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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이런 의사 한 명 있었으면...

예약등록 주치의제 실험 끝낸 살림의료사협이 남긴 성과와 한계 김기태l승인2019.12.13l수정2020.02.0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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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 여성. 미술 전공. 사회적 기업 근무. 과거 병력으로는 수직 감염(어머니가 보균자)으로 B형 간염 보균. 건강증진을 위해 주치의 프로그램 등록. 그후 2018년 12월 유방암 진단. 2019년 2월 10일 수술, 5월 항암치료 시작, 6월 항암치료 12차 중 3차 완료, 7월 항암치료 중 발생한 불안감 호소, 8월 항암치료 완료 이후 방사선 치료까지 체력 보충 위한 식이요법과 적절한 운동 시작(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연계), 9월 표적 항암 치료 진행 중, 단기 해외연수 가능할지 상담.

_환자 "왜 1센티미터도 안 되는 종양인데 수술해야 하나요? 항암치료 꼭 해냐 하는 거죠? 부작용도 많다는데..."
_의사 "항암제 주사를 맞으면 메슥거림, 구토감이 심하게 올 수 있고 사용하기로 한 약은 말초신경의 부작용을 잘 일으킬 수 있습니다. 비타민B1, 셀레늄, 오메가-3 등이 풍부한 단백질과 신선한 녹황색 채소가 풍부한 음식을 챙기도록 합시다. 위장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맥페란이나 수액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힘이 들면 망설이지 말고 오세요."

내 주위에 이렇게 편하게 질문하고 살뜰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의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위 사례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아래 살림의료사협, 이사장 강정혜) 건강혁신살림의원이 지난 1년 반 동안 진행한 예약 등록 주치의제에 참여한 사람의 이야기다. 

건강혁신살림의원은 지난 해 7월 초진 30분, 재진 15분을 기본으로 한 '주치의제'를 시범적으로 시도했다. '3분 진료'로 대표되는 한국 진료 환경에서 엄청난 실험이었다. 월 평균 1천만 원의 적자와 예상보다 적었던 190여 명의 등록자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 들긴 했지만 주치의제가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점은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자기 몸의 주인으로 살려는 '건강자치력'과 자기효능감(자신감)은 주치의제 참여자들의 가장 큰 성과였다. 불안도 잦아들었고 스스로 건강 관리를 위해 생활 습관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살림의료사협 유여원 상무이사는 "적자를 예상하면서도 결의한 주치의제를 통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조합원의 이해와 책임성을 갖게 됐다"며 "3천여 세대의 적은 조합원이지만 주치의제에 대한 이해와 실현을 위한 경험을 쌓은 기회"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살림의료사협은 12월 12일 서울혁신파크 공유동 2층 다목적홀에서 '주치의 프로그램 성과보고회'을 열고 주치의제의 의미와 성과, 한계에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는 살림의료사협 관계자뿐 아니라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서울시 나백주 시민건강국장,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 서울시 의회 이병도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해 주치의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살림의원 추혜인 원장은 "2011년부터 시작된 '30분 상담'의 살림의 주치의는 2018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의사와 함께한 실험으로 이어졌다"며 "이제 '30분 진료'로 대표되는 주치의제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분 진료'는 주치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상담과 교육, 예방에 이르는 주치의 본연의 일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것이었다. 30분 진료는 당분간 중단된다. 살림의료사협이 자문을 구한 《온국민 주치의 제도》 저자 고병수 원장은 "의료 서비스의 내용과 질의 차이를 중심에 두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초진 30분, 재진 15분을 적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며 긴 진료 시간이 환자 만족도나 건강증진에 유효한지는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 원장은 "건강혁신살림의원의 실험은 끝나지만 주치의제는 살림의원에서 계속 된다"며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의 협진에 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가 포함된 '팀 주치의'와 각자의 건강 역사에 주민자치 활동을 추가한 '건강수첩'이 핵심일 것"이라고 전망을 밝혔다.

위의 사례처럼 병이 났을 때도 주치의는 필요하지만 정작 주치의가 힘을 발휘하는 때는 많다. 의료인과 정기적인 만남은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구체적인 건강 실천 활동을 촉진한다. 환자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의사는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건강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 믿을 수 있는 의료인과 생애 주기에 대한 상담도 가능하며 만성질환의 예방은 물론 질병과 노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없앨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은 주치의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건강혁신살림의원 김신애 원장은 "주치의제가 확립되면 의료진도 의료를 단순히 이윤 창출의 도구로만 대하지 않을 수 있다"며 "환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건강을 위해 만나는 장이 주치의제"라며 의료인의 마음 건강에도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종합 토론에 참석한 발표자들은 하나같이 주치의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나백주 시민건강국장은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건강 관련한 문제 해결에 주치의제가 중요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서울시가 관심을 갖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비룡 교수는 "자신의 건강 증진을 위해 도와주는 사람을 주치의로 봐야 한다"며 "주치의는 진료만 하는 게 아니라 예방, 관리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서적인 건강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아파야 보상이 이뤄지는 수가 체계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도 부위원장은 "의료가 질병 치료에서 예방, 관리, 습관, 영양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번처럼 주치의제를 위한 의미 있는 실험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함께 도출된 성과와 과제들을 서울시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종합 토론을 좌장을 맡은 한국커뮤니티케어보건의료협의회 임종한 상임대표는 "우리나라 의료비의 30%가 주치의제를 시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의약품 오남용, 반복 검사로 인한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며 "일차의료 강화, 주치의제 시행으로 이 비용이 쓰여져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과 이용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2019년 12월 12일 살림의료사협 건강혁신살림의원이 1년6개월 진행한 예약등록 주치의제 성과 보고회가 열렸다.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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