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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돌봄, 의료협동조합이 안성맞춤

[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_10] 성남의료생협 김기명 이사장 김기태l승인2018.08.28l수정2018.09.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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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의료기관]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가 '공익성 높은 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활동을 소개한다. 다양한 활동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모습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을 향상하고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의료의 공공성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0회로 성남의료생활협동조합 김기명 이사장을 만나 얼마전에 문을 연 재가복지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어르신돌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의원 문을 닫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작년 겨울 임원 워크숍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사들은 10년 동안 운영해 온 의료생협을 접는다면 조합원들의 신의를 저버리는 게 아니냐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선의 노력을 해보자며 만든 사업이 재가방문센터였다"

▲ 성남주민신협 3층에 위치한 성남의료생활협동조합 우리한의원 입구. 한의원에는 홍지은, 김현경 원장이 지역주민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성남의료생협은 2008년 창립된 10년차 협동조합이다. 소속 의료기관인 우리한의원은 2010년 개원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는 아예 접어야 했다. 물론 의료협동조합이 수익보다 조합원을 위한 조직이지만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2008년 창립 당시 조합원은 710명, 출자금 1억3천만 원이었다. 2018년 현재 성남의료생협에는 1,450명 조합원에 출자금은 3억2천만 원으로 늘어났지만 출자금(자본)은 전액 잠식 상태다.

김기명 성남의료생협 이사장은 "4년 전부터 재가방문센터를 열어 노인돌봄에 의료생협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협동조합이 계속 적자인 상태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이사들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개인적으로도 방문요양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 이사장 본인이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었고 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한의원과 센터가 서로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센터 서비스 수급자 어르신들의 의료수요가 한방에 있었기 때문이다. 

성남의료생협 '우리재가복지센터'(아래 센터)는 지난 25일 개소식을 열고 방문요양, 방문목욕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센터의 설립과정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성남 태평동 지역에 노인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 의료생협에서 재가방문센터를 운영하면 공공성도 확보하고 존엄 케어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년말 임원 워크숍에서 논의가 이뤄진 후 2월 총회에서 결정됐다. 정관에 구체적인 사업 명칭이 들어가야 하는 등 개인보다 법인이 센터를 여는 게 까다로웠다. 7월에 성남시에서 설립필증이 나왔고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후 개소식은 8월 25일 열게 됐다."

센터는 개소식 전에 5명 노인에 대한 돌봄을 시작했다. 센터에는 요양보호사 15명이 소속돼 가사, 신체, 활동, 정서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대상자는 85세 이상으로 치매, 고혈압, 당뇨, 뇌졸중 등 만성 질환을 갖고 있으며 장기요양 3~4등급에 해당되는 분들로 하루 3시간 서비스를 받게 된다. 

-하루 3시간이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하루 종일 돌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장기요양보험에서 인정해 주는 시간이 3시간이다. 3시간에 대한 본인 부담금은 15퍼센트로 25일 기준, 16만 원이다. 정부에서 85퍼센트에 해당하는 100만 원 정도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로서도 만만치 않은 예산이다. 3시간을 넘게 되면 100퍼센트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머지 시간은 가족들이 나서거나 최악의 경우 방치되는 것이다. 가족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부모를 돌볼 경우, 1시간만 비용으로 인정되는 것도 문제다."

-비용 외에 현장에 나가서 보면 무엇이 당장 필요한가.
"먼저 약 관리다. 어르신들 대부분이 만성 질환으로 인해 한 주먹씩이나 되는 약을 먹고 있다. 고혈압, 당뇨, 관절염 약은 기본이고 신경과나 호흡기 관련된 약들도 복용하고 있다. 약을 많이 먹다보니 위에 염증이 생기고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또 약을 먹는다. 가짓수도 문제고 중복되는 약도 있다. 우리 이사 중에 약사 선생님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한다. 다른 하나는 균형 잡힌 식사를 못하는 데 있다. 어르신들은 한 끼만 잘 드셔도 상태가 엄청 호전되는 걸 볼 수 있다. 센터에서는 밑반찬 서비스를 해보려고 한다. 시장 상인들에게 식자재나 남는 반찬 등을 지원받아 자원봉사자와 함께 배달할 계획이다."

-센터는 몇 명 정도 어르신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나.
"올해는 30명, 내년에는 6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센터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한의원도 경제적으로 많이 좋아질 것이다. 센터에서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을 위한 한의원 진료로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거기에 50~60대가 대부분인 요양보호사들 건강도 한의원에서 돌볼 수 있을 것이다. 센터를 운영하다보면 안타깝지만 집을 떠나 시설에서 생활해야 하는 경우도 일어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의료생협에서 요양원도 운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성남의료생협 김기명 이사장.

 

김 이사장이 개인사업으로 재가방문센터를 운영하는 등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먼저 내가 60대가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갈 요양원은 사람사는 냄새 나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친정아버지는 파킨스병으로 방문 요양을 받다 돌아가셨다.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주변에 케어할 분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을 뿐이다."

-조금 이야기를 돌려보자. 센터를 만들게 된 이유 중에 의료생협의 재정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의료생협의 모토는 나와 내 가족을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를 갖자는 것인데, 협동조합 가치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같이 하려는 의사를 구하기 쉽지 않다. 우리한의원도 개원한지 10년도 안 돼 10명의 의사 선생님이 바뀌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합원들의 신뢰도 떨어지고 이용도 하지 않은 상황이 초래한 결과다. 성남의료생협이 처음 만들려고 했던 의료기관은 한의원이 아니라 치과의원이었다. 창립 당시 조합원들이 30~40대가 대부분이었고 실제 설문을 해보니 치과를 많이 원했다. 하지만 5억 원 이상이 드는, 그리고 의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치과를 개원하기엔 무리였다. 비용뿐 아니라 의료생협을 만드는 주체에 한의사가 있었다는 것도 한의원 개원의 배경이 됐다."

-내년 9월까지는 의료생협도 접어야 한다. 의료사협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일단 자본 잠식이 가장 큰 문제다. 의료생협은 감자를 통해 없애고 새로 발기인을 구성해 의료사협을 만드는 게 나을 것 같다.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낸 출자금 2천만 원부터 감자하겠다고 진정성을 보이면 따라와 주지 않을까. 얼마전 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에서 일주일간 회계와 사업 감사를 벌였고, 아무 문제 없이 끝났다. 조합원들에게 이런 과정도 설명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에 성남주민신협에서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신협중앙회는 사회공헌 사업의 하나로 지역 900여 개 신협을 대상으로 의료사협을 설립할 시범조합을 공모한 바 있다. 이중에서 안중제일신협과 성남주민신협 2곳이 선정돼, 의료사협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 성남의료생협 우리한의원 벽면을 가득 채운 협력기관 명패들.

-성남의료생협이 조합원들과 지역주민을 위해 하는 일들이 궁금하다.
"한의사 선생님이 음식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토요일에 진료를 하는 김현경 원장이 제철 음식 등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총 5강좌로 진행하고 있다. 산악회도 정기 산행을 통해 건강을 다지고 있으며 당뇨 환자들의 자조 모임은 운동 방법 등을 공유하며 병을 다스리고 있다. 어린이집, 노인정, 복지관 등에 대한 방문 진료도 하고 있으며 방과후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에게 맞는 한의과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요즘 보건복지 분야 화두는 커뮤니티 케어다. 우리말로 하자면 '지역 돌봄' 정도가 될텐데, 계속 해오던 일이잖은가.
"커뮤니티 케어를 잘 할 수 있는 집단이 의료생협이다. 성남은 도시재생 사업에 커뮤니티 케어를 접목하려고 한다. 성남시의료원이 개원하면 의료전달 체계를 비롯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성남시, 성남시의료원, 일차의료기관으로서 의료사협이 노인포괄 케어을 위한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성남시에서 용역을 준 '공공의료 마스터 플랜' 최종 보고회가 있었다. 기존 보건소를 노인들의 재활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전환하고 동네마다 보건지소 형태의 건강지원센터를 만드는 것이 눈에 띄었다. 성남시의료원과 일차의료기관들이 주축이 되는 지역포괄서비스가 핵심으로 보였다."

성남의료생협은 올해 10주년을 맞는다. 의료사협 전환, 우리재가복지센터 개소, 우리한의원의 안정적인 운영 등 과제는 만만치 않다. "조합원들 일일이 만나서 설명하고 설득할 것이다. 재가복지센터는 의료협동조합이 하면 누구보다 공공성과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분야다. 한의원과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두 기관 모두 재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3개월 전에 홍지은 선생님이 새로 한의원 원장으로 왔다. 협동조합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고 환자들과 관계가 너무 좋아 기대가 크다"

▲ 8월 25일 우리재가복지센터 개소를 알리는 풍물패.
▲ 우리재가복지센터 개소식 참석자들이 축하 건배를 하고 있다.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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