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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의 비극

국가가 자행한 감금과 인권유린의 역사 ① 백재중l승인2015.01.10l수정2015.01.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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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하면 우리는 바로 나병 환자촌을 떠올린다. 남쪽 끝에 있는 소록도는 지금은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고 일반인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나환자촌에 들어가면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역사들을 둘러볼 수도 있다. 소록도는 국가가 자행한 감금과 인권유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 소록도에서 바라본 전경. 멀리 보이는 다리가 소록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2014년 4월 29일 법원은 낙태, 단종을 당한 한센병 환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센병 환자들이 소록도라는 공간에 갇히기 시작한지 98년 만의 일이다.

한센병 환자 격리수용의 역사는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6년 조선총독부가 소록도에 자혜의원을 개원하면서부터 전국의 한센병 환자를 격리 수용하는 수용소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전에는 몇몇 도시에 선교사들이 지은 나수용소들이 주로 환자 진료를 담당했었다. 전염병의 문제를 경찰 업무로 인식하는 일본의 조선총독부에게 한센병 환자들은 격리 수용되어야 할 존재였고 우생학적 보건 정책에 따라 제거되고 단종되어야 할 존재들이었다.

▲ 과거 검시실로 사용되었던 건물 앞에 전시된 안내판.

소록도 수용 시설은 계속 확장되어 1930년대 말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시설이 되었다. 많을 때는 6,000명 이상을 수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1935년에는 조선나예방령이 제정되어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나환자를 조선총독부 나요양소에 입소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여 사실상 명문화하게 된다.

수용소에서는 환자를 격리 수용해서 강제 노역을 시키고 이들에 대해 낙태, 불임 수술을 강제로 시행하였다. 생체실험들도 자행되었다. 이는 사회적으로 열등한 한센병 환자를 사회에서 제거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했던 우생학적 정책의 일본 제국주의 버전이었다. 한센병이 유전병으로 감염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도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이러한 정책은 지속되었다.

▲ 검시실 안에 있는 검시대. 여기서 수많은 단종 수술, 생체 실험, 시신 해부가 이루어졌다.

20세기 초기에 크게 유행했던 우생학 이데올로기에 편승하여 일제는 한센병 환자 격리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였다. 우생학은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에도 큰 영향을 미쳐 1933년 조선에서도 조선우생협회라는 의사들의 모임이 결성되기도 하였다. 우생학이 당시 조선의 지식인층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방이 되고 일제가 물러난 후에도 한동안 비슷한 정책이 지속되었다. 소록도는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여전히 한센병 환자들이 살고 있고 이들을 치료하는 병원도 있다. 감금의 시절은 지나고 치료와 요양시설로 변모하였지만 과거 감금의 역사는 섬 곳곳에 남아 있다.

▲ 나환자촌 안에 설립된 탑. '한센병은 낫는다'는 문구가 가슴에 와닿는다.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은 아감벤이 얘기했던 우리 사회의 ‘호모 사케르’이다. 인간의 삶에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의미는 박탈당하고 존재 그 자체만 남아 있는 경우이다. 국가가 한센병 환자들을 공동체로부터 격리하고 존재의 사회적 의미를 박탈한 것이다.

 

백재중  jjbaik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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