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9.8.16 금 14:10

민의련을 이끄는 힘...치열한 역사의식과 강력한 연대

[2019 민의련 연수 소감_1] 김기태l승인2019.08.12l수정2019.08.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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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는 지난 7월 17일부터 3박4일 동안 '2019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민의련) 연수'를 가졌다. 총 12명의 보건의료계열 학생들이 참여한 이번 연수는 오사카와 교토민의련 소속 병원과 진료소(의원)를 돌아보며 '차별 없는 평등의료'를 실현하는 민의련의 진료현장과 역사를 마주보는 자리였다. 이번 연수의 후원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에서 맡았다. 건강미디어는 '2019 민의련 연수 소감' 주제로 민의련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의 소회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오규희(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민의련) 연수를 다녀온 지 이 주일이 지나고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학교 병원 실습을 나간다. 병원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은 항상 그래왔듯 바쁘다. 바깥은 무덥고 병원 안은 참 시원할 따름이다. 내 앞에 놓인 일 외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이 주일 전에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이 신기루같다. 그곳에서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졌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돌아본다. 의사 선생님들의 권위의식이 느껴지지 않았던 점, 주민들의 건강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의료 분야 사람들끼리 협력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최첨단 의료기술을 본 것도, 큰 병원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작은 힘을 모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깊은 감명이었던 것 같다.

일정표를 처음 보고 나서,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재일동포와의 만남, 야마센 묘지, 윤동주 시비, 평화기념관을 왜 가는지 의문이었다. 더구나 일본은 더웠고, 여기에 왜 있는지 이것을 왜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일본 민의련의 소개 첫머리부터 역사 이야기가 나왔다. 역사라고 했을 때 괜히 머리가 무거워지는 불편감도 있었다. 하지만 전 연수과정을 돌이켜보니 그것이 나밖에 모르는 무지함에서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나는, 그리고 보통의 내 또래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데 익숙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지 말이다. 그것이 교육의 목표이자 삶의 동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것 같은 민의련의 모습에 놀랐다. 왜 더불어 잘 살아가려고 할까, 어떻게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무엇이 7만 명이 넘는 민의련 직원들을 이끄는 힘이 될까. 그것은 역사에 뿌리를 두고 연대해 왔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민의련은 의료를 넘어 복지, 주민자치의 영역에서도 큰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강령에 잘 나타나 있다. 무차별 평등의 의료와 복지의 실현, 생활과 노동으로부터 질병을 파악, 건강한 지역사회, 생명과 건강 문제에 관한 그 시대의 사회문제와 관련한 활동, 민주적 운영 등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의료의 범위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진료실에서의 의료행위가 개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10% 미만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민의련은 건강한 삶에 대해 깊이 고찰해왔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 뿌리를 야마모토 센지(야마센)에 두고 있었다. 그는 생물학자로서 일반 서민들의 삶의 개선을 위해 피임운동을 펼쳤고, 적극적으로 치안유지법에 반대하면서 자국의 군국주의를 비판했다. 그가 피살되고 나서 1930년에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무산자진료소가 생겼고, 그렇게 건강은 모든 이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이념하에 1950년대부터 민의련이 생겼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 구조진료소 방문. 진료소 원장은 야마모토 유지 선생(아랫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으로 일본민의련의 시작으로 알려진 야마센의 외손자다.

이상적인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안주해버리기 마련인데, 왜냐하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왜 시류를 거스르면서까지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연수를 통해 민의련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그 이념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건강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위해 지역 주민들, 보건의료인들이 협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러한 모습은 한순간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십 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의료계의 다양한 대안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민의련에서 일을 하는 것이 의사에게 희생(?)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했던 교토의대생의 말에서 민의련의 내공이 느껴져서 감탄했다. 그만큼 같은 이념을 가진 분들끼리 연대가 잘 돼 있는 것이리라. 아직 한국에서는 건강권의 평등이라는 문제에 대해 동감하는 사람들이 적고, 상대적으로 의사의 희생이 많이 요구되는 것 같다. 그와 더불어 연대라고 하는 점에 있어서도 어색함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어떻게 이와 같은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일 것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나라는 작은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거대한 시스템에 대항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마음 한편의 소시민적인 나는 그냥 편하게 살자고 한다. 하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마음이 뜨거워지는 그 지점에 이런 고민과 경험, 무엇보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래서 다짐을 한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목표를 잊지 말자. 동료들과의 매듭을 단단히 짓자. 공부하자. 그리고 전문가가 되어 내 능력을 펼치자. 연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후배 의대생들이 사의련 병원을 여러 동등한 선택지 중 하나로 이야기하는 날을 그려본다.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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