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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식사 꼭 하셔야 해요"

10월 16일~28일, '나는 돌봄종사자입니다" 그림 전시회 김기태l승인2018.10.17l수정2018.11.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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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마음이 맑아지면 그 둘레가 점점 맑아지고, 마침내 온세상이 다 맑아질 수 있다." 2010년 입적한 법정스님은 세상이 맑고 향기롭길 바랐다. 법정은 한사람 한사람의 '맑음'이 세상을 향기롭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10월 16일, 서울 합정동 갤러리 사각형에서는 '맑고 향기로운' 전시회 하나가 열렸다.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돌봄노동자 14명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낸 '나는 돌봄종사자입니다' 전시회가 바로 그것.

전시회는 10월 28일까지 오전 11시~오후 7시에 열린다. 19일(금) 오후 6시, 20일(토) 오후 2시, 27일(토) 오후 5시에는 작가와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나는 돌봄종사자입니다' 전시되는 작품은 서울의료사협, 안성의료사협, 순천의료생협,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에 소속된 14명 돌봄인들이 만든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가 지난 6~7월 진행한 요양보호사 교육에 참여했고, 이 과정에 그림으로 자신과 주변, 그리고 자신의 일을 표현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단법인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은 전문가로 참여해 이들의 그림작업을 도왔다.

전시회 첫 날인 16일에는 10명의 돌봄작가들이 참석해 자신의 작품을 직접 낭독하고 작품의 배경설명, 그리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딸 부잣집의 다섯째 딸이었던 자신의 이야기부터 친정어머니, 시어머니에 이르는 가족, 그리고 요양보호사로 만났던 전쟁 영웅, 욕쟁이 할머니, 반갑습니다 할머니, 휴후 할머니, 얌전이 할머니까지 등장인물은 다양했다.

시작은 동요였다. 안성의료사협의 김정애 작가는 <달마중>이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상했다. 김 작가는 반 대표로 나간 노래자랑에서 '달마중'이란 동요로 당당히 1등을 했다. 손녀를 보면서 기억이 떠올랐고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냈다. 김 작가는 참석자들의 즉석 노래 요청에 화답, 녹슬지 않은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 김정애 작.

<섬마을 딸 부잣집 이야기>를 발표한 김지후 작가는, 전라남도 여수 안도에서 1남7녀 중 다섯째 딸로 태어난 자신의 태몽이야기로 청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우리 엄마가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아빠가 태몽을 꿨대. 보름달 밑에 별 일곱 개가 주르륵." 보름달은 제일 위에 큰오빠, 그리고 일곱 개 별은 딸을 의미했다고 한다.

▲ 김지후 작.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지원센터의 박복희 작가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아야 했다. 박 작가는 <하늘나라>에서 매일같이 아들을 기다리는 백 세 노모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야기 첫 머리, "할머니, 식사 꼭 하셔야 해요."에서 울음이 복받쳤다. 비워지지 않은 밥과 된장국이 박 작가의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 박복희 작.

이어 한편의 동영상이 상영됐다. 보건소 생명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는 김춘심 작가가 어르신들을 만나고 함께한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전하며 작품 소개를 이어갔다. <휴후 할머니>. 김 작가의 이 작품에 등장하는 '휴후'라는 단어는 의성어다. 우울증이 심했던 작품 속 할머니는 죽고 싶다는 말과 함께 이 단어를 연신 중얼거렸다고 한다. 3남 2녀를 슬하에 두었던 작품 속 휴후 할머니는 "밥상에 둘러앉아 밥 먹을 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말한다.

▲ 김춘심 작.

<나만의 의사, 억순 씨>의 손용덕 작가는 자신의 이름 '손용덕' 때문에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억순 씨는 손 작가의 시어머니 '혜순'이었다. 부잣집 막내딸이었던 혜순은 큰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해, 남편이 풍으로 쓰러지고 난 후 여섯 남매를 먹여 살려야 하는 '억순'이 된 것이다. 억순은 여러 며느리 중 큰며느리인 손 작가의 이름만 몰랐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고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있게 된 억순을 '주석이'(손 작가의 아들 이름, 시어머니는 손 작가를 이렇게 불렀다) 찾아간다.

"어머니, 저 오늘도 왔어요"
"몰라"
"어머니, 제가 누구예요?"
"손용덕"

▲ 손용덕 작.

이날 전시회에는 의료사협연합회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장남희 팀장도 작가 자격으로 참석했다. 장 팀장은 "옛날 같으면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 50대 중반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며 "교육을 받는 동안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돌봄을 꺼내 여러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장남희 작.

장다순 작가는 <울 엄니>에서 올해 7월 작고한 친정어머니를 그리워 했다. 동네에서 '암소'라고 불릴 만큼 일만 했던 어머니. 황혼녘에 치매로 입원한 어머니를 그린 서투른 그림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흰색 바탕에 '병원, 병원, 병원'이라고 쓴 환자복.

▲ 장다순 작.

서울의료사협의 조순자 작가는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외로운 영웅>으로, 최덕순 작가는 <내 손을 잡았던 어르신들>에서 자신이 만났던 할머니들의 특징을 '욕쟁이, 반갑습니다, 얌전이 할머니'로 묘사해냈다.

▲ 조순자 작.
▲ 최덕순 작.

마지막 낭독에서 안성의료사협 황정순 작가는 <영예 할머니의 하루>라는 작품에서 "그림책의 영예 어르신 이야기가 현실 속 우리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되면 마음이 짠해진다"며 돌봄이 우리 모두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 황정순 작.

한편 이날 전시된 작품은 내년 초 정식 책으로 출판될 예정으로 현재 북펀딩 약정을 진행하고 있다. 14명의 그림 이야기를 각각 다룬 분권 세트는 5만원, 한 권에 모두 담은 통권은 3만 원, 통권+분권세트는 7만 원이다. 

자세한 문의는 02-835-5412, hwsocoop@hanmail.net으로 하면 된다.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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