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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모시고 가도 될까요?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건강미디어l승인2024.06.18l수정2024.06.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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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재택의료서비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원팀으로 의사 월1회 방문, 간호사 월2회 방문, 사회복지사는 상담 및 방문이 수시로 가능하다. 

2023년 1월부터 장기요양재택의료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는데, 재택방문 주치의이신 외과 과장님께서는 대상자에게 90도로 인사하고 “안녕하세요. 어르신 저는 의료원 외과 과장입니다.”라고 인사를 하신다.

2023년 5월 22일 어르신 댁에 첫 방문을 하였다. 77세 어르신은 2006년 10월 은행나무 추락사고로 흉추하부 하반신 마비 있으며, 지체장애1급으로 대변은 기저귀 사용, 소변은 양쪽 double-J cath 시술상태였다. 기타 상병으로 치매, 고혈압, 만성신장병, 통풍, 배뇨장애, 반복적 요로감염, 피부백선, 변비, 위염, 림프부종으로 18년 동안 누워 계셨는데 얼굴이 너무 깨끗하고 고왔다. 다리는 부종이 심해 지지대를 깔아 올려놓고 웃으면서 인사를 하셨지만, 혈압 재기위해 피부에 손이 닿기만 해도 아프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침대 머리맡에는 소설책과 성경책이 놓여있었다.

수십 명 재택방문을 했지만 머리맡에 책이 있는 분은 처음이었고 연세가 있으신데 불구하고 소설책을 읽고 계신다는데에 대단하다 싶었다. 말씀 하실 때도 조용하고 수줍은 소녀처럼 여성스러웠다. 누워만 계서서 책읽기 힘드실거 같아 여쭤보니 전신가려움증과 통풍으로 인해 양쪽 다리에 3~5분 간격으로 통증이 있어 소설책을 하루에 2~3장 정도씩 읽으신다고 하셨다.

방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대상자의 특성에 맞게 외과 과장님께서 “단편소설”로 작명하셨다. 간호는 따님이 하고 계셨는데, 생계를 위해 오전에는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오후 2시부터 18년간 어머님을 간호하셨단다. 말씀이 시원시원하고 적극적인 분이었다.

18년간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무엇이 제일 힘들었는지 여쭤보니, 통풍으로 몸에 살짝 손만 대어도 너무 아파하기 때문에 병원에 모시고 가기 싶지 않고, 어머니 상태가 안좋을 때 병원에서 진료 거절당하거나, 병원에 모시고 가야될지 아니면 집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의료기관에 문의하고 싶은데 문의할 수 없어 간호 하는 것 보다 더 많이 힘들었다고 하신다.

1차 보호자 상담을 하면 명함을 드리고 궁금한 내용이 있거나 필요할 때 연락하시도록 말씀을 드린다. 물론 개인폰이다. 재택 누구 보호자라고 저장을 한다. 재택 보호자는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 수시로 전화를 하시는데, 근무시간은 물론이고 퇴근시간 후, 주말, 어떤 보호자는 아침 일찍 6시30분에도 전화를 하신다. 단편소설 보호자는 참 많은 전화를 하셨다. 특히 전신가려움증과 통풍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셨기 때문에 전화로 상담을 참 많이도 했다. 상담하고 약을 추가하거나 교체하여 처방전을 약국에 팩스로 보내놓고 연락하면 보호자는 기다리지 않고 약을 바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한다. 상황들이 이러하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전화를 자주 하셨다.

2023년 11월 15일, 그날도 재택방문 하는 날로 일정이 정해져 있었으나, 어머니가 숨쉬기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전화 연락이 왔다. 수술했던 병원이랑 여러 군데의 의료기관에 연락했는데 진료거부 되었다며 무섭다고. 다른 일정 변경하고 먼저 대상자의 집으로 방문을 했다. 호흡곤란 및 산소포화도 낮아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되어, 외과과장님께서는 119 연락하여 본원 응급실로 가시도록 안내하고 응급실에 연락을 해주셨다. 약속한 재택방문을 마치고 병원으로 복귀했을 때 응급실에 누워계셨다. 흉관삽입술 시행 후 중환자실로 입원하여 7일, 10일 동안은 1인실에서 모든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가족들이 모두 모인자리에서 11월 30일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셨다.

본원에서 장례를 마치고 어머니에 대한 모든 정리를 끝내고, 어머니를 모시면서 재택방문 기간 7개월은 참 많이 든든했다고. 필요할 때 전화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환자보호자들에게는 얼마나 든든하고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고 감사하다며 간호했던 따님이 방문을 하였다. 너무 감사해서 전남도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원 홈페이지에 글 올렸다고.

전화 한통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달린 일이다. 모든 의료기관의 상황이 다르지만 환자 상태에 대한 전화를 받게 되면 바쁜 중에도 귀기울여 들어주는 마음들을 가졌으면 좋겠다. 

장미라 사회복지사 전라남도 순천의료원 총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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