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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게 가능하다고?"

[2019 민의련 연수 소감_5] 김기태l승인2019.08.21l수정2019.08.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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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는 지난 7월 17일부터 3박4일 동안 '2019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민의련) 연수'를 가졌다. 총 12명의 보건의료계열 학생들이 참여한 이번 연수는 오사카와 교토민의련 소속 병원과 진료소(의원)를 돌아보며 '차별 없는 평등의료'를 실현하는 민의련의 진료현장과 역사를 마주보는 자리였다. 이번 연수의 후원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에서 맡았다. 건강미디어는 '2019 민의련 연수 소감' 주제로 민의련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의 소회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양신영(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 간호학과 3학년)

가끔 골몰하던 문제의 실마리가 보일 때, 우리는 ‘명쾌하다!’라는 기분을 맛보게 됩니다. 저에게 이번 민의련 연수는 그랬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회의 제일 구석에 있는 사람들도 의료 자원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저에게 가장 궁금하고 공부하고 싶으면서, 저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공부하고 움직이고 연대하려고 애쓰던, 그 흔한 저의 일상 중 어느 날에, 지인 분이 그러셨습니다. 자신은 제가 했던(그리고 아마 많은 보건의료인 분들이 오래전부터 했을)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주민과 함께하는 의료를 연구하고 계시다구요. 지금도 그렇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던 저였기에 지인 분의 대답은 마치 안 가본 장소에 대한 설명과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먼저 ‘1차 의료기관에서 시민들을 잘 교육시켜서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건가?’라는 아리송함과 대상자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아 울상이었던 병원 실습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거기에 아는 척 좀 하겠다고 ‘한국 의료자원 불평등 문제는 분배가 잘 안돼서 그래’ 같은 얄팍한 첨언을 더하면 그 당시 제가 지인의 대답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완벽히 재현할 수 있겠습니다.  

민의련 연수는 지인 분의 답을 눈으로 엿볼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간호대학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방문간호 같은 지역관리 사업이나 의료자원 분배는 국가의 역할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인이 말한 답을 현실에 대입하기 어려웠던 것이지요. 이윤이 아닌 건강을 위해 병원이, 보건의료인이 사회로 직접 다가가는 것. 대상자의 증상 이면을 너머 삶을 바라보는 것. 연수를 다녀오고 난 후 지인의 답은 그런 게 아니었을까 하고 저 나름대로 추측해보고 있습니다.

▲ 7월 17일부터 3박4일 동안 진행된 전일본민의련 연수 마지막 날. 귀국 후 김포공항에서 함께했던 동료들과 기념사진.

아마 그런 단서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민의련에서 옳음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발휘되는 영향력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가만히 기다리지 않고, 직접 모여서 행동했으며 여전히 현재에도 실천하는 민의련의 모습은 ‘옳은 일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라’라고 말을 하는 듯합니다. 일례로 민의련의 한 종합병원인 니시요도 병원에서는 방문간호를 시행하고 있었는데, 그건 정말 저에게 틀을 깨는 무엇이었습니다. 보건소도 아니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것도 아닌 일개 병원이 방문간호라니. 이윤을 위해 최첨단 기기를 사서 홍보하고, 인력을 절감하고, 안전은 외면한 채 더 싼 물품으로 대체하는 한국의 대형병원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보통 종합병원에서 방문간호는 병원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간주되니까요.

또한 니시요도 병원에서 교과서에서나 보던 간호사 한 명당 대상자 두 명을 담당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어안이 벙벙했는지 모릅니다. “이게 가능하다고? 정말 이게 가능하다고?” 얼마나 입밖으로 되뇌었는지 모릅니다. 보건의료계 노동문제를 접하면서 병원은 정말 인력을 갈아넣어야만 유지되는 거냐며 분노하고 속상해하던 저에게는 하나의 위로기도 했습니다. 보건의료 노동자도 과로하지 않고,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는 위로였습니다. 머릿속에서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었던 것들이 가능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민의련이 보건의료의 정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대상자가 사는 환경이 건강해야 대상자가 건강하다, 모든 대상자는 의료 앞에서 평등하다, 사회는 건강해야 한다 같은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지 못한 당연한 말들이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보건의료계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만능 방패처럼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 민의련이 더 이상 그런 좋은 말들이 상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투쟁 의지를 건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참 짧은 시간이었지만 친구들과 치열하게 토의하고 또 마음껏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열린 토론의 장이 계속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신 한국의 사의련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직 안개 속에서 무언가를 보는 것 같지만, 저는 시민사회에서 아닌 것은 아니라 말하고 옳음을 관철시키며 이윤보다 건강을 고민하는 일원이 되기를, 그러한 보건의료인이 되기를 꿈꿉니다. 이 연수가 저에게 그랬듯 다른 이에게도 생각을 넓히는 장이어서 우리 같이 사회를 바꿔나가길 기대하며 글을 줄입니다.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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