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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현 어머니 최순화님과 찬민 아버님께

세월호 유가족 분께 드리는 편지 남명희l승인2015.07.19l수정2015.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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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현 어머니 최순화님 과 찬민 아버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이 동네(노원구)에 살고 있는 일하는 엄마 남명희입니다. 딸만 3명을 낳았습니다. 큰애가 25살, 둘째가 20살 그리고 막내가 고3입니다. 먼 길을 오셨는데 뵙지도 못하고 편지만 드리게 되어 미안합니다.

올해 1월로 기억이 납니다.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출간 되자마자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읽지 못하고 오랫동안 바라만 보았습니다. 자꾸만 망설였어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책속에 있으리라 예상되는 유가족의 고통스런 삶을 마주하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 달 3월 28일에 저희 동네 416약속지킴이 주관으로 팽목항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방문 이였습니다. 그곳에 가기 전에 마음준비를 하려고 바라만 보던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4월 16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13명 부모님들의 다른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가 겪은 작년 그날이 생각났습니다. 유가족 분들이 가장 힘들었을 그 날을 이야기해주셔서 저도 제 4월 16일의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날도 저는 출근하여 부지런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알바를 하는 학생을 통해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큰일 났어요.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이 사고가 났데요.”

“그런데 모두 구조 되었데요.”

“아니, 오보래요.”

“어마어마하게 많은 배들이랑 헬리콥터가 구하러 갔데요.”

“그런데 배안에 있는 아이들은 하나도 구하지 못 했데요”

전 ‘바다니까 날씨가 험해서 못 구하는 구나’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하면서 맘속으로 하느님께 간절히 빌었어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험한 파도를 잠재워 주세요. 옛날 예수님의 명령으로 거친 바다를 잠재우신 그 힘으로 배안에 있는 우리 아이들을 구해주세요’하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구해주시지 않았어요. 하느님을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파도는 평온했고 거창한 구조작업은 다 거짓말 이였다는 것을 정규방송이 아닌 인터넷 뉴스를 접하고 난 후에 알았습니다. 사고가 난 그 주 일요일에 부활절 미사를 드리면서 하느님께 잘못을 빌었습니다. 사고가 나고 배안에 있는 아이들을 한명도 못 구한 그 사건은 하느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문제였습니다.

용기를 내서 읽기 시작한 책은 의외로 힘들지 않았습니다. 유가족 분들이 아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 제 아이들을 떠올렸고, 배우자 이야기를 하실 땐 남편이 생각났습니다. 굶기를 밥 먹 듯 하며 진도로 팽목항으로 KBS방송사로 그리고 청와대로 국회로 대한민국 천지사방으로 돌아다니실 때 난 뭘 하고 있었는지를 기억했습니다. 글로 쓰여 진 13명 유가족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많이 울었지만 이상하게 고통스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책이 끝나갈 무렵엔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그리고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뜨거운 어떤 것이 마음속에 일었습니다. 전 이렇듯 차분하면서도 뜨거운 마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제 경향신문에 실린 소설가 박민규의 특별기고를 통해 알았습니다.

‘지난 1년 우리가 얻은 역사의 진척이 있다면 광화문의 유가족들일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과 수모와 회유와 압박을 온몸으로 견뎠으며, 그럼에도 와해되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이 봄을 견인했다. 이것이 인간의 존엄이다. 겨우 돈이나 들고 나오는 당신들의 머리로는 납득하기 힘들겠지만 어떤 힘으로도 덮을 수 없는 인간의 존엄이고 위대함이다. 밤이 길수록 그들은 빛나고 항로가 없어도 그들은 길을 찾을 것이다.’

박민규의 말처럼 제가 책속에서 발견한 것은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하고 견디어 내는 ‘인간의 존엄’이였습니다. 그리고 유가족의 그 위대함은 같은 인간이고 엄마인 제게 힘을 주고 위로를 주었습니다.

 

창현 어머니 최순화님 그리고 찬민 아버님,

잘 버텨주시고 견뎌주셔서 고맙습니다.

엄마, 아버지의 이름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많이 피곤하고 힘드신데 진실을 알려주시려고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와 주시고 위로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창현 어머니의 말씀처럼 우리가 진실이라는 목표 하나 보고 달려가다 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청이 있습니다.

먼 길을 함께 가야하니 부디 잘 드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5.4.10.

수연, 수인, 수민 엄마 남명희 드림

 

 

 

 

 

 

남명희  mediahealth20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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