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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 안전에도 ‘정시율’이 필요하다.

일과건강l승인2016.07.02l수정2016.10.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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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 안전에도 ‘정시율’이 필요하다

 

홍윤태 (일과건강 대학생 기자단)

지난 6월 14일 (화) 오후 3시 서울시의회 회의실에서 기관사 자살실태와 해결방안 토론회 ‘그들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가 진행되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회에서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는 사태 진단, 원인 분석, 대책평가와 조언에 이르기 까지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2016년 4월 8일 서울도시철도공사(이하 도철) 김모 기관사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저버렸다. 김모 기관사는 노동조합 내 상조회장 선거에서 경영진의 외압에 의해 좌절을 겪은 후,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승무직 업무에 대한 부담감과 무기력함을 수시로 호소했다. 전환배치를 요구했지만 행정상의 이유로 지연되었고, 조정 중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2003년 이후 도철에서만 아홉 번째 기관사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부산지하철 기관사도 연이어 목숨을 끊었다. 지하철에서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받는 노동자들은 비단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 뿐만이 아니었다. 기관사들 역시 막대한 위험을 안고 일하고 있다.
 

연이은 기관사 자살사고의 원인을 유형화하고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1인승무제에 따른 업무의 과중이다. 현재 전국 도시철도공사 중 서울메트로(서울지하철 1~4호선)를 제외하고는 모두 1인승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하철기관사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이천 여 명의 열차 내 승객들의 승하차 안전을 관리해야 하고, 각종 객실 내 민원과 응급고장 처치를 도맡아 처리한다. 또한 서울지하철 양 공사에는 경영평가 지표로 ‘정시율’을 채택하고 있어, 열차가 지연되는 경우 기관사 개인에 대한 인사 불이익이 내려진다. 이 때문에 1인승무에 임하는 지하철기관사들은 항시 시간에 쫒기며 긴장한 심리상태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경직된 사내문화도 자살사고에 기인한다. 도철의 군대식 조직문화와 차등적 직급 구조는 기관사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2007년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에서 진행된 도철 기관사 961명을 대상으로 한 정신검사에서 그들의 조직체계(62.8, 전국평균 50.0)와 관계갈등(51.5, 전국평균33.3)영역에서 직무스트레스가 높게 측정된 바 있다. 2013년 1월 자살을 택한 황모 기관사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황모 기관사는 2012년 9월 18일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40대 여성 승객의 가방이 협착된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운행하여 승객의 가방이 찢어지는 사고를 겪었다. 그 후 공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민원에 대한 온갖 책임을 전가당하고 기관사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며 핍박을 받았다고 한다. 또, 자신의 사례가 전체 기관사들에게 본보기 교육으로 활용되면서 한동안 공황장애를 겪게 되었다. 결국 자살을 택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각종 근무환경이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 후 폐쇄적 공간이 되었다. 공기의 질, 진동, 불빛, 소음 등 환경적 위해요소가 크게 증가했고, 장시간 폐쇄된 공간에서 근무하는 기관사들의 우울감이 증가했다, 교번제(교번제란 분단위로 출발하는 열차 시간에 맞춰 기관사들을 분 단위로 꽂아 넣는 방식이다) 근무에 따른 불규칙한 노동은 기관사들에게 시간에 대한 강박을 심어준다. 이외에도 기관사들은 승객 추돌 및 끼임사고에 대한 압박과 사후 정신장애 등에 밀접하게 노출되어있다.

위의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하철기관사는 전국민남성 평균에 비해 정신질환 유병률이 매우 높게 평가된다. 우울증은 2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은 4배, 그리고 공황장애는 7배 이상 높다.

2012년 3월, 도철 이모 기관사의 자살사고 발생 이후, 서울시는 ‘서울시지하철최적근무위원회’(이하 최적위)를 구성했다. 노사정이 각각 추천한 외부인사들이 참여했다. 최적위는 사고 원일을 분석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권고안을 서울시에 제시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최적위의 권고안을 참고한 양 공사의 실행계획은 인력과 예산의 측면에서 실효성이 한참 부족하다. 도철의 액션 플랜 중 제대로 진행된 것은 힐링센터 도입 정도다. 4년이 지난 오늘도 권고안의 단기개선사항 마저도 충분히 이행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관사의 안전과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어느 활동에 방점을 두고 개선해 나갈 것인지 토론자들의 의견이 갈렸다. 2인승무제 도입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고, 정신과적 문제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힐링센터’의 활동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인공지능기술이 머지않은 미래에 보편화된다면, 2인승무제도가 궁극적 처방이 되지 않는다며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좀 더 활발한 토론과 양 공사의 액션플랜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한가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최적위의 권고안이 제시된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여섯 명의 자살을 또 목격해야만 했다. 예산 문제로 추진하지 못한 개선안들이 많았다고 하더라도, 기관사의 안전을 위협하고 나아가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이 문제에 대해 너무 소극적이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개선책 마련과 실천에 소극적이었던 양 공사에게도 ‘정시율’을 적용해야하지 않을까?

 

일과건강  safedu.or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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