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9.7.13 토 15:21

방문진료만 하는 의원, 문 열었다

20일, 건강의집의원 개원...강북구 번동 지역 장애인 주치의 자임 김기태l승인2019.04.22l수정2019.06.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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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이 중심인 것 같은데, 아니라고 했다. 의료기관은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사회의 병원화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지역사회화'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방문진료 전용 '건강의집의원'(대표원장 홍종원, 이하 건강의집)이 20일 강북구 번동 339-1번지 1층에 개원했다. 한달여 먼저 진료를 시작한 건강의집은 이날 개원식을 기점으로 번동 지역 장애인들의 주치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개원식에는 국립재활원 장애인정책과, 강북구보건소, 도봉구보건소, 시민건강연구소,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번동3단지 종합사회복지관, 강북구장애인복지관, 강북지역자활센터, 강북나눔돌봄사회적협동조합 등의 단체들이 참석해 민간의원급의 첫 방문진료를 축하했다.

건강의집은 보건소와 장애인종합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등에서 의뢰 받은 환자의 집으로 방문해 포괄적인 건강평가를 하고 단기입원 연계나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를 돕는 역할도 하게 된다.

건강의집은 홍종원 대표원장, 김창오 원장, 이지혜 간호사 등 3명이 각자의 역할을 정해 진료와 연구활동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 4월 20일, 방문진료 전용 클리닉 '건강의집의원'이 개원식을 열었다.

이에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는 방문진료만 하는 의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 운영방안, 계획 등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는 개원 하루 전인 19일 오후 건강의집의원에서 있었다.

-(인터뷰 시작 전 강북구보건소 관계자들의 내원 소식을 들은터라)보건소 등 지역의 보건의료 자원들과 관계가 중요할 것 같다.
=오래전부터 지역활동을 하면서 보건소뿐 아니라 장애인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들과 인연을 맺어 왔다. 이곳 번동 2, 3, 5단지에는 단지마다 종합사회복지관이 있는데, 지역축제나 청년사업을 하면서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어제만해도 장애인복지관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건강상담을 진행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대상으로 하는 집합교육도 진행한 경험도 있다. 이들 단체에서 장애인 당사자를 의뢰해 오면 찾아간다. 김창오 원장은 강북구보건소에서 5년 동안 근무하면서 방문진료를 나가기도 했다.

-개원식 한달 전부터 방문진료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앞서 말한 기관들의 협조를 받아 진행한 것인가.
=장애인복지관에서 환자를 의뢰하면 진료에 나갔다. 지금까지 20여 명 정도 방문했다. 직접 가서 보니 처한 상황이 너무 다양했다. 지체, 척수, 뇌병변 중증장애인뿐 아니라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었다. 조금만 도와주면 일상생활이 좀더 수월해질 것 같은 환자도 있었다. 재활이 필요한 상황인데, 가까운 곳에 국립재활원이 있어 연계 체계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재활원에서도 단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의뢰해 달라는 적극적인 주문을 하기도 했다.

-단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말하나.
=척추손상 등으로 누워 있는 환자에게 재활훈련을 받도록 하면 좀더 자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여기서 더 나가 퇴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퇴원 후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복귀를 위해 적극적인 의료와 돌봄을 지원하며 재입원율을 줄일 수 있다. 퇴원 후 계획은 단순히 의료비를 절감하는 차원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에게 지워질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가족들의 건강이나 복지 연결에도 관심이 많다.

-의원이 중심이 돼 의료뿐 아니라 돌봄, 복지까지 연계도 하겠다.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의원이 중심이 되지 않아야 한다. 의원은 연계하고 코디네이터 역할만 하면 된다. 지역사회가 병원화되면 안 된다, 지역사회가 지역사회화 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방문진료만 하는 의원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역에는 많은 의원들이 존재하고 여기에 환자들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까지 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지역사회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 아픈데 참고 병원을 못 가고 있는 사람, 동네병원을 만족스럽게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 의료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 거기에 더해 지금과는 다른 의사와 환자 관계를 염두해 뒀다. 병원에서 환자와 마주하면 말 그대로 병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게 된다. 환자의 집에서 하는 대화는 다르다. 환자가 처한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데 방문이 유효하리라 봤다.

-외래진료는 없는 방문진료 전용 의원의 하루는 어떤가.
=이곳 번동은 장애인 인구가 10%다. 서울시 4%, 강북구 5%를 볼 때, 밀집도가 높다. 번1동, 번2동, 번3동에 중증장애인만 1900명에 달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장애인 방문을 주로 한다. 의원에서 이들 지역까지는 15분 안에 갈 수 있다. 포괄적인 건강평가가 필요한 초진은 1시간, 재진은 30분 정도 걸린다. 방문진료는 주 2~3회 진행할 계획이다. 나머지 이틀은 서류정리 같은 행정처리와 지역 내 다른 자원들과 연계방법 모색 등에 할애한다. 

▲ 건강의집의원 홍종원 대표원장(오른쪽)과 김창오 원장.

인터뷰 중간 개원식 준비로 잠깐 자리를 비웠던 김창오 원장이 합류, 두 명이 번갈아 개원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한달 동안 직접 방문해 보니 무엇이 문제인가.
=(김창오)세심하고 전반적인 관리를 해줄 의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보조인을 지원 받는 경우엔 대학병원급에서 적절한 진료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이동에 대한 제약이 많은 분들이 문제였다. 검사를 해보면 부정맥이나 고혈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모르고 있다. 정신과쪽의 진료가 필요한 사람도 많이 있었고 영양 불균형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의원 운영은 괜찮겠나. 아무래도 방문진료는 외래진료보다 시간은 더 들고 거기에 비해 수가는 적은 게 현실인데.
=(홍종원)운영이 잘 된다는 것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수익에 대한 개념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병원 만들 때 몇 억씩 들어가는 초기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임대료도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빌라 건물 1층에 자리한 건강의집은 외래진료가 없는 만큼 내부를 작은 사무실처럼 꾸며 놓았다). 

-정부에선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시작했다. '병원에서 지역으로'를 내걸고 지역사회에서 의료와 돌봄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한다. 방문진료, 방문약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방문진료의 경우, 외래진료 수가의 4~5배를 책정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수가가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관행으로 봤을 때, 방문진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의료형태다. 방문진료라는 것이 잠깐 가서 얼굴 비춘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방문진료가 활성화되려면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건강의집을 통해 모범적인 방문진료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 커뮤니티케어에 대해선 매우 지지하고 찬성한다. 하지만 선언적이고 추상적이다.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채우는 데 여러 보건의료 직역들의 실험과 협업이 필요하다.
=(홍)우리가 하려는 방문진료에 보건소, 사회복지 연구자, 서울시 복지 정책 관계자, 연구소 등 많은 분들이 주목하고 있다. 저희가 좋은 모델을 만들어야 앞으로 방문진료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창오 원장은 건강의집 방문진료의 경험을 연구해 발표할 계획이다. 방문진료의 실행 내용을 논문과 연구보고서 형태로 만들고, 이것이 정책이나 제도화되는 데 힘을 보탠다는 생각이다.

-방문진료와 관련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김)미국 뉴욕 할렘가에서 시작된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방문진료를 들 수 있다. 내과 레지던트 3명이 1995년부터 할렘가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서 진행한 방문진료로, 지역의 대학에 교육실습프로그램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의사들은 주 2.5일 진료하고 나머지 시간은 학생이나 전공의에게 방문진료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방문진료는 환자를 깊이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데 있다. 방문진료를 우선으로 하고 외래진료를 약식으로 하는 의료의 전환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홍)거창한 꿈, 그런 거 없다. 진짜로 환자 한분한분 성심성의껏 만나고 싶다. 단순히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아니라 지역의 이웃으로 만나겠다. 큰 일을 벌이기보다 소박하게 차근차근 해나가겠다. 그동안의 활동을 확장해 더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겠다.
=(김)건강의집의원이 중요한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운영적인 면에서 잘 버티기만 해도 방문진료 활성화에 역할을 할 것이다. 방문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해야 한다. 

▲ "가정방문진료를 통한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의료를 제공하여 따듯하고 안온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열린공간, 건강의집의원입니다." 왼쪽부터 홍종원 대표원장, 이지혜 간호사, 김창오 원장.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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