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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마리를 얻었으니 풀어나가는 것은 나의 몫

2018 보건의료 학생 여름 수련을 마치고 건강미디어l승인2018.09.03l수정2018.09.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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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마리를 얻었으니 풀어나가는 것은 나의 몫

김희수(고려대학교 의과대학 2학년)

홍성에서의 3박 4일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협동조합과 농업, 사회적 경제에 대해 거의 모르는 상태여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농장과 의료 협동조합을 둘러보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을 잡을 쯤 일정이 끝나버렸다. 짧은 시간에 새로 접한 것이 많아 벅차기도 했지만 이 곳에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발견했고 생각할 거리도 얻었다.

협동조합 행복농장에서는 정신 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을 공동체 안으로 통합하는 방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정신 장애인을 격리하지 않고 사회로 통합하는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수업 시간에 배웠는데 현실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었다. 그래서 도시의 정신 장애인 재활 시설에 가본 적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주간 보호 서비스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에 비해 행복농장은 자립에 필요한 고정된 일자리와 적정 보수를 제공하고 있었다. 공동체로 통합되려면 그 전에 독립된 개인으로서 살 수 있어야 하니 자립을 지원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비장애인에 비해 생산성이 조금 낮아질 수 있으니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도 정신 장애인을 격리 수용하는 시설에는 보조금을 주고 행복농장에는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의아하기도 했다. 이윤 창출을 목표로 삼지 않고 사회적 배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활동을 한다는 개념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식이 아직 높지 않기 때문에 사회의 다른 부분으로 확산되려면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농장에서 지내면서 지금껏 익숙했던 삶과 다른 형태의 삶을 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도시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목격한 삶은 무척 획일적이고 정형화됐다. 10대에는 입시 준비, 20대에는 취업 준비, 그 이후에는 결혼과 노후 준비를 하는 삶. 평일엔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하고 주말 동안 밀린 피로를 푸는 삶. 이렇게 짜여진 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마음 한 구석에 있었다. 그런데 젊은 협업농장은 그 틀을 벗어나 잘 굴러가고 있었다. 작물의 생애 주기와 계절에 따라 일을 하고 종일 일만 하다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저녁 시간에는 공부를 하는 삶이 도시의 것보다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의료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노력해온 사람들도 인상적이었다. 장비나 접근성 등 물리적인 조건은 도시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환자들과 깊은 유대 관계를 쌓아가는 모습을 보니 의료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생겼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진심으로 믿게 됐고 나는 어떤 길로 갈 것인지 더 많은 선택지를 놓고 생각하게 됐다.

여름 수련 전에 미리 공부를 하고 갔더라면 더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하지만 실마리를 얻었으니 풀어나가는 것은 나의 몫 같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을 곱씹어보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시야가 좁아 답답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는데 홍성에서 다른 세계와 만나 조금은 넓어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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