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22.7.10 일 11:01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폐로과정의 문제

끝이 안보이는 사고수습 박찬호 기자l승인2022.03.13l수정2022.07.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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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반핵의사회 운영위원)

글의 구성 내용

1. 비등수형 원자로(Mark-I형)의 특징과 구조
2. 후쿠시마 원전의 설계결함과 사고
3.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주요 내용
3-1. 사고원인과 각 호기별 현재 상황
3-2. 방사능 방출량
4.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기간과 비용
4-1. 폐로의 개념
4-2) 폐로비용
4-3) 폐로 기간
5. 폐로공정의 부문별 작업내용
5-1) 핵 수조의 핵연료 회수(반출)
5-2) 핵연료 덩어리 반출 문제
5-3) 오염수 대책
6. 마무리

 

1. 비등수형 원자로(Mark-I형)의 특징과 구조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과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선 원자로의 특징과 구조에 대한 지식은 필수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일반적으로 비등수형에 속하지만, 특히 초창기의 원자로에 해당하며,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사에서 설계하고 제작하였다. 처음 제작 당시 이를 ‘Mark-I'형이라고 불렀다.

 


위 그림은 원자로 건물의 단면도이다. 왼쪽은 그중에서 원자로 압력용기(RPV ; reactor pressure vessel)를 확대한 것이다. 실제 Mark-I형의 제작당시 사진은 아래와 같다.

원자로의 형태는 중심으로부터 핵연료집합체, 압력용기, 격납용기, 원자로건물의 형태로 순차적으로 넓어진다.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원전은 핵연료(저농축 우라늄)를 분열시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서 증기를 만들고, 증기의 힘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한마디로 “물 끓이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비등수형은 가압수형과는 달리 물을 직접 끓인다. 가압수형은 증기발생기라는 장치를 이용하기 때문에 증기가 발생하는 물과 원자로에 냉각재나 감속재로 사용하는 물의 순환이 다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비등수형이 좀 더 핵발전소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원전에서 이용하는 핵연료는 천연우라늄을 그대로 이용하거나(중수로 캐나다의 candu형)우라늄-235를 4~5% 저농축 시킨 것을(대개의 원전) 사용한다. 핵연료는 약1cm 크기의 ‘펠렛’(pellet ; 알갱이)형태로 만들어서 지르코늄 합금으로 제작된 피복관의 가는 막대기 형태의 통속에(핵 연료봉) 넣어둔다. 이것을 다발로 제작한 것이 핵연료 집합체이며, ‘노심’(炉心 ; reactor core)이라고 부른다. 핵분열에 필요한 열중성자를 흡수하는 재료(붕산)를 스테인레스 강의 막대 안에 채워 넣고 끼웠다 뺐다 하면서 핵연료를 통제하는 것을 ‘제어봉’이라고 한다. 핵분열은 일단 시작되면 멈출 수 없으나 제어봉을 통해 속도를 늦춘다.

제어봉을 통해 핵분열 연쇄반응의 속도를 현저하게 낮춘다고 해도, 핵분열로 발생한 방사성물질은 원자로 안에서 발열을 지속한다. 이를 ‘붕괴열’이라고 한다. 붕괴열은 핵분열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의 5%에 불과한데도, 어마어마한 결과를 산출할 수가 있다. 물이 순환하지 않으면 원자로내부는 온도가 점점 상승해서 2,800도에 도달할 때 핵연료가 녹아내린다. 반면 핵연료 집합체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의 원자로 압력용기는 두께 약 16cm의 강철을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1,535도에 녹는다. 이런 면에서 냉각기능은 단 한 순간도 멈춰서는 안된다.

핵연료가 녹는 경우에는 이를 둘러싸고 있는 지르코늄 합금이나 구조체 등을 포함해서 전부가 녹아버리기 때문에 더 이상 매달려 있지 못하고 압력용기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핵연료와 기타 물질이 혼합된 상태에서 녹아떨어지는 상태를 ‘멜트다운’(melt-down)이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노심용융’이라고 부른다. 이런 후에도 냉각이 안될 경우, 핵연료는 원자로 압력용기 바닥을 녹이면서 원자로 격납용기로 떨어진다. 이것을 영어로는 ‘멜트스루’(melt-through)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말을 ‘용융관통’이라고 번역하는 데, 한국에서는 그냥 영어를 소리 나는 대로 부르는 것이 관행인 것 같다. 한마디로 핵연료가 원자로 격납용기에 녹아떨어진 상태이다. 2011년 당시 도쿄전력은 ‘노심용융’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노심손상’이라고 주장하면서 핵연료가 마치 원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왜곡하기도 했다. 결국 사고 후 2개월이 지난 5월15일에야 ‘멜트다운’을 인정했다.

원자로 격납용기(PCV ; Primary Containment Vessel)는 안쪽에 강철판을 부착한 철근콘크리트로 만드는 구조물이다. 주로 붕괴열을 냉각시키는 곳이면서, 원자로 내부의 일정한 온도와 압력을 유지하고, 노심을 보호하는 마지막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의 경우에는 격납용기와 원자로 건물 사이에 약간의 틈이 있으며, 이를 통해 격납용기의 신축작용을 보장한다. 한국형 표준원전의 경우 격납용기의 높이, 직경, 벽체두께가 각각 67.5m, 46m, 1.2m이며, 내부의 강철판은 6mm 두께로 알려져 있다. 반면 후쿠시마의 경우 강철판 두께만 15~34mm였고(평균 3cm), 콘크리트 벽체 두께는 2m였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격납용기의 전체적인 크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자로 형식인 BWR 격납용기의 공간크기는 다른 형태의 경수로인 ‘가압수형 원자로’(Pressurized Water Reactor, PWR)과 비교해서 5분의1정도로 아주 작고 압축된 것이지만, 압력억제실(격납용기 밑쪽에 있는 도너츠 모양의 수조)을 설계에 도입해서 가능했다. 압축된 격납용기와 압력억제실이라는 설계 - 이로 인해 BWR은 경제적 경쟁력을 얻을 수 있었으나, 실제로는 사고의 관건이 될 수 있는 설계결함을 안게 되었다.

드라이 웰(Dry Well)은 표주박 모양으로 생긴 격납용기 상부공간으로 냉각기능이 상실될 경우 방사성물질이 이곳에 머물도록 의도한 공간이다. 원자로가 가동 중일 때는 질소 개스를 채워 넣는 데, 이는 수소폭발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냉각이 안될 경우에는 이곳과 다수의 배관들로 연결된 압력억제실로 고온의 증기가 배출되면서 압력억제실의 물로서 응축 시킨다. 이런 작용을 통해 격납용기 내부의 온도를 제한된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다. 압력억제실의 물을 통해 냉각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드라이 웰과 대조하기 위해 ‘웨트 웰’(Wet Well)로 부르기도 한다. (후쿠시마 사고나 폐로 과정을 이해하려면 이런 낯선 용어들에 익숙해져야 한다. 모든 설명서나 보고서, 자료들에는 이런 용어들이 후쿠시마의 오염수 만큼이나 많다.)

 

2. 후쿠시마 원전의 설계결함과 사고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를 조사했던 원전 설비 전문가 아놀드 건더슨(Arnold A. Gundersen)은 “Mark-I형의 격납용기가 너무 작다”는 점은 초기부터 지적해온 설계상의 결함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가 아직 1년 정도의 운전경력 밖에 없었던 1972년에, 후쿠시마 제2원전에서 사용할 (Mark-I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던) Mark-II형조차도, 이미 Mark-III로 이행하는 중이었다. 디자인의 진화는 빨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경은 물론 Mark-I형의 결함 때문이었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격납용기가 작은 것을 압력억제실의 냉각기능으로 보완했다는 점을 설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제시했으나, 가장 큰 특징이 가장 큰 결함이었던 셈이다.

압력억제실은 감압실(S/C ; Suppression Chamber) 혹은 감압수조(S/P ; Suppression Pool)로도 불리며 GE의 설명에 따르면 격납용기가 작기 때문에 만들어진 시설이다. 즉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원자로에 전원상실이 발생할 때 전원 없이 일정시간 핵연료를 냉각시켜줄 수 있는 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초기 제작과정에서 실물크기의 12분의1에 해당하는 모형을 만들어 실험을 했던 바, 격납용기의 뜨거운 증기가 압력억제실에 도달했을 때 압력억제실의 냉각 효과가 미미했으며, 결국엔 압력억제실 자체가 뜨거워져 냉각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건더슨에 따르면 “미원자력위원회(AEC)는 초기 Mark-I형의 압력억제실이 너무 위험해서 사용을 금지하는 수준까지 검토했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배부한 허가증이 부실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산업의 종말을 스스로 초래할 우려가 있어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런 문제는 후쿠시마 사고에서 그대로 발생했다.

초기단계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문제가 “원자로와 터빈 건물의 위치관계”였다. 건더슨은 “터빈의 회전축이 원자로와 평행으로 놓여있었다.”고 설명하면서 “강력하게 회전하는 터빈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터빈의 파편이 원자로의 통제실이나 격납용기를 파괴할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핵산업계는 이런 결함을 묵살했다.

건더슨에 따르면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 ;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는 “back-fit rule”을 적용한다. 이것은 “허가 당시 기준을 충족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규칙이다. 왜냐하면 최신 안전기준을 반영한 설계변경을 시행하는 경우, 변경으로 인한 편익이 비용을 상회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손익계산의 원칙에 입각해서 판단하는 데, 이마저도 결정의 재량을 업계 쪽에 부여한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채산성이 맞지 않으면 개선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런 원칙이야말로 핵산업계가 고수해온 소위 ‘생명보다 비용우선’의 철학인 셈이다.

 

3.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주요 내용

3-1. 사고원인과 각 호기별 현재 상황

IAEA의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배경이 된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는 (2015년 기준) 1만5천명 이상이 사망하고, 6천명 이상이 부상했으며, 2,500명 이상이 행방불명되었다. 일본정부는 실종자 유해를 찾는 노력을 일찌감치 포기했으나,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도 방사선의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애타게 찾는 중에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인 셈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까지 핵발전소 사고로 유명한 스리마일 섬 사고나 체르노빌 사고와 비교할 때 후쿠시마는 우선 4개의 원자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사고라고 명명할 수 있기보다는 차원이 다른 ‘참사’이다. 지진과 쓰나미에 맥없이 부서지면서 이제 세계의 어느 누구도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총 6기가 있었으나 이중 1호기~4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5호기와 6호기가 무사했던 것은, 설계변경이 하나의 원인이었다. 해수면 보다 더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표고 13미터) 6호기의 디젤발전기 1기를 더 높은 위치에 설치했다. 때문에 쓰나미로 부터 침수를 피할 수 있었다. 이것을 5,6호기가 돌아가며 겸용으로 이용하여 원자로 냉각기능을 유지했다. 반면 1~4호기는 디젤발전기가 지하에 있었고, 발전소의 표고가 10미터였다.

1, 3, 4호기에서는 수소폭발이 발생했다. 2호기는 비록 수소폭발은 없었으나, 격납용기의 파괴로 제일 많은 방사성물질을 대기 중으로 방출했다. 사고가 발생한 4기의 원자로는 현재도 여전히 엄청난 방사성물질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있으나, 일본정부는 초기의 방출량 만을 체르노빌과 비교해서 공표했다. 마치 방사능이 초기에만 발생하고, 이젠 발생하지도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사람들도 대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뒤에서 다시 논의)

방사성 물질은 대기 중으로만 방출되지 않는다. 사고당시에 운전 중이었던 1~3호기에서는 핵연료가 녹아내려(멜트스루) 압력용기 바닥을 관통하는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격납용기의 일부가 파손되었기 때문에, 압력용기 내부에 물을 주입하면, 격납용기에서 새고, 원자로 건물에서 유출되고 있다. 격납용기 총 손상지점은 300개소 정도로 추정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건물지하 구조물이 손상된 상태라서, 지하수가 끊임없이 유입하고 있으며, 오염수가 하루에 150㎥정도 발생 중에 있다.(오염수 문제는 뒤에서 다시 논의)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해명되었는가? 아직도 해명 안된 문제들이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예컨대, 도쿄전력은 원자로의 냉각기능 상실을 초래한 원인으로 <쓰나미로 인한 모든 교류전원 상실>을 제시했다. 이것은 일본의 국회사고 조사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 관리책임자였던 기무라 토시오 木村俊雄와 반핵 변호사인 이토 요시노리伊東良德는 1호기의 경우엔 쓰나미가 도달하기 전에 이미 냉각기능이 정지된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2018년 일본의 원자력학회 ‘폐로검토위원회’ 에서는 이런 문제제기에 답하면서 “(지진은) 안전기능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각한 영향은 없었다고 추정되며, 다만 장비의 결함이나 작은 누수가 있었는지 여부는 현 시점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아주 애매모호한 답변만을 했다. 사고 원인의 다른 가능성을 제기한 문제였으나, 어디까지나 “추정 상” 부정한다는 것이며, 이들이 제시한 구체적 사실근거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일본의 반핵시민단체인 원자력시민위원회는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아직도 도쿄전력이나 일본정부가 사고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지 못했다면서 사고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는 것은 앞으로의 원전대책에도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원자력시민위원회는 “사고에 대해 재발방지나 재가동 여부, 고준위 사고폐기물을 포함한 방사성물질의 격리와 보관방법, 혹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향후 처리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내용”에 대해 다음의 4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 어떤 장소의 어떤 장비(배관, 케이블을 포함)가 어떤 손상을 입었는가?
2) 사고의 처음부터 노심 멜트다운에 이르는 사태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했는가?
3) 멜트다운한 핵연료가 어디에 어떤 상태에 있는가?
4) ‘사용후 핵연료 수조’(이하 핵 수조)에 남아있는 핵연료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

이런 4가지 문제는 여전히 미해명 상태에 있다.

 

다음은 현재상태의 각 호기별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1) 1호기 ; 2011년 3월12일 15시36분에 수소폭발 했다. 핵연료가 녹으면서 지르코늄 합금과 물이 반응하여 발생하는 수소가 원자로 건물 상부에 모였고, 어떤 원인에선가 인화하여 폭발했다. 수소폭발로 건물천정은 붕괴했다. 현재는 건물 전체를 덮는 덮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핵 수조에는 392개의 사용 후 핵연료가 남아있다. 건물 내에는 시간당 5시버트(Sv)가 넘는 구역도 있다.

 

2) 2호기 ; 2호기는 사고당시 비상 냉각 장치가 작동했으나 사고발생 3일후인 3월14일에 정지했다. 역시 이곳에서도 핵연료가 녹아 버렸다. 그러나 핵연료의 손상 이후 압력용기와 격납용기 손상에 수반하여 수소가 원자로 건물로 새는 상황까지는 거의 같았으나, 2호기의 원자로건물 상부에 있는 패널이(‘블로패널’blow-panel이라고 한다.) 1호기의 수소폭발 충격으로 파손이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해 수소가 외부로 방출되면서 수소폭발을 면할 수 있었다.(도쿄전력은 이를 ‘천우신조의 손상’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벤트조치나 물 주입 조치에 모두 실패하면서 격납용기 내부의 온도와 압력으로 격납용기 자체가 파괴되었다. 말하자면 격납용기에서 직접 대량의 방사성 물질을 외부로 방출했다. 이런 연유로 세슘 등의 방사성 물질이 충만했기 때문에, 건물 내의 선량률이 대단히 높은 상황이다. 5층의 원자로 바로 위의 지점에서는 시간 당 최대 630밀리시버트(mSv)가 발생한다. 선량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는 사람이 들어가서 작업할 수가 없다. 1층 바닥에서는 시간당 최대 4,400mSv로서 무시무시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핵 수조에는 615개의 핵연료가 남아 있다.

 

3) 3호기 : 3월14일에는 3호기에서 폭발했다. 3호기는 쓰나미 피해를 모면한 배터리로 냉각장치가 가동 중이었으나, 이마저도 사고발생 2일후인 3월13일에 정지했다. 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1호기와 마찬가지로 수소폭발 했다. 수소폭발로 건물 천정은 붕괴했다. 2021년 시점에서는 이미 폐로작업을 위해 크레인과 그 위를 덮는 덮개를 설치했다. 핵 수조에 남아 있는 핵연료의 반출은 2019년 4월부터 추진하여 2021년 2월 28일 완료해서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있는 공용 수조로 이송했다. 이곳에서 붕괴열을 일정기간 식힌 후에는 건식캐스크에 보관할 예정이다.

 

4) 4호기 : 사고당시에는 운전정지 중이었다. 즉 정기점검을 위해 원자로에서 모든 핵연료를 핵 수조로 이송해 놓았다. 따라서 일단은 수소폭발을 면할 수 있었으나, 이후 조사에 따르면 “공조설비 배관이 3호기와 연결되어 있는 관계로 3호기 수소폭발 당시 수소가 유입”되었다. 결국 3월15일 4호기의 원자로 건물 맨 위에서 수소폭발이 발생했다. 원자로 건물 지붕과 벽이 날아가고, 핵연료를 보관하는 핵 수조가 마치 공중에 매달린 것처럼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핵 수조의 물이 흘러내리면 1~3호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방사능을 유출할 수도 있는 상태였으나, 콘크리트 타설차를 이용해서 수조에 물을 쏟아 부어 최악의 상태를 방지했다.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해서 핵 수조에 남아 있는 1,535개의 반출작업을 2013년 11월에 시작하여 2014년 12월에 완료했다.

 

3-2. 방사능 방출량

모든 원전의 사고는 대량의 방사성물질을 필연적으로 방출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방출량에 대해선 현재 공식적으로 일본정부의 주장만이 남아있다. 일본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히로시마 원폭의 168개 분량에 해당하는 세슘-137의 방출량을 제시했다. 이런 일본정부의 수치를 입증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수치를 믿는 사람은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일본정부가 주장하는 원자폭탄 총 168개의 분량 중에서 1호기가 6~7개, 3호기에서 8개 분량을 방출했다. 결국 나머지 원자폭탄 153개에 해당하는 분량을 2호기에서 방출한 것이다.

일본 정부 환경성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비교표를 게재해 놓고 있다.

대체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배출은 체르노빌의 10분의 1수준이고, 플루토늄 같은 핵물질은 만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1~4호기가 모두 원자로의 상부가 파손되었고, 지하도 손상이 많아 핵물질과 뒤섞이고 있는 상태에서 더 이상의 방사능 방출이 없거나, 앞으로는 방출이 없을 것으로 전제하고 지금까지의 방출량만을 비교하는 평가는 무의미한 것이다. 또한 방사선을 발견한 이후로 원전과 같이 방대한 시설에서 대기나 바다로 유출되는 방사선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는 없다. 앞으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장치를 인류가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핵산업계가 선량측정을 제대로 평가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너무 순진하거나 바보 둘 중의 하나다.

 

4.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기간과 비용

4-1. 폐로의 개념

일본의 원자력학회는 “폐지조치”와 “폐로”라는 말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통상 운영했던 원전을 운영을 끝낼 때는 ‘폐지조치’라 하고, 사고로 운영할 수 없어 정리할 때는 ‘폐로’라고 한다. IAEA는 폐지조치를 “핵 시설의 일부 또는 전부를 관련 규제조치에서 제외하기 위한 행정적, 기술적인 활동. 폐지조치 활동에는 방사성물질, 폐기물, 기기, 구조물의 제염, 해체, 철거를 포함하며, 방사선리스크의 저감 실현을 위한 활동을 동시에 해야 하며, 안전확보에 필요한 사전 계획이나 평가에 기초해서 실시한다.”고 정의한다. 일본에서는 “허가와 지정을 받은 사업 또는 원자로와 관계있는 주요 활동을 종료한 후, 원자로 등 규제법의 적용을 종료하는 시기 사이에 시행하는 핵연료물질의 양도, 핵연료물질에 의한 오염 제거, 핵연료물질 또는 핵연료물질에 의해 오염된 물품의 폐기 등 일련의 조치를 시행하는 활동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참고로 한국은 원자력 안전법에서 “영구정지”와 “해체”라고 명명하고 있다.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허가 또는 지정을 받은 시설의 영구적으로 정지(이하 ‘영구정지’라 한다)한 후, 해당 시설과 부지를 철거하거나 방사성오염을 제거함으로써 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이다.

이런 규정에 따르면 폐로활동에는 1) 핵연료 물질 처분(영구보관이나 재처리), 2) 방사선 리스크 저감, 3) 방사성 폐기물(해체나 철거, 제염과정에서 발생함)폐기가 핵심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핵심활동은 다시 두 범주의 문제를 미리 고려한 다음 시행해야 한다. 바로 폐로비용과 폐로시간에 대한 문제이다.

 

4-2) 폐로비용

 

일본은 2018년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각 원자력시설의 폐지조치(=폐로) 실시방침을 작성하여 공포하는 것이 의무가 되었으며, 각 사업자 홈페이지에 공개하여야 한다. 공개 내용 중에는 모든 핵시설의 폐지조치와 관련된 비용 • 기간 • 방사성폐기물추정량 등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폐로비용에 대한 서술내용을 알 수 있다. 다만 각 사업자들이 제시하는 금액 자체는 근거가 대단히 희박하다.

각 사업자가 제시한 폐로 금액을 보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핵발전소의 경우 1기당 1년에 약 12억엔(=약 12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인 폐로기간을 30~40년으로 적용한다면 1호기당 120억원 × 35년 = 4,200억원이다. 이런 금액은 물론 시설관리, 방사선 관리, 방사성 폐기물 처분 등에 소요되는 거액의 금액을 은폐한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폐로과정에는 사고로 인한 수습이기 때문에 위의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들어간다. 도쿄전력은 1~4호기 합쳐서 약 8조엔(=80조원)이라고 추정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세발의 피”라고 판단한다. 한국정부는 고리의 폐로 비용을 6,000억원으로 예상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본고에서는 폐로과정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얼마인지를 논의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더 자세한 논의는 생략한다. 사실 필자가 이런 분야를 상세하게 알지 못한다. 다만 이런 폐로비용을 개략적으로나마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반드시 인식해야 하는 점이 있다. 원전의 운영비용에 반드시 폐로비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보다시피 그나마 일본은 여론에 떠밀려 예상 폐로비용을 홈페이지에 시행중이지만, 이렇게 해도 핵산업 쪽에서는 폐로비용을 은폐 축소한다. 폐로비용의 은폐는 모두 국민들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핵발전소가 싸다는 주장은 바로 이런 폐로비용 은폐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4-3) 폐로 기간

일본 원자력학회가 일상적인 상업용 원전에 적용해서 명명한 “폐지조치”의 경우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한수원은 4단계의 과정을 제시한다. 1) 해체준비(2년 이상), 2) 핵연료 냉각과 반출(5년 이상), 3) 제염 • 철거(8년 이상), 4) 부지복원(2년 이상). 총 합쳐서 ‘17년 이상’인 셈이다. 독자여러분은 ‘총 17년 이상’이라는 표현에서 ‘17년’에 초점을 둘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이상’이라는 표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즉 17년 이상이라는 기간 제시에서 사실상 빠르면 최소 17년이 걸린다는 의미는 전혀 없다. 실제로 세계의 모든 원전의 폐로과정을 살펴볼 때, 17년에 끝낸 구체적인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오히려 통상적인 폐로 기간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핵연료 처분장(혹은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마련했다는 전제하에 30~40년 걸린다는 것이 통상적인 판단이다. 또한 위 2)항의 경우 ‘핵연료 냉각과 반출’이 ‘5년 이상’이 걸린다고 주장하지만, 통상 ‘냉각’에만 5년을 소비한다. 반출은 냉각이후 대체로 중간저장시설로 이동하거나 영구처분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중간저장시설이 없거나 영구처분장이 없다면 사실상 반출은 불가능하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경우 중간저장시설도 없고, 영구처분장도 없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핀란드 정부가 영구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고 건설허가를 발급하였다. 한국정부는 임시변통으로 법을 개정해서 기존 원전부지에 보관할 방침이다. 한국에서 반출은 아주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출이 되지 않을 경우 ‘폐로’공정은 미완성의 형태로 남는다. 한수원은 이런 모든 점을 사상하고 국민을 상대로 거의 “사기”에 가까운 주장을 제시한 셈이다. (물론 이런 비난을 방지하기 위해 한수원에서는 “이상”이라는 단어를 살짝 포함시켰다.)

그렇다면 과연 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의 폐로과정은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인가? 도쿄전력은 2011년 12월 사고가 난 원전을 “40년 안에 녹지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말하자면 폐로 및 모든 오염물질 제거 작업을 2050년까지 완료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이를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폐지조치 등을 향한 중장기로드맵’(이하 ‘중장기 로드맵’)이라고 부른다. 도쿄전력의 중장기 로드맵은 이후 4차례 수정했다. 이를 반영하여 시기구분을 해서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다만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제2기의 2호기 핵연료덩어리 회수가 올해로 연기되었다. 일본 내에서 도쿄전력의 중장기로드맵 일정을 믿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후쿠시마 현 지사 등의 강력한 요구를 반영한 정치적 계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일본 원자력학회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검토위원회’는 2020년 7월, 폐로를 진행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장래 최종적인 모습인 ‘엔드스테이트(end state)’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해 보고서를 통해 4개의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국제표준에서 본 폐기물관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과정을 해체(철거)범주와 시간범주라는 두 가지로 나누고, 각 범주마다 다시 “전부”와 “부분”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적용해서 총 4가지 시나리오로 제안했다. 즉 철거의 범주와 관련해서는 기자재나 건물, 지하구조물, 오염토양, 오염수 등을 모두 제거하는 “전부철거”와, 일부를 감시하고 관리 가능한 상황에 놔두는 “부분철거”, 또 시간의 개념에서 “즉시” 해체하는 경우와 일정기간 “안전저장”한 이후에 지연 실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을 보면 핵연료 덩어리 제거작업이나, 오염수 제거 작업이 전혀 진척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위 표에서 “전부”와 “즉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부분과 지연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라서 위의 표 중에서 ‘방법 ⓸’외에는 적용할 수 없다. 아마도 일본원자력학회는 일본 집권당이나 후쿠시마 현 당국으로 하여금 방법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게 하여 책임을 벗어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만일 방법 ⓸를 채택한다면 최소 100년, 대개 300년 이상이 예상된다.

후쿠시마 이전에 사고로 정지한 전 세계 폐로 사례를 들여다보면 비슷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표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레벨4 이상의 사고 발생 후에 폐로 종결까지는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많아 대부분의 국가에서 폐로공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5. 폐로공정의 부문별 작업내용

원전사고는 거의 모든 총체적인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아주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문제와 씨름해야 한다. 피해자 지원이나, 제염작업, 실종자 수색 등 다양하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핵연료 처리를 둘러싼 문제이다.

도쿄전력에서 제시하는 폐로작업은 총 7가지 영역이다. 1) 오염수 대책, 2) 핵 수조에서 핵연료 반출, 3) 핵연료 덩어리 반출, 4) 핵폐기물 대책, 5) 폐로작업 • 노동환경, 6) 연구개발, 7) 안전성 향상 대책. 7개의 문제 중에서 한 가지 한 가지가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항이며,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1), 2), 3)의 3가지 문제로 집중하기로 한다. 특히 지역주민의 방사선 피폭, 노동자의 방사선 피폭 문제는 필자 스스로 초미의 관심사항이지만, 지면의 한계와 이런 문제를 같이 다룰 수 있는 역량의 문제로 인해 다음 기회로 논의를 미룬다. 아울러 순전히 필자의 실무적 편의로 인하여 우선 1) 핵연료 회수 문제를 살펴보고, 2) 핵연료 덩어리의 반출 , 3) 오염수 대책 순으로 살펴본다.

 

5-1) 핵 수조의 핵연료 회수(반출)

 

사고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 남아있던 핵연료봉 집합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사고 당시 후쿠시마 원전 1~4호기의 핵 수조에는 모두 3,106개의 핵연료(구체적으로는 핵연료봉 집합체로서 아래 표의 B)이 남아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중 3호기와 4호기의 핵 수조에 있던 핵연료는 모두 회수해서 원전 부지 내에 있는 공용수조로 이송했다. 1호기와 2호기의 핵 수조에 있는 897개의 핵연료는 상부 공간의 고선량으로 인해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미정이다. 현재로선 1호기의 착수 예정이 2027년 혹은 2028년이고, 2호기는 2024~2026년으로 전망하고 있을 뿐이다.이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의 핵 수조는 원자로 건물 상부에 있기 때문에 지진 등이 또다시 발생하면 2011년의 사고는 비교가 안되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일본 원자력학회에서는 폐로검토위원회에 <건물의 구조성능 검토 분과팀>과 <강도(强度)기준 검토 분과팀>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린피스 일본의 후쿠시마 폐로 보고서를 작성했던 사토시사토(佐藤暁)에 따르면 2020년 9월 시점에서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보관중이거나 존재하는 핵연료는 총 13,137개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각 호기별 핵 수조와 공용수조 및 건식캐스크에 보관중이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핵연료를 위한 일시보관시설을 위해 21,000㎥의 부지를 확보했다. 앞으로 이 정도 면적에 약 200개의 건식캐스크가 들어찰 경우 여러 가지 보안상의 문제나 피폭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건식캐스크 보관은 핵 수조 보관과 많은 차이가 있다. 건식캐스크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를 수납하는 ‘캐니스터’는 작은 관통구멍이 있는 윗 뚜껑을 용접한 후에, 이 구멍을 통해서 내부의 수분을 제거하고, 건조시킨 다음 헬륨을 가압 충전한다. 이런 후에 관통구멍을 막고 용접해서 밀봉상태를 완성한다. 이때 연료피복관에 결함이 있다면 진공 시에 피복관 내부의 방사성물질인 크립톤 (Kr-85)이 외부로 빠져나간다. 때문에 핵연료 집합체에 대한 정밀 확인과 검사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용후 핵연료를 핵 수조 보관에서 건식캐스크 보관으로 이행하는 경우에는 캐스크 설계 수명을 100년 이상 늘리기 위해 붕괴열을 1kW/t이하로 충분히 내려야만 하며, 수조에서 50년 이상의 냉각이 불가결하다. 이렇듯 50년 이상의 수조냉각이 필요한 이유는 캐스크 수명을 연장해야할 뿐만 아니라, 캐스크 외부로 방출되는 감마선이나 중성자선의 선량률을 내리기 위함도 있다. 다만 건식 캐스크 보관은 핵 수조 보관보다 코스트가 6분의1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사용후 핵연료의 두 번째 문제는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들 핵연료를 장기간 보관할 공간, 즉 최종처분장(혹은 영구보관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대체로 원전에서 이용하는 핵연료는 사용을 끝낸 다음 원전 부지내의 일시보관시설 -> 중간저장시설 -> 영구보관시설의 과정을 거친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서 보관하는 것은 ‘일시보관시설’의 의미에 불과한 것이다. 과연 후쿠시마 원전이 일시보관시설의 기능으로만 끝날 수 있을 것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현재의 후쿠시마 원전은 사실상 핵연료와 핵폐기물의 저장고처럼 보인다.

일본에서는 2020년 7월에 롯카쇼 핵재처리 공장이 안전심사에 합격하고, 2022년 본격가동 할 예정이다. 일본정부는 늘어만 가는 사용후 핵연료의 해결책으로서 재처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렇지만 재처리를 한다고 해도 최종 처분장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얻어진 플루토늄을 가공하여 핵발전을 위한 ‘신연료’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신연료’는 원래 신형 원자로인 “고속증식로 몬쥬”에서 사용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사고가 계속 발생했기 때문에 결국 2016년에 폐로 해 버렸다. 현재로서는 재처리를 통해 생산한 ‘신연료’를 사용할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기존 원전 4기에서 사용 했지만, 아주 소량에 불과했다. 일본정부가 주장하는 “핵연료 리사이클”은 파탄 난 셈이다.

하지만 일본정부로서는 재처리공장을 계속 가동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원전을 건설할 때 핵연료를 보관하지 않고 재처리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며, 만일 재처리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다면 사용후 핵연료를 해당 원전으로 다시 되돌려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사회의 반발을 초래할 뿐이다. 둘째, 재처리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은 그야말로 플루토늄만 쌓일 뿐이다. 누가 보더라도 일본의 핵연료 재처리는 플루토늄 확보를 위한 것이다. 이미 일본은 2019년 말 기준 45.5톤의 플루토늄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런 양은 비핵무기 국가 중에서는 가장 많다. 전 세계 플루토늄 재고량은 500톤을 넘는 정도인데,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는 일본의 플루토늄 재고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시탐탐 전쟁국가를 꿈꾸며 핵무기를 제조하려는 일본정부, 특히 우익들의 시도를 끝장내야만 한다.

 

 

5-2) 핵연료 덩어리 반출 문제

 

독자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핵연료봉의 형태에 대한 그림을 게재한다. 가압수형과 비등수형의 핵연로봉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차이점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대체로 알 수 있는 내용이니 만큼 여기서는 생략한다. 핵연료봉은 펠릿을 채워 넣은 가늘고 둥근 막대기 형태이다.

 

 

펠릿 하나의 중량은 10그램, 핵연료봉 하나에는 펠릿 320개가 들어간다. 말하자면 핵연료봉 하나에 320×10g(그램) = 3,200g(3.2kg)의 핵연료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핵연료봉 264개가 모여 핵연료 집합체 1개가 된다. 즉 핵연료 집합체 1개에는 약 845kg의 핵연료가 들어간다.

 

100만킬로와트 원전 1기를 1년 동안 운전하려면 대략 1톤의 우라늄을 핵분열 시켜야 만 한다. 이는 결코 작은 양이 아니다. 핵산업 세력은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원자력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화석연료보다 우라늄이 더 빨리 고갈해 버릴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 1발에 이용한 우라늄은 800그램. 우라늄 800그램을 태우면 800그램의 핵분열생성물이 발생한다. 바로 우라늄이 중성자와 부딪혀 질량수가 큰 것과 작은 것으로 나눠지고 몇 개의 중성자를 다시 생성하는 핵분열 연쇄반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핵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예전 사람들은 뭐라고 불렀나? 바로 ‘죽음의 재’라고도 했고 ‘낙진’이라고도 했다. 1톤의 우라늄을 태우면 1톤의 핵분열 생성물, 즉 1톤의 죽음의 재가 발생한다. 히로시마 원폭과 비교할 경우 1천발 이상의 폭탄이 만든 죽음의 재가 고스란히 원자로 안에 쌓이는 것이다.

핵연료 덩어리는 영어로는 코륨(corium), 혹은 데브리(debris) 로 불리는 것이며, 일본에서도 그냥 발음대로 ‘데브리’라고 부른다. 고온의 핵연료가 지르코늄 합금 등 피복재료나 연료봉 구조체의 물질과 뒤섞이고, 또 압력용기 혹은 격납용기의 강철이나 콘크리트 등 잡다한 물질과 뒤섞여 굳어진 상태를 지칭한다. 순수 핵연료는 아니지만, 핵연료에 다름없는 물질이다. 이런 핵연료 덩어리가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과정상 제일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만일 핵연료 덩어리를 제대로 반출하지 못한다면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핵연료 덩어리 반출 작업은 3가지의 중요한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1) 핵연료 덩어리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핵연료덩어리 접근)
2) 핵연료 덩어리를 어떻게 자를 것인가 ?(핵연료덩어리 절삭切削)
3) 핵연료 덩어리를 어떻게 꺼낼 것인가 ?(핵연료덩어리 반출)

핵연료 덩어리를 꺼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는 스리마일 원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스리마일 원전은 핵연료 덩어리가 그나마 압력용기 바닥에 머물러 있었으나, 후쿠시마는 압력용기를 뚫고 격납용기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우여곡절 끝에 1979년 사고 이후 스리마일 원전에서는 핵연료 덩어리 총 133톤을 거의 회수했으나, 이중 1톤 정도의 물량은 아직도 원자로 안에 남아있다. 유감스럽게도 후쿠시마의 경우는 핵연료 덩어리의 무게를 총 800~900톤으로 추정한다. 2호기만 237톤이다.

 

2017년 9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핵연료 덩어리를 원자로에서 반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3가지를 제시했다.

1) 격납용기 내부를 물로 채워 상부에서 핵연료 덩어리를 꺼내는 방법. 이것을 “물 채움 - 위에서 꺼내는 방법”이라고 한다.

2) 격납용기 윗부분에 두꺼운 차폐판을 설치하고, 노출되어 있는 핵연료 덩어리에 물을 뿌려가면서 꺼내는 방법. 이것을 “노출 - 위에서 꺼내는 방법”이라고 한다.

3) 격납용기 옆에 구멍을 내서 노출된 핵연료 덩어리를 꺼내는 방법. 이를 “노출 - 옆에서 꺼내는 방법”이라고 한다.

 

위의 3가지 방법 중 1)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실 노동자의 피폭저감 관점에서는 격납용기와 압력용기에 물을 채운 상태에서 작업하는 “물채움 공법”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격납용기의 손상부분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막을 수도 없기 때문에, 물 채움 공법은 채택할 수가 없다. 도리없이 “노출된 상태에서 반출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쿄전력은 1)은 일단 제외하고 2)와3)을 추진했다. 이중에서 우선 격납용기 내부로 통하는 기존의 개구부에서 반출하는 장치를 투입하여 시도해보는 시험반출을 추진하기도 해 보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핵연료 덩어리를 “덩어리” 혹은 “파편”이라는 말에서 조각난 상태이거나 돌멩이 같은 형상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핵연료 덩어리는 격납용기 바닥과 벽에 뭉텅뭉텅 붙어있다. 2017년 1월에 내시경 카메라를 장착하여 원격 조종할 수 있는 장비를 투입해서 실제 조사를 해본 결과, 압력용기 바닥에서 아주 시커먼 퇴적물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핵연료에서 파생한 핵연료 덩어리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중대한 사실을 발견했는 데, 방사선량이 가장 높은 것은 압력용기 바깥부분의 위에서 아래로 설치한 받침대(Pedestal)가 붙어있는 벽과 격납용기 벽의 중간지점이었다. 즉 핵연료 덩어리가 이미 격납용기 전체로 흩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격납용기 벽은 강철. 대개 1,400도~1,500도에 녹는다. 핵연료는 2,800도. 격납용기는 핵연료가 닿으면 쉽게 녹는다. 말하자면 핵연료가 강철과 뒤섞여 덕지덕지 격납용기 벽에 붙어 있는 상태임을 확인한 것이다.

압력용기 바닥에 핵연료파편이 없는 이상 위에서 꺼내는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도쿄전력은 위의 방법 중에서 3)이 제일 유력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 경우엔 방사선을 차단하는 차폐판 설치가 어렵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작업할 수는 없다.

 

2019년 2월에는 2호기의 격납용기 내부에서 압력용기로부터 떨어져 내린 핵연료집합체의 일부를 발견했다. 아울러 핵연료집합체 부근에 있었던 작은 돌모양의 퇴적물을 핵연료파편으로 단정했다. 원격조작 로봇을 이용해서 핵연료파편을 일단 잡아 보는 것에는 성공했다. 이후의 진행을 위하여 2020년 영국에서 로봇팔을 이용한 연습을 해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의 영향으로 아직 착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콘크리트와 뒤섞인 핵연료 덩어리의 특성은 부서지기 쉽고, 따라서 분진가루가 공기 중에 날아가거나 뿌려지기 쉽다. 무한정의 방사선이 외부로 방출될 것이 분명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핵연료 덩어리를 꺼내는 작업은 어렵게 어렵게 로봇팔을 원자로 안으로 집어넣었다고 해도 딱딱하게 벽이나 바닥에 붙어있는 상태에서 조금씩 조금씩 긁어서 떼어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핵연료 덩어리가 약 900톤가량이라고 추정하는 상태에서 이것을 긁어서 떼어내는 작업, 이것이 현재 폐로 전단계인 핵연료 덩어리 회수작업인 것이다. 핵연료 덩어리를 회수하지 않는 한 폐로라는 명칭을 부여할 수는 없다.

이런 점 외에도 로봇작업이 갖는 필연적 한계도 있다. 로봇은 반도체장비가 많다. 즉 내부를 확인하는 카메라들은 대개 다 반도체를 이용하고 있고, 반도체는 방사선에 민감한 물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공위성에서 사용하는 카메라들은 대체로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40여대의 로봇을 원자로 안에 집어넣었으나 원자로 안에서 고장이 나거나, 구조물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 어쩔 수없이 그냥 놔둔 상태이다.

 

그렇다면 체르노빌 사고 당시에 핵연료 덩어리는 없었는가? 체르노빌 사고에서는 장착했던 핵연료가 용융하고, 원자로실 상부에서 큰 증기폭발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하여 1,600톤이나 되는 상부의 차폐뚜껑이 날아가 반회전하면서 떨어져 비스듬히 걸렸다. 사고후 건물의 형상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체르노빌 원전의 사고 그림과 사진

노심의 구조는 예전 각 가정에서 사용한 연탄과 같은 형태였다. 연탄에 닿는 부분은 감속재로서 실제로는 직경 40cm, 높이 60cm 정도의 원통형 흑연덩어리를 쌓아 놓은 것이다. 연탄의 구멍 부분에는 1개 1개의 압력관이 넣어지고(합계 1,661개, 지름 88mm) 이중에 핵분열로 열을 발생하는 고리형태의 핵연료집합체가 상하 각 1개씩 들어간다. 노심을 메우고 있던 대량의 흑연덩어리는 사고로 인해 원자로 상부나 외부로 날아가고, 노심하부에는 겨우 소량만 남아 있어 중심부는 텅빈 상태가 되었다. 사고 시에 흑연덩어리의 상당수가 연소했다는 주장도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당시 소련정부가 지하에 액체질소를 투입하고, 콘크리트로 바닥을 만들어서 원자로 건물 지하부분의 건전성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하여 지상부분을 석관으로 덮기만 해도 방사능을 격리 차단하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후쿠시마는 원자로만 3개. 더군다나 원자로건물 지하부분이 파괴된 상태이고 지하수가 대량으로 유입되는 상태이다. 즉 지하부분에 대한 지하수 유입 방지 조치가 필요한 상태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흘러야 이런 작업이 가능할 것인지는 아예 전망조차 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고 원자로에서 핵연료덩어리의 회수를 처음부터 희망했다. 그러나 핵연료덩어리는 대단히 많았고, 광범위하게 산재해 있었던 데다가 대단히 딱딱했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어려웠으며, 회수를 위한 경비도 막대한 금액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행히 핵연료덩어리 속에 남아있는 방사성핵종이 향후 재임계를 유발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평가했다. 결국 핵연료덩어리 회수 검토는 중단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전문기관의 판단은 주목할 만하다. 즉 격납용기는 존재하지 않았고, 핵연료덩어리의 접근이 후쿠시마원전보다도 용이했던 체르노빌에서 핵연료덩어리 회수를 강행하지 않고 안전관리가 가능했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물론 소련은 무지막지하게 소위 ‘리크비다따르’라고 칭하는 사람들, 즉 주로 군인과 예비군을 포함 60만명~80만명을 동원해서 석관을 만들었는데, 후쿠시마는 도대체 몇 명을 동원해야 하는 것인지도 계산할 수 없는 상태이다. 말하자면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 설사 그 사람이 이제 막 태어난 아기라고 해도, 그 어느 누구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수습을 보진 못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처음 석관의 열화로 인해 두 번째 석관건설을 사고로부터 30년 후인 2016년에 완성했다. 체르노빌의 석관건설은 유럽 국가 등에서 볼 때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으며, 이후의 진행과정에서도 적절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반핵운동가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는 후쿠시마 원전의 수습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 체르노빌에서 적용한 석관으로 격리 폐쇄하는 방식이라고 판단한다. 석관은 강철과 콘크리트 구조물이며 원자로 건물 전체를 덮는 것이다. 체르노빌 제2석관은 수명이 100년이다. 세슘137의 반감기가 30년이라서 100년 후에는 세슘의 10분의1정도가 줄어든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석관으로 덮으려면 지금 현재 원자로 건물 내에 있는 핵 수조에서 핵연료를 꺼내야만 한다. 석관으로 덮으면 핵연료를 식힐 수 없기 때문에 우선 수조에 담겨있는 핵연료를 모두 꺼내서 이동시켜야 한다. 말하자면 수조에 담긴 핵연료 이송이 석관 작업의 필수전제가 된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아직도 1~2호기는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하지만 핵연료 덩어리 반출이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에서, 석관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인류의 경험임이 분명하다. 아무튼 사고 직후에는 일본의 정부기구인 <원자력 손해배상 폐로지원 기구>조차도 “핵연료 덩어리 반출작업을 서두르면 좋지 않은 방사선 방출이나 피폭리스크가 증가하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작업하면 리스크가 줄어든다.”라면서 석관방식도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당시 후쿠시마 도지사나 후타바 군의 군수 등이 부흥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명분으로 맹렬하게 반발하면서 이를 삭제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그러자 원자력손해배상 폐로지원기구 이사장 야마나 하지무山名元는 석관을 대안에서 제외하기로 약속을 해버렸다. 지금으로서는 정부기구에서 석관방식을 대안으로 거론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본의 원자력 학회는 “지연해체”를 주장한 것이고, 일본의 시민단체 ‘원자력시민위원회는’ “공냉화”방식에 의한 장기격리를 주장한다. 또 다른 단체의 경우에는 묘지방식을 주장하며, 그린피스 일본의 사토시 사토는 “100년~150년 정도의 장기 또는 무기한 건식보관”을 주장한다. 표현은 달라도 결국 이러한 주장은 한 가지 공통점을 나타낸다. 핵연료 덩어리의 반출이 너무 어렵고, 서두는 것은 더 큰 리스크를 초래하며, 피폭의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사고 호기를 외부에서 완전히 격리할 수 있는 차폐막을 설치하고(지하까지) 시기를 더 기다리자는 것이다.

석관이건, 아니면 공랭식 장기보관이라고 하건, 중요한 것은 핵연료 덩어리의 안정화이다. 현재 붕괴열의 양은 원자로 1기당 100kW정도이다.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에 따르면 이것은 공기순환으로 충분히 냉각할 수 있는 열량이다. 현재 수냉화 방식을 진행 중에 있지만, 공냉화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격납용기 내부에 냉각공기를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서 핵연료 덩어리의 발열량을 외부열 교환기로 제거하는 방식이다. 지하수가 원자로 건물 내의 지하공간에 유입하지 않도록 지하까지 외곽 차폐시설(철근 콘크리트로 제작)을 만들어 건물내부를 건조시키는 것이 가능하며, 이렇게 할 경우 더 이상의 오염수 발생은 없다. 또한 현재의 원자로 선량을(시간당 80Sv) 고려 할 때 100년 후에는 약 1/16 감소하고, 200년 후에는 1/65이 된다. 핵연료 덩어리 반출 작업을 하려면, 이처럼 장기간 격리보관을 경과한 후에 하는 것이 리스크를 절감할 수 있다.

그림. 일본원자력시민위원회 제안 외곽 차폐 개념도

 

5-3) 오염수 대책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문제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의 반핵단체나 인물을 통해서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의 인체영향 등에 대한 문제는 여러 글이나 자료를 발간된 바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오염수 문제가 갖고 있는 물리적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사고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건물지하 구조물이 손상된 상태이며, 지하수가 끊임없이 유입하고 있어서, 오염수가 하루에 150㎥정도 발생 중에 있다. 현재 일본정부가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물질을 제거해서 ‘처리수’라고 부르는 오염수는 탱크에서 보관중이다. 일본정부는 이를 해양으로 방류할 예정이다. 도쿄전력의 ‘중장기 로드맵’에서는 “2020년에 하루당 150㎥정도, 2025년에는 하루당 100㎥ 이하로 억제한다.”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부지 포장을 더 많이 추진하는 것과 사고 호기 건물의 건물기초를 2023년도 까지 보수완료 하도록 목표를 세웠다. 여하튼 지하수의 유입을 0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염수가 계속 증가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오염수가 증가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면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1) 가장 큰 원인은 앞에서 언급했던 핵연료 덩어리에 있다. 지속적인 붕괴열로 인해 물을 계속해서 주입하고, 방사성물질과 접촉한 물은 방사능에 오염된 물로 변한다. 반면 압력용기의 바닥은 사고로 녹아버렸고, 격납용기는 손상개소만 300개 지점으로 추정하는 상태에서 이런 손상된 지점을 통해, 원자로 건물, 터빈 건물지하로 흘러간다.

2) 두 번째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위치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원래 해발 30~40미터 지점에서 바다와 접할 수 있도록 건설한다. 이것은 원자로 안에 만들어진 남는 열을 바다로 방출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원자로건물이나 터빈건물은 방사선 관리구역이 될 수밖에 없고, 주변과는 완전히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진으로 인해 원자로건물, 터빈 건물 지하토양층이 파괴되면서 지하수가 건물내부로 유입되고 말았다. 이것이 위 1)의 주입된 물과 뒤섞이면서 건물 지하 등에 고이고 있는 것이다. 그냥 방치하면 무방비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가고 만다.

말하자면 오염수는 끊임없이 붕괴열을 식히기 위해 쏟아 붓는 물과, 지하로 유입되는 물이 사실상 격납용기 바닥이나 벽 전체에 흩어져 온갖 물질과 뒤섞인 핵연료 덩어리와 끊임없이 뒤섞이면서 발생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염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은 지하수 유입을 막아야 하고, 냉각방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일본의 시민단체 특히 앞에서 언급한 고이데 히로아키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 소위 “차수벽(遮水壁)”을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에 제안했었다. 차수벽이란 물을 차단하는 벽이라는 뜻으로 원자로 건물 지하에 차수벽을 둘러싸서 녹아내린 핵연료와 지하수를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할 목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차수벽은 콘크리트와 강철로 만든 일종의 ‘지하댐’이다. 지하댐으로 원자로 건물 주변을 둘러싸면 지하수 유입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런 제안을 거부했다. 이유는 비용 때문이었다. 고이데 히로아키가 제안한 ‘지하댐’은 1,000억엔(약 1조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런 차수벽을 포기하고 일본정부는 소위 “동토벽(凍土壁)”을 건설했다.

동토벽은 말 그대로 흙을 얼려 만든 벽이다. 터널 굴삭 등에서 이용하는 기술로 지반에서 스며드는 지하수를 일시적으로 얼려서 파내기 공사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터널에서는 일시적으로 얼려도 괜찮겠지만, 원전에서 만드는 동토벽은 길이 약 1.5km의 거대한 것이다. 지하에 30m 길이의 파이프를 1m 간격으로 집어넣고 파이프에 마이너스 30도의 액체냉각재를 보내서 주변 토양을 지하수와 함께 얼려버리는 계획이다. 마치 저자가 즐겨먹는 하드 “비비빅”모양의 거대한 파이프가 옆으로 이어져 벽처럼 만드는 이미지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큰 벽은 전혀 경험이 없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지하수의 흐름은 복잡해서 유속이 빠른 곳도 있고 느린 곳도 있다. 한 곳을 얼리면 이곳을 흐르던 물은 다른 장소를 향해 흘러갈 것이다. 지하수의 흐름을 전부 중단시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더군다나 냉동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냉각재를 계속해서 유입해야 하는데 만일 전기가 끊어지기라도 한다면 기능을 하지 못한다. 파이프가 찌그러지거나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위험을 장기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실제로 2014년 6월 시험운전을 시행했을 때는 1개월 반이나 지나도 충분히 얼리지 못했다. 다음해 2015년에 다시 시험운전을 1개월 했을 때에도 토양이 얼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듭해서 2017년 11월에 대강 완성이라고 하면서, 동토벽이 없는 경우와 비교하여 오염수 양은 하루당 95톤 감소했다는 추정치를 발표하여 나름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도 하루 약 170톤의 지하수가 얼지 않은 부분을 통해 원자로 건물로 유입되는 중이다.

          그림. 동토벽의 설치

           (출처 ; 도쿄전력 동토벽 설명 참고사진)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도 동토벽은 문제를 안고 있다. 2018년 3월 발표한 경비는 일본 정부로부터 보조금 345억엔(약 3,500억원)을 포함 562억엔(약 5,700억원)이 넘고 있어 정부로부터 효과를 적절히 달성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연간 유지비만 해도 수 백억원을 넘는다.

오염수를 저장하는 물탱크도 문제가 있다. 현재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이면 물탱크를 더 이상 증설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지만, 일본 언론의 여러 보도나 전문가들의 지적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향후 2년간의 오염수 양을 더 보관할 수 있도록 탱크를 증설할 수 있는 부지가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해양 방출을 강행하려는 일본정부의 태도는 전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반 인륜적 행위임이 분명하다.

(참고 기사; https://news.yahoo.co.jp/byline/kinoryuichi/20201223-00213894)

 

6. 마무리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0년 9월에는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의 비중은 87.4%였지만, 사고 후인 2013년 12월에는 같은 질문에 대한 비중이 불과 24.9%였다. 또한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19년 10월의 여론조사에서는 “원전을 증가 또는 유지해야 한다.”라는 의견은 전체의 12.3%에 불과하였으며, 60.6%의 사람들이 “원전은 서서히 폐지하거나 혹은 즉시 폐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계속해서 추진 중에 있다. 

한국은 최근 탈핵정책이나 운동이 마치 불법적인 조치인 것처럼 마타도어가 횡행하면서 후쿠시마 원전의 참상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바로 이웃국가에서 엄청난 핵 참사가 발생했고, 그로 인한 사고 수습과정은 1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미로 속을 헤매면서 끝을 볼 수 없는 상황인 사실도 낯선 풍경처럼 보이는 것 같다. 핵발전으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길이며,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조치라는 점을 핵산업 세력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건강을 해치면서, 생명을 경시하면서 운영하는 원전, 그리고 사고가 단 한번이라도 발생한다면 그때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동물은 본능으로만 움직이며, 반성이 없다. 사람이라면 늘 자신을 되돌아보고 행동을 고치려 노력한다. 엄청난 참상을 두 눈으로 보고도 반성할 줄 모른다면 더 이상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오직 본능으로 만 살아가는 동물과 하등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참고문헌

1) [福島第一原子力発電所の廃炉計画に対する 検証と提案], プランAからプランB、そしてプランCへ], 佐藤 暁(原子力コンサルタント), Greenpeace Japan, 2021년.
2) [原発ゼロ社会への道 2017 ─ 脱原子力政策の実現のために], 原子力市民委員会, 第二版 2018 年 3月.
3) [福島第一原発ー真相と展望], アーニー・ガンダーセン, 岡崎玲子 訳, 集英社, 2012년.
4) [東電原発事故10年で明らかになったこと], 添田孝史 지음, 平凡社新書, 2021년 2월.
5) [原発亡国論], 木村 俊雄 지음, 駒草出版, 2021년 3월.
6) [原発事故は終わっていない], 小出 裕章 지음, 毎日新聞出版, 2021년 2월
7) [福島第一原発事故10年の再検証―原子力政策を批判し続けた科学者がメスを入れ
], 岩井孝、児玉一八、舘野淳、野口邦和/著, あけび書房, 2021년 2월.

8) [福島第一原子力発電所 事故発生後の 原子炉 圧力容器内・格納容器内の状態推定について], 東京電力, 2021년.
9) [終わりなき危機~日本のメディアが伝えない、世界の科学者による福島原発事故研究報告書], ヘレン・カルディコット(監修) (著), 河村 めぐみ (翻訳), ブックマン社, 2015년.
10) [福島第一原子力発所1~3号機の炉心・格納容器の状態の推定と未解明問題に関する検討 第55回進捗報告], 東京電力, 2017년
11) [燃料デブリ「長期遮蔽管理」の提言 - 実現性のない取出し方針からの転換-], 原子力市民委員会 原子力規制部会, 2021년4월
12) [原子力発電所の廃炉問題に関する提言], 原子力発電に反対する福井県民会議 原子力発電所の廃炉問題に関する検討委員会, 2019년 12월.
13) [国際標準からみた廃棄物管理 -廃棄物検討分科会中間報告-], 日本原子力学会, 2020년 7월
14) [福島第一原子力発電所の廃止措置等に向けた 中長期ロードマップ], 東京電力ホールディングス(株) 廃炉・汚染水対策関係閣僚等会議, 2019년 12월
15) [福島第一原子力発電所の廃炉戦略立案へのOECD/NEA のサポート], NEA
News,OECD/NEA, 2017 - No. 35.1
16) [후쿠시마 원전 사고분석 (축약본)], 한국원자력학회 후쿠시마위원회,
17) 도쿄전력의 중장기 로드맵 사이트https://www.tepco.co.jp/decommission/project/roadmap/


 

박찬호 기자  bluepol62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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