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23.1.15 일 16:52

[진료실에서] 최선의 치료라는 함정

중환자실의 풍경 백재중l승인2015.10.03l수정2018.09.2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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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가까운 가족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걸려서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아니면 내 자신이 중환자실에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중환자실은 우선 보호자들과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정해진 면회 시간 외에는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면회가 어렵습니다. 환자 입장에서 가족과의 생이별은 현재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신체적 상황과 더불어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자체로 심리적 공황에 빠지기도 합니다. 

중환자실을 갈 정도의 상황이라면 자기의 몸에 뭔가를 주렁주렁 달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링거액도 2-3개가 기본이고 여기에 소변줄, 콧줄을 꽂아 놓고 있어야하고 가슴에는 심전도 모니터를 위해 뭔가를 붙여야하고 팔뚝에는 주기적으로 혈압을 재기 위한 장치를 그리고 손가락에는 산소포화도를 재기 위한 기구를 부착합니다. 조금이라도 몸부리치는 조짐이 보이면 결박 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인공호흡기를 연결하기 위해서 기도에 관을 삽입하고 빠지지 않도록 고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거의 입을 봉하다시피해야 한다는 것이죠. 말하기는 커녕 물 한 모금 마시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이보다 적게 또는 여기에 추가로 다른 장비들어 더 연결되기도 합니다. 

밤새 켜져 있는 조명으로 눈이 부셔 숙면을 취하기도 어렵고 주변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들로 방해받기도 합니다. 고통을 못참고 부르짖는 다른 환자들의 신음이 들리기도 하고, 심장마비가 발생한 환자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고 소란스러운 의료진들 그리고 얼마 후 하얀 모포에 덮혀 실려 나가는 시신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일지 모릅니다. 

정신이 멀쩡하다면 오히려 더 참기 어려운 공간이 바로 중환자실입니다. 친절한 의사들은 중환자실에 처음 들어오거나 아니면 처음 인공호흡기를 달기 시작한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강력한 안정제를 투여하기도 합니다.

중환자실에서 살아 남아서 일반 병실로 귀환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의료진들의 공통된 목표이지만 현실은 항상 희망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이 지긋지긋한 공간을 살아서 탈출하기도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가족과 생이별 상태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이 살벌하고 외로운 곳에서 말입니다. 연락 받고 가족들이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환자의 심장은 멎어 인공호흡기 떼기를 기다리고 있거나 아니면 하얀 모포에 덮여 있게 됩니다. 

그나마 살아서 일반 병실로 돌아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행복한 경우입니다. 그 가능성은 중환자실이라는 공포를 이기는 힘이 원천이니까요. 그런 가능성 조차 막힌 경우도 있습니다. 인공호흡기를 떼는게 불가능한 경우도 많고 이런 상황이 기약없이 장기간 지속되기도 합니다. 의식이 있으면 그래도 나을텐데 의식도 없어 가족도 알아보지 못한다면 이는 이미 환자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이게 현대의학이 이루어 놓은 '최선의 의료' 현장입니다. 온갖 장비와 기구들을 동원하고 중환자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창출하여 많은 생명들을 살려 냈지만 그 이면에는 존엄성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살풍경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백재중  jjbaik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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