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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가로수 밑 작은 꽃밭과 어르신 틀니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건강미디어l승인2024.06.13l수정2024.07.0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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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 댁 가는 길에 피어있는 가로수 밑 작은 꽃밭과 어르신 틀니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 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탄다. 집에서 나와 4시간 정도 되면 첫 방문하는 어르신 댁에 도착한다. 택시, 기차, 지하철, 버스, 도보로 어르신 댁에 가는 동안 제일 좋아하는 경로는 가로수 밑 작은 꽃밭이 있는 길이다. 세상 제일 가녀린 모습을 지녔지만, 힘이 있고 예쁜 꽃. 그 길이 좋아서 일부러 걸어간다. 그 꽃과 눈 마주치고, 잠시 앉아서 구경도 하면서 고단한 삶의 어르신과 그 어르신을 마주할 나에게 오늘 하루 일하면서 나눠드릴 에너지를 담기도 한다.

이가 하나도 없이 틀니를 사용하시는 어르신은 방문했을 때 주무시고 계셨다. 어르신 귀에 대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니 눈도 안 뜨시고 고개를 끄덕거리신다. 교육 준비를 하고 입안을 보니 틀니와 음식물이 범벅이다. 어르신과 나의 만남 창구는 노인 의료, 돌봄 지원사업이다. 12회까지 방문할 수 있고, 현재 4회 방문 중이다. 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꽃도 힘차게 하늘을 향해 밝은 얼굴로 장하게 서 있는데, 어르신은 어두운 방 안 작은 침대에 누워서 불도 켜지 않고 계속 눈만 감고 계신다. 스스로 존엄을 잃지 않으시려고, 이동하기 어려움에도 방안 좌변기를 사용하지 않고, 화장실로 가서 대소변을 처리하려고 하신다며, 요양보호사가 걱정스러운 한마디를 한다.

입안과 틀니를 최선으로 깨끗하게 만들어 드린 후에, 식사 후 물로라도 반드시 입안을 헹구어낼 수 있도록 하고, 틀니는 요양보호사가 닦아줄 수 있도록 교육한다. 방문구강건강관리교육이 끝난 후 다음에 또 찾아뵙겠다는 내게, 어르신은 여전히 눈 감고서 고개를 끄덕거리신다. 밤 8시 무렵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타며, 길가 작은 꽃보다도 여린 생명처럼 느껴지는 어르신을 12회 모두 만나 뵐 수 있을지, 혹시라도 만날 어르신의 마지막을 나는 어떻게 보내드릴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정민숙 치과위생사/독립 구강건강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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