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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료의 미래는 원격의료가 아닌 '마을 의사'

일본 드라마 '마을 의사 점보' 감상평 백재중l승인2015.01.18l수정2015.02.0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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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을의사 점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2013년 방영된 13부작 드라마로 일본에서 꽤나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라고 한다. 사실 나는 병원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병원에 근무하는 나로서는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 아예 보지를 않는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일본이라는 배경와 '마을 의사'라는 제목때문에 보기 시작했고 단숨에 13편 모두들 보게 되었다.

어느 조그만 항구도시에 바바의원이 있었다. 나이 많은 원장은 성심으로 진료에 임해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사망하게 되고 간호사인 그의 딸이 마을의원을 지키고 있다. 인근의 대형 종합병원은 '지역의료 네트워크'라는 것을 내세워 바바의원을 인수하려고 한다. 그때 12년 전 파견 나와 바바 원장 밑에서 일하면서 바바 원장을 존경했던 의사 점보가 돌아온다. 12년 전 바바 원장의 딸을 간호사로 이끌었던 모습과는 달리 돌아온 점보는 괴팍하고 돈만 밝히는 속물적 의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의사 점보는 마을 사람들의 질병을 미리 예측하기도 하고 종합병원에서도 놓친 희귀병을 환자에 대한 관심과 관찰을 통해 진단해 내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마을 의사로서의 명성을 쌓아 나간다. 

인근 종합병원 외과 부장 텐류와의 갈등은 드라마의 중심 축을 형성하고 있다. 텐류는 종합병원이라는 조직에서 출세를 지향하는 능력 있는 의사로 그려진다. 그는 저명한 외과 의사로 명성이 자자했다. 병원 차원에서 추구하던 '지역의료 네트워크'도 자신의 출세 기반으로 삼기 위해 성공시킬 필요가 있었고 바바의원을 인수하는 성과가 필요했다. 

드라마가 진행하면서 의사 점보의 과거가 조금씩 밝혀진다. 점보가 과거에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동안 텐류 밑에서 일했으며 당시 병원 이사장 부인의 암 재발로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해 있었다. 이사장과 텐류는 재발 암의 치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 하기를 원했지만 환자의 요청에 의해 점보는 환자가 원했던 산장으로 환자를 도피시켰고 3일 후 환자가 죽게 되면서 점보는 온갖 비난을 받게 된다. 병원에서 쫓겨나다시피하게 된다. 점보는 환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장으로 가게된 과정에 대해 함구한다. 뒤늦게 부인과 점보의 진심을 알게된 이사장은 점보에 대한 자신의 비난을 후회하게 되고 점보를 병원에 채용하려 하였으나 무산된다. 

이사장은 종합병원의 미래가 지역의 의료기관들과 같이하는 '지역의료 네크워크'에 있다고 보고 이 사업을 추진해 왔었다. 텐류가 비록 자기의 출세 수단으로 삼기는 했지만 이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심장병이 있던 이사장은 조그만 의원이었던 바바의원을 찾아 점보에게 주치의 역할을 부탁한다. 이것이 그가 지향하는 '지역의료 네트워크'의 출발이라고 본 것이다. 마을에서 주민을 돌보는 마을 의사가 의료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점보와 텐류 둘 다 유능한 의사이지만 진료 방식에 차이를 보인다. 텐류가 검사와 기기, 장비에 의존하는 반면 점보는 자세한 병력 청취, 진찰, 주민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검사나 의료장비가 놓치는 질병을 점보는 자세한 관찰과 진찰로 찾아 낸다. 이것은 주민의 일상 속에서 그들의 세세한 모습까지 돌아보는 마을의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속물처럼 보였던 점보는 12년 전 자신이 파견 나와 만났던 바바 원장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환자를 대하는 그의 태도와 방식은 의료의 본질이 무었인지를 일깨워 준다. 

드라마에는 우리 나라에서는 이제 볼 수 없는 풍경이 나온다. 지금은 사라진 의사의 왕진 진료 모습이다. 왕진 가방을 들고 뛰어다니는 의사와 간호사의 모습이 정답게 느껴졌다. 이 드라마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치는 마을 의사의 왕진은 검사와 장비에 의존하는 텐류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마을공동체에서 의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해 주는 듯하다. 

원격 의료가 마치 우리 의료의 미래인 것 처럼 주장하는 우리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 드라마 감상을 권하고 싶다. 

 

백재중  jjbaik99@g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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