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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및 해방 70주년, 인도적 대북지원의 현재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l승인2015.07.27l수정2015.09.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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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8일 개성에서 북측 민화협과 실무협의를 진행했을 때 북측은 이명박 정부 내내 지원본부가 요청했던 지방 사업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2012년 초에 답을 주겠다며 웃으면서 헤어졌다. 당시 지방 사업장 합의서만 있으면 큰 고비는 넘는 것이라 생각하며 홀가분하게 서울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2011년 12월 8일 개성 실무협의 후 식사 모습. 왼쪽 지원본부 담당 참사.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통일부는 인도적 대북지원과 관련해서 세부 분배계획서 등 보다 까다로운 투명성을 요구하며 기존 대북사업의 변화를 꾀하고자 했고 북은 그 변화에 나름 호응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이하 지원본부)의 경우 5.24 조치로 인해 평양에 물자를 보낼 수 없을 때 신의주 인민병원에 대한 합의서를 보내왔고, 밀가루 등의 북송 때 어느 지역에 몇 명의 어린이들에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세세한 분배계획서를 보내줘 물자 북송이 가능했다. 그동안 북측과 대북협력 사업을 추진하면서 북측으로부터 문서를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북은 이명박 정부의 서류 요청을 어렵다고 하면서도 결국에는 보내주었다. 그러한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에 북측 호응의 결과가 2011년 12월 8일 개성 실무협의 때 지방 사업장의 합의서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다.

 

새로운 집권자 김정은의 인도적 대북지원의 인식

2012년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만난 북측 참사들은 ‘김정은 원수가 세계의 방조(도움)를 받는 사회주의가 어디에 있냐고 했다’며 김정은 체제의 대북사업이 김정일 시대와는 다르게 전개될 것을 암시했다.
수령의 유일영도체계가 지배하는 북에서 지도자의 인식은 정책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며 김정은에게 인도적 대북지원은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할 부정적 인식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었다.
김정은은 2012년 한 해 동안 당(제1비서)·정(제1국방위원장)·군(최고사령관)의 최고 직위에 오르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으며, 2013년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해 자신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지원본부는 2011년까지 5.24 조치로 인해 평양에 위치한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에는 물자 북송을 할 수 없다가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1차례 의약품을 병원에 보낼 수 있었다.
북측은 2013년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 즉 5.24 조치 이전의 대북협력 사업으로 전개될 것을 기다렸으나 남측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답습하면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측의 모든 정부의 첫 해 는 구체적인 정책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준비하는 기간으로 2008년 이명박 정부 첫 해에도 건설물자까지 반출승인이 되어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을 완공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드레스덴 선언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은 향후 대북정책을 가름할 수 있는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의 기본 기저는 핵개발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추진해 주민들을 살리라는 것이었고 불쌍한 북한 동포를 돕는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북은 흡수통일에 기반 한 체제대결 선언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러한 반발의 연속선에서 이명박 정부 이후 어렵게 유지되던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지원과 관련해 2014년 4월 남측 민간단체들에게 서신을 보내 더 이상 남측의 인도적 지원 물자를 받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2014년 4월 28일자로 지원본부에 보내 온 북측의 서신에는 ‘남측 당국이 누구의 ≪고통≫이니 ≪배고픔≫이니 ≪취약계층≫ 지원이니 하면서 우리를 심히 자극 했다’며 ‘불순한 목적에 순수한 인도주의 협력사업이 농락되어서는 안되므로 지원본부의 의약품을 받지 않을 것’이고 ‘일방적으로 보내 올 경우 퇴송조치 할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2014년 7월 4일 개성 실무협의 모습. 왼쪽 가운데 지원본부 담당 참사.

지원본부는 1997년부터 대북협력 사업을 추진한 이례 위와 같은 심각한 내용의 서신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고 서신만으로 북측의 의중을 정확히 가름하기 어려워 7월 4일 개성에서 실무협의를 추진했다. 북측은 지원본부의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의약품 기증사업에 대해 민화협 차원에서 많은 논의를 했고 6.15 및 10.4 선언에 기반 한 사업이라고 내부 결론을 내 물자를 받기로 했다며 조속히 물자 북송을 요청했다.
북측은 김정일 시대에 맺었던 6.15 및 10.4 선언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남북 공생공영의 가치를 담았던 선언에 기초한 대북협력 사업을 원한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개성 실무협의 이후 7월에 바로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의약품을 북송했으나 그 이후 2015년 7월 현재까지 물자를 북송할 수도 평양 현지를 방문할 수도 없는 인도적 대북지원의 최대 빙하기를 맞고 있다.

 

6.15 공동선언 15주는 공동행사 무산 이후의 대북협력 사업

지원본부는 2014년 7월 의약품 북송 이후 평양 현지 방문을 지속적으로 북측에 요청했으나 북측은 답을 주지 않다가 2015년 3월 5일 중국 심양에서 실무협의에 응했다.
북측은 6.15 및 10.4 선언에 따른 대북협력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4월 말 키리졸브 한미연합 훈련이 끝나는 시점까지 정세를 보면서 논의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6.15 공동선언 15주년 공동행사가 무산되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에 개소되면서 북과의 대북협력 사업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이다. 통일부는 그동안 승인되지 않았던 의료장비, 농기자재 등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이미 북측은 남북 당국 간의 정치 및 군사적 문제가 선행되지 않은 인도적 대북지원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며, 10월 10일 당창건 70주년까지 한미일 공조 방어와 미국과의 핵대결전을 앞세운 북측은 인도적 대북지원을 염두에 둘 정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은 2015년 신년사와 6.15 공동선언 15주년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하면 최고위급 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변화를 요구하는 대북정책은 현 정부가 받을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군사연습을 비롯한 모든 전쟁책동 중단, 대북 적대시 및 체제대결 중단, 제도통일 방안과 체제 모독 발언 중단 등등. 결국 받을 수 없는 전제조건을 단다는 것은 남북 관계개선을 위해 선차적으로 해결해야할 장애물들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아무리 현 정부가 승인하지 않았던 물자를 승인한다고 해도, 북이 원하는 산림녹화 및 농업개선 사업을 한다고 해도, 정부 기금을 들여 규모를 늘린다 해도 당분간은 이 경색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단체의 대북협력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던 김대중 정부의 민간단체 지원이 2,243억 원이었고, 노무현 정부 4,721억 원, 이명박 정부 1,551억 원이었다. 박근혜 정부 2년(2013년, 2014년) 동안의 경우 105억 원이다. 현 상태라면 박근혜 정부의 105억 원은 임기가 끝날 2017년까지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점에 대북협력 사업 18주년을 맞는 지원본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  nkchild@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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