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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남편의 병마(病魔)와 아내의 고뇌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건강미디어l승인2023.07.10l수정2023.07.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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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를 마치고 항상 보호자인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골목

“아무리 그래도 저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집 앞 골목거리에서 아내는 한참을 울며 호소했다. 하인두암으로 시한부에 준하는 판정을 받은 남편은, 즐겨 먹던 콜라 대신 물을 먹게 하려는 아내에게 컵과 물건을 집어 던졌다. 근래에는 암이 식도를 막아 다 삼키지도 못하는 콜라를 2L씩 들이붓는다고 했다. 밤낮없이 사업에 시달려온 남편에게 콜라는 수십 년을 매일 같이 함께해준 동반자 그 이상의 존재감이었다. 암이라는 병마(病魔)가 목과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지만, 콜라의 청량감이 이 환자 최후의 버팀목이 될지, 또 다른 마(魔)로서 죽음을 앞당길지는...

아내는 반평생을 남편에게 헌신했다고 한다. 사업이 번창하도록 친정 식구들의 보증도 종용하고, 사업이 망해도 그 과정의 괴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타박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이 환자이자 남편을 돕는 일일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져주고 싶다가도,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기대고 싶은 보호자의 심정은.. 당사자만큼이나 절박할지도 모른다.

난 설탕과 같은 당류가 암을 어떻게 진행 시킬 수 있는지 연구된 내용을 인쇄해서 가져갔다. 남편은 평소에 어떤 주장들의 근거자료들을 찾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 또한 가혹한 생존률에 굴복하기보다, 긍정적 가능성에 의지하고 싶었던 심정이었다. 혹시 설탕을 끊거나 많이 줄이면 좋은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고... 그러나 내 이야기가 듣기 싫었는지 환자는 인쇄물을 눈앞에서 두 갈래로 찢어버렸다. 

병든 고통과 죽는 고통 속에서 생명을 끝까지 지킨다는 마음은 무엇일까. 반평생을 중증의 장애인으로 살아오신 나의 아버지와 반평생을 아버지를 보살펴오신 나의 어머니도 생각이 난다. 미리 예방하고 지킬 수는 없었을까. 또한 그러한 고통 속에서도 비관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 문제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근본적 차원의 건강의 지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허명석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새안산한의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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