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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마음의 감기? 마음의 독감!

건강미디어l승인2020.01.20l수정2020.03.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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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느티나무의원 

6년 전 독감을 심하게 앓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 때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왜 독감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그렇게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39도가 넘는 고열과 오한에 시달렸습니다. 독감의 합병증으로 경험되었던, 물 한 방울조차 삼킬 수 없는 구내염도 앓았습니다. 항바이러스 제제에 소염진통제 주사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맞고 수액을 달기도 했지만 몸의 고통은 며칠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덕분에(?) 병가로 병원 근무를 며칠 쉬기도 했습니다. 더욱 마음이 힘들었던 건 저 뿐만이 아니라 당시 갓 돌을 맞이한 딸아이도 저에게 독감을 옮아서 같은 병원에 동시에 입원하여 비슷한 고통을 겪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마음주치의가 뜬금없는 몸의 이야기를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조금 엉뚱할 수 있지만 저는 저의 독감 투병기를 되뇌이며 우울증이 떠올랐습니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많이 얘기하지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쓰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병의 속성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사람들이 갖도록 돕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울증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보다는 ‘마음의 독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감기는 잘 쉬면 큰 어려움 없이 저절로 낫는 병이지요. 영어로는 self-limiting disease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반면에 독감은 고열, 몸살, 호흡기 증상 및 합병증 등으로 큰 고생을 할 수 있는 병입니다. 뿐만 아니라 독감에 노출이 되어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노인이나 어린이, 혹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개인의 경우에는 독감으로 인해 생명에 위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항바이러스제의 복용을 통해 증상을 경감시키고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지요. 이러한 독감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예방접종을 권장합니다. 매해 10, 11월이 되면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의료기관이 붐비기도 합니다. 

우울증의 핵심 증상은 2주 연속으로 경험되는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입니다. 여기에 더해 체중의 변화, 수면의 변화,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 피로나 활력의 상실, 과도한 죄책감, 집중력의 감소, 죽음에 대한 생각과 같은 마음 증상 중에서 5가지 이상 나타날 경우에 현대 정신의료 안에서는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이런 마음 증상의 존재 만으로 우울증으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우울증 진단 기준에도 쓰여져 있듯이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 진단을 할 때에 마음 증상으로 인해 대인관계나 자신의 학업이나 직업 영역에서의 심한 고통을 겪고 있지 않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제가 독감을 앓을 때에 그랬듯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잠시 동안 자신이 경험하는 대인관계나 일을 잠시 내려놓을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우울증도 중등도 이상으로 심한 경우에는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자살을 마음 속에 품고 자살 방법을 알아보는 등 생명의 위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힘든 마음에 대해 믿을만한 치료진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적절한 항우울제를 처방 받아 복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치료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의 우울증 당사자에 대한 면밀한 관찰도 필요합니다. 독감의 항바이러스 제제가 소화기 증상, 두통, 정신신경계 증상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듯이 항우울제를 비롯한 정신과 치료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물긴 하지만 의욕이 조금 올라가는 과정에서 자살 실행을 구체화 하게 될 수도 있고, 우울의 반대인 조증 증상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이 점차 호전 되는지, 치료의 부작용은 없는지 당사자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잘 관찰해야 합니다. 

내가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 나의 가족이나 연인과 같은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나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영향을 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우울증이 경험 될 때에 좀 더 적극적으로 좋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감정의 전염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최근 미국에서는 고교생의 자살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13 reasons why’(한국에 번역된 제목은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방송되는 기간 중에 미 전역의 10대의 자살 건수가 그 전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예인 자살 보도 이후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감정의 전염성의 또 다른 예입니다. 이러한 점들은 우리들이 서로가 서로의 감정에 대해 더 잘 보듬고 섬세하게 대해야 하고, 공중보건학적으로 다수의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우울증을 예방하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 모두는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고자 평소에도 노력하고, 식이, 수면, 운동 증 건강한 생활양식을 유지할 필요도 있습니다. 적절하게 타인과 소통하고 삶을 즐길 줄 아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나와 타인의 마음을 좀 더 잘 살피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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