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강렬했던 6월 어느 날이었다. 한 아파트 단지에 현직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의과대학생들이 서 있다. 조금 전 방문진료를 마치고 난 이들은 할머니의 상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앞으로 무엇이 필요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붓기 있는 종아리, 펴지 못하는 허리를 직접 보고, 먹고 있는 약을 살폈으며 운동을 처방하고 실내에서 지팡이를 대신할 도구를 안내해드렸다. 할머니는 지금 당장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대로 두어도 되는 상황은 더욱 아니다. 할머니는 지금 사는, 벽면을 가득 채운 가족들의 사진이 있는 아파트에서 오래 살아야 한다.

방문의료인들은 병원에 가기 힘든, 그리고 가지 못하는 분들과 애타는 보호자들에게 문을 열고 들어온 햇살 같은 존재들이었다.

김기태/사의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