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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지원의 다양한 주체와 북녘

런던 국제회의를 다녀와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l승인2015.01.15l수정2015.02.1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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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

북녘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주체는 다양합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이하 지원본부)와 같이 한국 사람들이 단체를 만들어 협력 사업을 하기도 하고, 민족은 한민족이지만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의 시민 및 영주권자들이 단체 및 개인으로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형편이 어려운 국가 등에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과 단체들이 북녘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국제 사회의 빈곤 퇴치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설립된 유엔 차원에서도 WHO, UNICEF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녘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북녘의 어려움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 각 주체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이 연속적으로 집권한 이후 남측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대북지원이 급속히 줄고, 국제기구 등에 많은 기금이 지원되면서 국제단체, 국제기구, 해외동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관심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연구원이 주최하는 국제회의가 2014년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런던에서 개최되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통일연구원이 밝힌 런던 국제회의의 목적은 남북당국 간 경색으로 오랜 침체기를 경험한 대북지원이 새로운 틀로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 및 논의의 장 마련, 1990년대 중반부터 추진된 긴급구호 지원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의 현실을 정확히 평가 및 공유, 변화된 지점 확인을 토대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 교환, 지속적인 통일연구원 주최의 국제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 등을 들고 있습니다. 보수 정권의 대북 정책이 변화된 측면도 있으나 20년 가까운 대북 인도적 지원이 새로운 전환점에 선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듯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통일부를 없애고 외교부에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는 정부 조직 개편을 시도했던 사례와 박근혜 정부 들어 유럽 NGO와 연계해 인도적 지원을 수행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보수 정권에 들면서 국제적 기준을 강조하고 국내외 단체들 간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대북 인도적 지원의 상을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이런 인식은 국제기구 및 단체들이 남측의 민간단체들보다 투명성 확보에 있어 더 진일보하다는 평가에서 비롯되었고, 남측 민간단체들이 평양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비해 국제단체 등이 북측 지방 사업장의 지원을 수행하는 것에 큰 의미를 반영한 결과라고 보여 집니다.

북녘과 인도적 대북 협력사업을 추진했던 저 또한 북측이 해외동포나 국제단체 및 국제기구에는 지방 곳곳에 사업장을 개방하면서 유독 남쪽 민간단체에게는 까다롭다고 생각했고, 합의서 및 환자 분배정형 등 보다 세부적인 서류들을 훨씬 수월하게 주고 있으며, 분배투명성 확보도 북측 주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등 차별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인식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남 사업의 일환으로 남쪽 민간단체 사람들에게는 가능하면 어려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인도적 사업이 아닌 개발 협력사업으로 통일 전의 동등한 입장의 교류협력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막연히 이해했습니다

과연 런던 국제회의를 통해 확인한 남측의 민간단체와 국제기구 및 국제단체 등의 인도적 지원의 방법과 북측의 대응에 과연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었을까요? 회의에 참석한 단체 및 인사들의 언급을 통해 흥미로운 점들을 몇 가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쪽의 민간단체 중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애초 기아대책본부로 대북사업을 추진했으나 북측에서 공화국에는 기아가 없다며 단체이름을 불편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북사업을 위해 이름을 새롭게 정해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경험은 지원본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지원본부가 활동을 할 때 ‘북한어린이살리기의약품지원본부’였다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본격적인 대북사업을 위해 북측과 만나는 과정에서 ‘북한’은 남북 대결적 언어로 우리가 남쪽 사람들 만날 때 북조선, 남조선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북한, 남한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말자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기아대책과 비슷한 이유로 ‘살리기’와 같은 자극적 단어는 피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사단법인화 과정에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단체명에 대한 조정(?)은 국제단체에게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NGO 중 평양에 상주사무실을 두고 활동하는 2개의 단체가 참석했는데, 2000년 중반부터 이 단체들은 북에서 고유의 단체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유닛1, 유닛2 등으로 활동한다고 합니다. 이는 유럽연합과 북측 당국 간의 합의에 따라 2006년부터 유럽연합지원계획(EUPS)이라는 이름으로 6개 비정부단체를 지정했고, 이 단체들을 통해 공식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단체명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는 2005년 북측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거부하고 국제단체 등에 대한 추방 조치 이후 총 6개 단체만 남아 활동을 하면서 취해진 조치였습니다.

아예 단체명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보다 단체명을 남과 북의 상황에 맞게 조정해 결정하는 것이 좀 더 나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한 20년 가까운 인도적 대북지원을 추진했던 남쪽의 민간단체들은 평양에 상주사무소가 있는 국제기구 및 단체 등을 많이 부러워했고 개별단체가 불가능하다면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의 협의체인 대북지원민간단체협의회 (이하 ‘북민협’)차원이라도 상주사무소를 운영하자는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상주사무소를 통해 북측의 상시적 상황을 취합하고 북측과 수시로 협의를 하면서 인도적 지원사업의 효율성과 분배투명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주사무소를 평양에 운영하고 있는 국제단체 등은 그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득과 협상을 지속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런던회의에 참석한 EUPS 단체들은 평균 3∼4명의 상주 직원과 북에서 고용한 6명의 북측 사람 등 10명 내외의 운영진으로 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북측 고용인원은 단체들이 원하는 사람이 아닌 북측이 일방적으로 배치해 주는 사람들이고, 1인당 비용 또한 400유로로 사무실 유지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많은 비용과 북측 고용인원과의 사업을 추진하지만 사업장 방문을 수시로 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평양 외에 다른 지방을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하였습니다. 국제단체 참석자들은 남쪽의 민간단체들이 평양 외 사업이 어려운 것처럼 국제단체들도 점점 사업지역이 한정되고 모니터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북측과의 인도적 협력사업을 잘 추진하기 위해 평양에 상주하는 단체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사업에 대한 공유를 하고 있으나 사업의 개괄적 공유 외에는 단체들이 연대해 북측에 모니터링 확대 등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합니다.

이번 런던 국제회의에서도 대부분의 단체를 초청했으나 6개의 유닛 중 2개의 단체만이 참석한 것도 북측이 회의참여에 난색을 표해 적극적 참여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북측은 철저하게 6개 유닛만을 유지하고 있고 북측과 관계가 불편해지면 아예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며, 이 6개 유닛에 들어가기 위해 북측과 인도적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단체들을 줄을 서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측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요구 조건을 강하게 피력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이는 남측 민간단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북민협’이라는 민간단체들의 협의체가 있어 서로에 대한 사업 공유는 하지만 구체적인 북측과의 협상에 대한 내용은 공유가 되지 못합니다. 잘못 전달될 경우 오해를 살 수 있고, 사업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북측이 공개적으로 유엔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던 1995년부터 다양한 단체들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제기된 문제로 남측 민간단체든, 국제기구 및 단체든, 해외동포가 추진하는 사업이든 대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모든 주체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인식이었고,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북측이 인도적 지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의 근본적 문제이라고 생각됩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시작으로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했을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가장 많이 강조했던 것이 ‘원조’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를 붕괴시키고 식민지 나락으로 모는 현상에 대한 경계였습니다. 북측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제국주의와 싸우고 있으며 사회주의의 강화발전을 이뤄 궁극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을 합니다. 이것이 한줌의 권력자들을 위한 것인지 인민을 위한 것인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과거에 사로잡힌 봉건적, 유교적 국가라고 조롱거리가 되어도 상관치 않습니다. 다만, 그 기조로 모든 정책이 나아가고 있고 인도적 사업도 그 기조 안에서 세부적인 실행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북측 당국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줄 것이고, 북측의 체제를 조금이라도 흠집 내거나 또는 낼 것이라고 판단을 한다면 추방 조치도 불사한다는 사실입니다.

2012년 3대 세습으로 정권을 잡은 김정은 위원장 또한 세계적으로 방조(원조) 받는 사회주의 국가가 어디 있냐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북측은 인도적 지원에 끊임없는 의심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측은 경제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고, 여러 주체들을 당국이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단순 지원이 아닌 개발 협력을 통해 경제 제재와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제단체 등은 이미 2005년부터 개발지원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북측 자체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고, 인적 교육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원본부의 경우에도 이미 2000년부터 단순 의약품 지원이 아닌 의약품 생산설비 및 원료의약품 지원으로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이번 런던 국제회의를 통해 인도적 지원 모든 주체를 평등(?)하게 대하고 있는 북측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미 개발지원으로 전환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개선을 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북측과 영유아, 취약계층에 한정해 긴급구호성 지원만을 요구하는 현 정부의 지원 방향이 평행선을 긋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듯합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nkchild@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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