‘돈’을 부르는 환자일 경우 “검사한번 해보시죠” 라는 멘트를 서슴없이 날린다. 의료 지식이 의료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환자들은 의료진의 걱정스런 눈빛에 어떤 의심도 없이 순순히 따르는 순한 양이 된다. 하물며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는 빼먹지 않는다. 의료진에게 콩팥이랑 쓸개를 다 내어주고 ‘감사합니다.’ 인사하는 건 또 무엇일까? 이런 상황이야 말로 ‘간장 두 종지’에서 표현한 이상한 나라의 의료가 아닐까?

  하지만 이것은 의료진의 개인적인 ‘양심’ 에 국한시켜선 아니 될 말씀이다. 현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의료는 ‘비영리 의료’ 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의료보험조합’ 이란 이름으로 1977년 500인 사업장 이상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최초 실시한 이래 대부분 민간에 떠 맡겨진 상황이 지속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경제 발전’ 이라는 대의 앞에 국민 건강을 돌보는 공적 영역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국민 건강권’에 대한 인식의 부재도 한몫 했다고 생각된다. 이처럼 민간에 맡겨진 ‘의료’가 순수하게 ‘공공재’로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접었어야 했다. 의료가 자본에 본격적으로 잠식되기 시작한 것은 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개원이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 후 기업들의 자본이 ‘의료’로 향하면서 경쟁을 부추겼고, ‘의료 광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부분은 막대한 자금이 투자됨으로서 수익을 얻는 것이 마땅한 경제 논리인데, 그 수익금을 어디서 얻을까? 그것은 의료진과 환자의 정보 불일치를 이용한 수익 극대화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요즘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하여 그렇다. ‘실손의료보험’은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은 국내 여건을 틈타 빠르게 자리 잡은 민간 보험이다. 의료계에선 자신의 의료 행위에 대해 너도나도 실손의료보험에 숟가락 하나 얹으려고 아우성이다. 가장 최근에 한방 비급여 항목을 포함하는 ‘실손의료보험’ 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위해서 6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을 해준다면 가입자들은 아무런 부담 없이 비급여 항목에도 흔쾌히 ‘OK'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 사업자도 좋고, 환자도 좋으니 서로 ’윈윈(win win)‘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와 더불어 비급여 항목을 보장 받으려는 가입자가 점차 늘어나니 보험회사 측도 손해는 아니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를 바라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희망을 무위로 그치게 만든다. 민간 보험이 더 활성화 되면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지 못하게 된다. 이는 소득 재분배를 이끌어내지 못하게 되는 결과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도 모르고 민간 보험사를 향해 보장률을 높여줘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이것 또한 ’간장 두 종지‘에서 언급했듯이 이상한 나라에 살기 때문에 생기는 희한한 광경이 아닐까.

  ‘간장 두 종지’ 사설은 우리 의료 현실에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아주 고마운 글이다. 내일은 병원에 출근하여 ‘간장 두 종지’를 반찬 삼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간다. 

이준수  loverjuns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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