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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치유하는 의료인

일본민의련 연수 프로그램 소감 건강미디어l승인2018.08.31l수정2018.10.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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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치유하는 의료인 


                   류희정 /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고령화사업팀

5월에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에 들어와 일한 지 26일째 되던 날,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사의련(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창립 총회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민의련 키시모토 사무국장님을 처음 봤었는데 ‘세계 평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인상 깊었다. 의료 집단에서 세계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건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나에겐 생소한 이야기였다. 

이것이 민의련의 첫 인상이였다

비행기에 내려 처음 일본에 도착했을 때 날은 푹푹찌고, 머릿속엔 미쳐 다 끝내지 못한 중간 정산의 글자들이 흐물흐물거고, 캐리어는 발에 걸려 자꾸 넘어지고, 갓 도착했을 땐 새로운 세상의 문 앞에 당도했다는 감흥이 없었다.

그렇게 처음 들린 곳은 야스쿠니 신사와 다음 날 관동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였는데 일본의 군데 군데 한국 역사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수많은 일본인들의 그림자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전쟁은 패자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승자에게도 고통스런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용산의 전쟁기념관도 다른 나라의 입장에서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다가왔다. 과연 전쟁과 기념이라는 두 단어는 함께 있을 단어일까? 범세계적인 시각을 가진다는 건 평등으로 나가는 길이다. 민의련에서 말하는 ‘세계 평화’와 ‘차별 없는 평등의료’는 이런 성찰적인 시각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UN뿐만 아니라 의료계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결국엔 왜 세계의 평화를 이야기해야 하는지 5월 26일(사의련 창립 총회) 그 날이 떠올랐다.         

다음은 민의련, 일본 의료계 학생들과 교류의 장이였는데, 개인에게서 그 사람을 이루는 환경까지 읽으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현대판 독심술을 보는 것 같았다. 건강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제시까지 간다는 건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의 건강까지 만들어가는 일이다. 의료가 사회의 병까지 치료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놀라웠다. 한 사람을 볼 때, 사회적 맥락을 읽는 건 일상에도 필요한 시각이다. 우리는 수 많은 선들을 가지고 다니며 상대를 자주 그 선 안에 가둬버린다. 하지만 그 사람이 가진 이야기들, 사회적 맥락을 읽으려고 한다면 상대뿐만 아니라 나도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의료인이라는 직업적 정체성이 없다. 그러나 아픔을 사회적 맥락에서 읽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면, 나아가 사회 시스템의 개선까지 말할 수 있다면, 나도 이 사회를 치유하는 의료인이 아닐까? 이 정신들을 잊지 않고 간다면 각자 가고 있는 수많은 길에서도 우리는 결국 한 지점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민의련의 역사는 오래 전 무산자 운동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때 사회주의 세력으로 몰려 대가 끊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민의련은 전국 조직으로 생생하게 목소리 내고 있다.

마지막 날 저녁 기시모토 사무국장님을 비롯한 민의련의 분들과 뒷풀이를 했다. 밤과 술이 만나면 뭐가 생기기 딱 좋다. 아니나 다를까 역사적 환영이 어른거렸다. 기시모토 사무국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역사 속에서 수없이 희생당한 사람들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죽음 속에서도 ‘죽을 수 없는 정신’이 끊기지 않도록, 역사와 역사 사이에 운반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 역시도 다음 세대에 그 역사적 정신들을 잘 운반해서 전달해주고 싶다. 하늘 아래 그 어떤 누구도 차별 없이 지켜져야 하는 마땅한 권리들을 말이다. 일본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새로운 세상의 문 앞에 당도한 느낌이였다. 

이런 인연을 맺을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들, 모든 것들께 감사드리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새로운 인연을 연결해주는 씨앗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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