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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건강논평] 재발방지대책,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건강미디어l승인2024.07.01l수정2024.07.0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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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리튬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그리고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이번에도 사전 예방을 통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이미 지난해 해당 업체를 ‘고위험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올해 2월에도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3개월 전에는 소방 당국이 아리셀 공장 현장에 나가 ‘다수 인명피해 발생우려지역’으로 지정했다. 한 달 전에는 공장이 자체 안전 점검을 통해 스스로 미흡하다는 평가 결과를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가 일어나기 불과 이틀 전에도 공장에서 불이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그 위험성은 관련 당국과 업체 모두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대로 된 조처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참사로 2008년 이천시 코리아2000 냉동창고에서 화재로 40명이 사망한 사건, 2020년 이천시 (주)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에서 38명의 노동자가 화재로 사망한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로만 한정하여 살펴봐도 이 외에도 이러한 대형 화재가 빈번히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세우는 등 대응 패턴 역시 유사하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화재는 그 대응이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이번 참사의 또 다른 특징으로 주목받는 것은 사망자 가운데 18명이 한국 외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20명이 하청노동자라는 것이다. 이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화재에서처럼 사망자 대다수가 이주노동자였던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두 번의 이천시 화재 모두 이주노동자 사망자가 포함돼 있었다. 또한 2020년 물류창고 화재 참사의 희생자 전원이 하청노동자였으며, 주요 원인으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지적된 바 있었다. 많은 희생자가 한 사업장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지만, 그간 소리 소문 없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리 사회는 일상적으로 ‘위험의 외주화’, ‘위험의 이주화’를 목격하고 학습하고 있다.

모순되게도 정부의 재발방지대책은 반복되는 참사의 또 다른 원인이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과 그에 대한 관리만 짚을 뿐 그 구조를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대로 건드리지 않는 구조적 요인 중 핵심은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구조다. 안전 교육이나 소방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노동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안전보다 우선된 탓이다. 애초에 안전 교육이나 소방훈련의 효과를 무용하게 만드는 불법파견은 기업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다. 착취에 저항하기 힘든 이주노동자에게 불합리한 고용조건을 강요하는 기업들을 향해 ‘이주노동자에게 합당한 안전관리와 교육훈련을 하라’는 권고와 주장은 공허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번 참사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업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업은 경기침체를 벗어나 호황을 맞이했지만,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열악해 생산 현장은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채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폭발화재로 인한 사망, 떨어지고, 깔림으로 인한 사망, 잠수작업 중의 사망 등 산업재해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벌써 13명이 사망했다. 이들 중 1명 빼고 전부 하청노동자였고, 2명은 이주노동자였다. 쿠팡에서는 최근 또다시 과로사로 목숨을 잃은 하청노동자가 발생했다. 특히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은 노동자 과로사의 주범이다.

국가권력은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구조를 제도와 행정관리 측면에서 뒷받침한다. 경제성장이 통치의 최고 관심사일 때 정부는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일보다 기업의 성장과 생산성 향상에 경도되기 마련이다. 노동시간 늘리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에 힘쓰고, 만연한 불법파견은 건드리지 않는 정부. 값싼 노동력을 요구하는 기업과 합심하여 이주노동자는 대폭 증가시키면서,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은 전액 삭감한 정부.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떼먹은 사업주를 처벌하기보다는 그들의 편에 서는 정부(관련기사 바로가기) 등 그러한 징후는 여기저기서 보인다.

‘생명’조차도 이윤 앞에서 밀려나는데, 다른 ‘권리’들은 오죽할까. 각각의 권리마다 내용, 맥락의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여러 권리가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구조 앞에 무력해질 수 있다. 이를테면, 물가가 크게 상승하든 말든, 노동자가 최소한의 건강과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든 말든, 기업은 그들의 이윤과 반비례하는 임금을 가능한 한 낮춘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을 낮게 유지하려는 노력에 더해 특정 집단에는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으려는 경제권력의 시도가 집요하다.

각각의 권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특정 집단의 권리는 다른 집단의 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정 업종, 연령, 국적, 지역 사람들의 노동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그 자체로 평등권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면서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는 조건을 형성한다. 더 나아가 이런 조건은 노동의 가치를 전반적으로 평가절하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정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좋지 않은데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좋을 수 없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만연하다면 정주노동자의 조건까지 하향평준화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권력은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가르고, 정주노동자를 다양한 고용형태로 분열시키고, 영세자영업자와 노동자 간의 대립을 조장하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핵심은 결국 이윤이 우선시되는 구조다. 그리고 그것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의 여러 권리를 침해하며 상호 영향을 미친다면, 그 구조에 틈을 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화재 현장을 방문해 유사 업체에 대한 안전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유사 업체에 대한 안전 점검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리셀도 수차례 위험성이 확인되었지만, 예방은 자율에 맡겨져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재발방지대책에 단지 화재의 원인에 대한 기술적 대책만 포함된다면, 또 하나의 실효성 없는 문서만 추가될 뿐, 반복되는 참사를 끊어내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 변화다. 안전 점검뿐만 아니라 불법 파견은 없었는지 일제 점검과 조치가 필요하다. 재발방지대책에는 만연한 불법파견을 뿌리 뽑을 방안, 간접고용 중심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방안, 고용과 안전보장의 불평등과 질을 개선하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추가적인 조치는 이윤을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구조를 바꾸어 나가는 과정에 적절히 배치되어야 한다. 이 재발방지대책과 구조와의 연관성은 이윤을 우선시하는 국가권력과 자본을 시민사회와 노동자가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 이 글은 프레시안, 라포르시안과 공동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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