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9.11.11 월 17:13

내가 꿈꾸던 가치들을 만나다

[제1회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학술대회 후기] 김기태l승인2019.10.22l수정2019.10.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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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의련의 1회 학술대회는 의학적이거나 제도적인 정교성 보다는 인본주의적 가치에 중점을 둔 실천을 공개하는 학술대회에 가까웠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해하기 쉽고 각 단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강연을 듣는 내내 제가 생각하거나 꿈꿔왔던 가치들과 공명하는 부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냥 혼자의 생각 만으로 잊혀지는 것이 아쉬워, 기억에 남거나 인상적이었던 발제 내용들을 조금 정리해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세션1.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행복한 일차의료 공공성의 가치 실현과 가능성

발제는 건강혁신 살림의원의 김신애 원장님. 우리동네30분의원 정혜진 원장님. 그리고 김정은소아청소년과의원 김정은 원장님이 해주셨습니다.

과거에 개인적으로 살림의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진료실 옆에 운동센터가 있고, 바로 위에 모임공간이 있는 '환자(조합원) 친화적' 환경을 보고 놀랐던 때를 기억하며 발제를 들었습니다

발제의 핵심은 '의료기관을 찾아 오고 의사와 만난 결과가 반드시 주사나 시술이나 처방이 되어야만 하는가'였던 것 같습니다.

의료인은 의료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환자들은 그렇지 못하기도 하고 양질의 의료지식을 얻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적절한 시간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예로 초진 이후 환자의 '건강 포트폴리오'를 제작해 주고 매달 환자가 체크해야 할 건강 목표를 설정하여 아프지 않더라도 방문하도록 하는 형태의 사업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의료진에게 질문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었다고 하네요.

세 차례의 집단심층면접을 통해 사업을 평가해 본 결과, 이러한 방식이 신체 건강 뿐만 아니라 심리건강 만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또한, 환자 스스로 건강자료(건강수첩)를 가지고 다니며 언제나 확인할 수 있고 때로는 만나는 의료진에게 제시할 수 있어 효과적이고 응급상황에서 일차적인 문의를 할 수 있는 든든한 게이트키퍼(gate keeper)가 생긴 보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과도 결과지만, 연간 7천만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한국형 주치의 프로그램 만들기를 시도한 것 자체만으로도 놀랄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우리동네30분의원 정혜진 선생님의 '취향을 드러내는 진료'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의료인들이 자신의 취향을 숨긴 채 비슷하게 생긴 진료공간 안에서 특징없는 진료를 반복하며 무료함을 느끼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셨는데요.

30분 진료. 식물과 고양이가 있는 진료실. 성격대로 하는 자신의 진료를 통해 오히려 공간과 진료 방식에 대한 취향을 드러내는것이 환자도 만족하고 의사도 만족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시며 '진료거부'를 할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 최소한의 방어막이 된다고 언급하셨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원장님은 일차의료가 진료 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끌어모으고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는데요.

김정은소아청소년과의원은 '우리동네연구소'라는 곳과 연계하여, 비장애인의 휠체어 운전연습, 비폭력 대화훈련, 청소년 인권활동가 등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은 일차진료가 진료실 밖으로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게 하였습니다.

세션2. 일차의료의 오래된 미래, 방문보건의료

세션2의 발제를 듣다보니, 범보건동아리 라포에서 하고 있는 아웃리칭 활동에서 스치듯이 고민했던 생각들이 좀더 쉽게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발제는 건강의집의원 김창오 원장님과 홍종원 원장님. 그리고 민들레의료사협 이경민 팀장님과 막내아들한의원 윤동현 원장님, 보화약국 안화영 약국장님이 해주셨습니다.

김창오 원장님의 발제는 '방문진료'의 당위성과 비효율의 필요성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진료의 방식이 비효율적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셨던것 같습니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진료시간을 보장하는 것을 시작하는 것부터가 기존의 환자-의사 간의 효율적인 만남에서는 어렵다는 말을 역설하고자 하셨던 것 같습니다.

방문진료의 당위성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중증질환은 가난한 사람을 급격하게 무너뜨리는데요. 부산에서 개인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저 또한 목격하곤 합니다. 김창오 원장님은 그래서, 방문진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장 적합한 방식이며, 생애사적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제도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언급하시길 "저희 의원은 사실 '손익분기점'은 이미 넘었습니다!" 라고 하시더군요. 방문진료만 하는 병원! 가능하구나! 마냥 이상적인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홍종원 원장님의 발제는 방문진료의 보다 구체적인 활동상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방문환자 한분한분 신경쓰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원장님은 때론 전문의 선생님들과의 협진, 복지사 및 실무자들과의 꾸준한 협업을 진행중이시더군요. 라포의 활동에서도 느꼈듯, 발제를 보며 지역내 보건복지 및 의료인들과 환자 한분에 대한 사례 관련 소통이 정말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민들레의료사협의 이경민 선생님은 좀더 체계적으로 변화해 가는 방문의료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셨습니다. 역시 여기에서도 각 직능의 전문가 간의 소통과 네트워크의 형성이 중요했고 대상자의 욕구를 파악해내는 전문성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의 어려움과 장애인 당사자의 어려움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셨던 과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막내아들한의원의 윤동현 원장님은 '방문진료'가 편의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의료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리고, 방문진료가 의료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재밌는 사실을 보여주셨는데요. 예컨데, 높은 계단을 낮은 계단으로 바꾸어 주는 것,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 자체가 쉽지 않은 환자의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등으로 그들의 일상을 든든하게 지원해 줄 수도 있음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안화영 약사님의 방문약료 서비스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라포에서 아웃리치를 하다보면 복약 순응도가 낮거나 복약을 임의로 조정하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당뇨 체크제도 잘 소독이 안되고, 인슐린 펜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요.

방문약료 서비스는 이렇게 의료정보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외계층과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약물 복용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약력관리와 상담이라는 행위가 추가됨으로 약국에서 벗어난 약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부산에도 있으면 어떨까. 방문약료 서비스가 지역에도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습니다.

▲ 제1회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학술대회가 2019년 10월 20일 오전 9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렸다.

세션3. 의료 인권을 만나다

배제된 소수자의 인권을 지키고자 하는 의사들의 노력이 보여지는 세션 이었습니다. 녹색병원의 이보라 선생님은 단식, 고공농성자, 난민진료의 실태를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배제된 소수자들의 '인권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는것이 의료지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보라 선생님은 녹색병원의 인권치유센터의 사업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인의협이나 녹색병원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의료지원을 가는 것 외에는 지방에서 지방으로 의료지원을 가는 것이 드물다고 합니다(투쟁이 서울에서 많기도 하구요). 그래서, 사의련에서 "서울에서 지원을 나가는 것도 좋지만 사의련의 지역  회원기관이 바로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녹색병원 윤정원 선생님은 성소수자의 건강권 보장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의과대학에서는 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비뇨기과 실습때 성소수자를 마주쳤는데요. 그분이 HRT를 간헐적으로 중단하게 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호소하셨지만 무엇인가를 더 이야기 하지 못한 아쉬움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가는 발제였는데요. 아직까지 개인수준으로 '인권감수성'을 공부하는 것에 그쳐 아쉽지만 나중에 진료에 나서기 전에 '트렌스 섹슈얼, 트렌스젠더, 성별비순응자를 위한' 건강관리 실무표준을 읽고 조심스럽게 실천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향남공감의원에서는 난민의 의료비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 지는지 보여주셨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지원은 제가 잠깐 인연이 닿았던 부산의 이주민과 함께라는 단체에서 보았던 광경과 유사하였는데요. 향남공감의원에서 하시는 사업들이 잘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약간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특별강연1. 정신장애인과 인권

역시 정신장애인과 인권에서는 이탈리아 프랑코 바살리아의 '자유가 치료다!'라는 말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라포에서 서영수 원장님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발제를 들었는데요. 치료권과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016년 강제입원 기준 강화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입퇴원을 돕는 절차보조 시범사업이 진통을 겪고 있는데요. 모쪼록 잘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특별강연2. 전일본 민의련 발표 '일본의 방문진료와 지역포괄케어'

우리나라의 커뮤니티케어를 일본에서는 통합커뮤니티케어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커뮤니티케어는 지역 도시재생과 잘 결합된 선진적인 모델들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특히 발제에서는 민의련이 '의료인'의 포지션에서 통합 커뮤니티케어를 이해하고, 다양한 사회자원들을 연결하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역시, 먼저 시작한 분들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통합 커뮤니티케어의 정착과 지속이 일본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임을 내걸고 활동을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초고령화에 진입하는 속도가 프랑스에 비해 5배 정도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실 때는 더욱 절실함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 또한 일본과 비슷한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 많습니다. '소진사회'인 일본과 한국을 어떻게 복구하고,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에 대한 혜안이 민의련과의 연대 속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민의련에서 통합커뮤니티케어에서 역할을 할 예비의료인들을 어떻게 재생산 해내느냐라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현재 일본은 문부과학성에서 의과대학 교육항목에 지역연계성 항목을 도입하여 왕진실습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민의련에서는 의사회원에게 지역연계교육을 시행한다고 하네요.

체계적인 교육! 참 필요한것 같습니다.

다음 회에는 의료인으로서 다시 한 번 참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쉬는 시간이 짧고 점심시간 조차 발제를 들어야 하는 '빡셈'이 있었지만. 여태 활동해 왔던 기억들을 정리하고 되새김질 하기 참 좋았던 시간,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 주신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_김민수(범보건동아리 '라포' 회원)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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