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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차별 없는 평등의료를 지향하며>

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 50년의 역사 건강미디어l승인2014.12.18l수정2015.01.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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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
역자 : 박찬호
출판일 : 2014년 9월 20일
정가 : 30,000원
신국판

의료민영화 논란이 한참이다. 의료민영화는 의료의 산업화, 영리화를 촉진시킴으로써 의료의 공공성을 후퇴시키고 그 결과 필연적으로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의료가 취약하고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의료도 공공적 성격이 약해 상업적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민간의료 중에서 주민과 함께 만들고 주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의료기관들이 있다. 이들 민주적 의료기관들은 민간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는데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책은 이들의 연대모임인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하 민의련) 50년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다.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온 이들의 험난한 여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민의련은 일본의 민주적인 의료기관들이 구성한 단체로 1953년 6월 일본 도쿄에서 발족하였다. 2010년 기준으로 일본전역에 걸쳐 147개의 병원과 525개의 진료소(병상 수 26,407), 322개의 방문간호 스테이션 등이 소속되어 있으며 약 7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민의련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에서 발생했던 ‘무산자진료소’운동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1953년 발족 당시에도 지역의 노동자나 농민, 도시빈민 들의 의료 요구를 해소하기 위해 진보적 의료인들과 주민들이 함께 설립한 전통을 갖고 있다.

민의련은 대중운영이라는 방침 하에 개인소유 병원이나 진료소의 가맹을 금지하고 있으며, 민주적 집단의료라는 방침으로 의사를 비롯한 전 직원의 참여와 함께, ‘공동조직’이라 불리는 주민조직을 통해 주민들의 병원운영 참가도 보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의료비억제와 삭감정책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여러 제도적 틀을 활용하여 생활보호 대상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보험료 미납으로 인하여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상급병실료를 받지 않으며, 매년 독자적인 조사를 통해 일본 내의 노동자 등 저소득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서 민주단체와 함께 꾸준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책은 총 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시대상황이 기술되고, 그때그때의 정치정세, 사회운동, 의료민주화운동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다. 따라서 단지 민의련이라는 기관의 역사만이 아니라 일본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여러 세력들의 동향을 민주화운동과 인권의 관점에서 다채롭게 서술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이라는 특성에 맞게 의료의 전문성을 확보해가는 상황과 의료기관의 경영 문제를 아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의료의 공공성과 인간의 생명· 건강을 우선하는 방침 하에 어떻게 차별 없는 평등의료를 구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매 시기마다 구체적 조건에 맞는 활동방침을 결정하고 이를 서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국민개보험이라는 조건만이 아니라 진료 수가의 통제나 의료정책 자체가 매우 유사하다.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주민들이 스스로 설립하는 협동조합 의료기관의 경우도 민의련이 훨씬 오랜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국에서도 복지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복지문제에서 의료의 문제는 핵심적이기 때문에 민주의료기관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한국의 여러 시민단체에게 활동방법이나 조직 활동, 구체적인 여러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민의련이 갖고 있는 일하는 사람이나 서민들에 대한 무한 애정, 자본이나 정부정책의 현실 한계 속에서 투쟁일변도로 끝나지 않고 실제 생활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그 끈질김, 자기 재생산 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치밀함, 특히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헌신성 등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제1편은 민의련의 전신이라고 해야 할 무산자진료소의 탄생(1930년)에서부터 천황제 정부의 탄압에 의해 문을 닫기까지(1941년) 11년간을 중심으로 한다. 정부의 부국강병 ·식산흥업의 정책과, 극단적인 전제정치 하 국민생활의 실태, 빈약한 사회보장에 대한 국민 각 계층의 투쟁이나 국민본위에 입각하여 의료의 내용을 모색한 여러 세력의 동향도 언급하고 있다. 천황제 정부는 중국과의 15년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였고, 전후 일본은 완전히 새로운 조건하에서 의료민주화 운동이 발전한다. 현재의 민의련은 전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규모와 내용으로 발전하였지만, 그것은 무산자진료소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고, 전전의 운동이 도달한 점이나 교훈에서 배운 것은 대단히 크다.

제2편은 전후 민주진료소의 탄생으로부터 1961년의 강령 결정까지를 서술한다. 1945년 8월,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한 일본은 미국 점령군 직접 지배 하에서 천황제 전제정치의 해체와 민주화를 이행하고, 10월에는 치안유지법도 폐지하였다. 혁신정당이나 노동운동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1947년 5월 신 헌법이 시행되었다. 당시의 민주진료소는 무산자진료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조건에서 활동을 개시했다. 1946년 지유(自由)병원(도쿄)을 시초로 민주진료소를 설립하고, 동서냉전이라는 정세 변화와 ‘레드퍼지(red-purge)’라는 커다란 전환점을 거쳐 1953년에 민의련을 결성했다. 그리고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1961년 강령을 확정하기에 이른다.

제3편에서는 1961년의 강령 결정으로부터 1982년 제25회 총회까지를 다룬다. 일본은 1950년대 중반부터 고도 경제성장 시대에 진입하여, 충실한 사회보장을 요구하는 국민운동이 높아지고, 그 힘으로 많은 성과를 쟁취했다. 민의련 운동은 새롭게 결정한 강령을 실천 속에서 구체화해 갔으며, 60년대에 많은 기본 방침을 확립한다. 70년대에 들어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는데 민의련이 ‘1970년대 과제에 걸 맞는 민의련 운동의 새로운 전진을 위하여’라는 방침을 내걸고, 이 방침에 따라 전국의 민의련이 병원 건설에 도전하기 시작하게 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청년의사를 비롯한 새로운 활동 주체들이 대거 가입하였기 때문이다.

제4편에서는 1980년대와 1990년대 민의련 운동의 특징에 대해 서술한다. 1980년대에 들어 일본정부는 의료비 억제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의료는 ‘혹한기 시대’로 돌입한다. ‘후지미 산부인과병원 사건’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의료 불신을 부추기고, 국민과 의료종사자를 분열시켰고, 1981년의 6월 진료수가개정을 통해 수가를 대폭 인하했다. 1983 ~ 4년 기간에는 건강보험 본인 20% 부담제의 도입, 노인의료비 무료화 폐지, 국민의료보험에 대한 국고보조금의 대폭 삭감, 지역의료계획을 통한 병상규제 등을 시행해 나갔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 배경에는 가장 많았던 경우 4천만 명 이상이 생활하고 있었던 혁신자치단체가 점차 사회당의 우편향으로 손상되어, 정치 체제가 크게 전환 되었던 점에 있었다. 1980년대에 민의련은 그때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조직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야마나시킨이쿄(山梨勤?協)의 도산은 단지 경영문제에 그치지 않고, 민의련 운동의 본질을 묻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는 의료에서 영리화 흐름이 강화되던 시대로, 한신·아와지 대지진 지원활동 등을 펼쳐 나갔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전국적 연대를 강화하여 민의련 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확인한 시대였다. ‘야마나시 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과정에서 민의련은 30주년을 맞이하였다.

제5편은 1990년대 후반부터 49년 만에 민의련 강령을 개정했던 제39회 총회(2010년)까지 약 10년간의 민의련 운동을 돌아본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강제 시행한 구조개혁이 국민생활이나 의료, 사회보장 분야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고, 민의련이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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